도루하는 박해민. /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사실 작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뛰었다. 중심타선 무게감이 떨어졌다. 일발 장타가 부족했다. 발로 한 베이스라도 더 가야 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팀 구성상 득점력을 극대화하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의 뛰는 야구는 결국 시즌 중반 부상과 체력 저하 부작용을 낳았다.
삼성은 올해도 도루 1위다. 34경기를 소화한 14일 현재 34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은 방망이도 화끈하다. 장타율 2위, 홈런 3위, 희생플라이 1위다. 외국인타자 피렐라와 FA 거포 오재일이 가세했다. 기존 박해민, 김상수, 구자욱, 강민호 등과 시너지 효과도 훌륭하다. 2020년 홈런 7위, 장타율 8위에서 엄청난 발전이다.
그런데 삼성은 왜 아직도 뛸까?
답은 간단했다. 노출된 약점이 보이고 공략할 무기를 가졌는데 가만히 있는다면 핸디캡을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상대에게 허점이 있다면 당연히 파고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우리가 전력을 분석한대로 보였기 때문에 뛰었다. 우리도 무작정 뛰지는 않는다. 높은 확률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허점'에 대해서는 "영업 비밀"이라며 싱긋 웃었다.
사실 도루는 투수가 빈틈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포수가 공을 잡은 순간부터 2루수나 유격수가 공을 받는 순간까지 걸리는 '팝타임'은 큰 차이가 없다. 한 구단 전력분석원은 "투수가 스타트를 빼앗기면 포수가 도루를 잡을 도리가 없다. 팝타임보다는 투수가 투구 동작에 돌입해서 공이 포수 글러브에 들어가는 시간까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투수가 견제가 아닌 투구를 한다는 것을 100% 알고 뛰면 그만큼 2루에서 살 공산이 크다. 변화구 타이밍이면 그 확률은 더욱 올라간다. 즉, 삼성은 상대 투수들의 미세한 습관이나 패턴에 대해 매우 세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막강 화력을 갖춘 삼성이 정신 없게 달리기까지 한다. 이를 상대하는 배터리와 내야진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삼성이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가는 비결이다. 허삼영 감독은 "작년에는 버거운 상태에서 공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뛰었다. 지금은 타자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최대한 맡기면서 운영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