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오른쪽) 선수들이 우승한 강릉고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대구고는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강릉고와 제 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4-13으로 패했다. 1983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황금사자기 결승 무대에 진출, 45년 만에 첫 우승을 노렸으나 또 한 번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대구고는 대통령배, 봉황대기, 청룡기 대회에서는 우승을 거둔 적이 있으나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던 강릉고는 창단 46년 만에 황금사자기를 제패했다. 강릉고 투수 최지민은 최우수선수상(MVP)과 우수투수상을 품에 안으며 2관왕에 성공했다.
비록 패했지만 대구고는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야구를 평정할 정도의 대어급 선수는 없었지만,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공주고를 4-3, 백송고를 6-2로 각각 꺾은 뒤 8강전에서 서울컨벤션고를 8-5로 제압하며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이어 '야구 명문' 경남고마저 7-3으로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하는 힘을 보여줬다.
이날 대구고 선수들은 2-13으로 크게 뒤지며 패색이 짙은 9회초에도 결코 실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9회 2점을 만회하자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은 크게 소리치며 마치 경기를 뒤집을 듯한 기세를 뿜어냈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마지막 타구가 병살타로 연결되며 27개의 아웃카운트가 모두 채워졌다. 이 순간, 3루 쪽 강릉고 더그아웃에 있던 푸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마운드를 향해 뛰쳐 나왔다. 강릉고 학부모들도 목소리를 더욱 크게 냈다. 강릉고 선수들은 마운드를 둥글게 빙 둘러싼 뒤 뒤로 쓰러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비록 패했지만 결승전이 끝난 뒤 대구고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힘차게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최근 고교 야구 대회에서는 패자가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결승전 종료 후 현장서 만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부임 후 경기장에서 야구에 대한 존경과 예의, 행동을 더욱 강조한 부분이 있다.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서 응원하지 않는 것 등 여러 부분이 바뀌었다. 고등학교 선수들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을 하면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