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휴먼·VFX스튜디오..메타버스가 영화계에 불러올 변화 ①[★창간17]

김미화 기자  |  2021.09.23 11:10
/사진=영화 '프리가이' /사진=영화 '프리가이'


2020년 시작과 함께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접촉을 의미하는 콘택트(Contact)와 아니라는 뜻의 언(Un-)을 합친 언택트(Untact)는 이제 일상이 됐다. 언택트 사회가 가속화 되며, 메타버스(metaverse)가 전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나온 소설 '스노 크래시'였다. 메타버스는 코로나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빨리 일상과 가까워졌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소통하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도 메타버스 세계의 일부다. 21세기 초 싸이월드 속에도 사람들의 '부캐'가 있었지만, 이제는 작은 온라인 속 캐릭터 옷을 입히는 것을 벗어나, 가상 세계 속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어느새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 메타버스는 이제 MZ세대의 놀이터를 넘어서 앞으로 마주 할 새로운 세상이다.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은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사람들이 늘 접하는 대중문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앞서 나간다. 전세계 관객이 함께 공유하는 영화도 메타버스 시대에 탑승했다. 그간 영화계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만 없었을 뿐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작품으로 구현해왔다. '매트릭스', '아바타' 등은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과 최근 개봉한 디즈니 영화 '프리가이'까지. 영화계는 이미 메타버스에 올랐다. 항상 새로움을 갈구하는 영화계에 메타버스는 어떤 변화를 불러 일으킬까. 그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미리 짚어 본다.

/사진=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진=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매트릭스' 부터 '프리가이'..이미 메타버스 탑승한 영화








메타버스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SF영화다.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던 '메타버스'는 '매트릭스', '바닐라 스카이', '아바타', '써로케이트'에 2018년 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 그리고 올 여름 관객을 만난 '프리 가이'까지 영화는 수십년 전부터 이미 메타버스 세계에 관심을 가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은 메타버스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 암울한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분)의 유일한 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것.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괴짜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 분)는 자신이 가상현실 속에 숨겨둔 3개의 미션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그가 사랑했던 80년대 대중문화 속에 힌트가 있음을 알린다. 제임스 할리데이를 선망했던 소년 웨이드 와츠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실에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IOI'라는 거대 기업이 뛰어들고, 와츠는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 우승을 향해 달려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우승을 위해서는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 세계의 우정과 사랑의 힘이 필요하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영화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힌트를 주고, 메타버스 세계를 잘 표현했다. 현실에서는 별 볼일 없는 와츠는 오아시스 안에서는 퍼시발이라는 이름을 가진 멋진 전사가 된다. 그리고 이 가상세계를 지키기 위해 현실의 인간과 관계를 맺고 가상세계에서 쟁취한 물건을 현실세계에서 받는 등 가상과 현실이 허물어진 모습을 보인다.


최근 공개 된 디즈니의 '프리가이' 역시 메타버스를 녹여 낸 작품이다. '프리가이'는 게임 속NPC 캐릭터(NPCNon-Player Character

NPC,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분)가 각성해 게임 속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는 모습을 그린다. 게임을 배경으로 하고 NPC 캐릭터가 주인공인 히어로 무비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작품의 소재나, 표현에 대한 한계를 넘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CJ ENM, 덱스터 스튜디오 CJ ENM, 덱스터 스튜디오




CG의 발전, VFX 기술 끌고 온 영화계..이제는 메타버스 앞장선다








메타버스는 SF영화 등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가상 현실, 소셜 게임,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휴먼 등 현재 우리사회가 관심가지고 가고 있는 길에 있는 것들을 묶어 놓은 집합체다. 이 메타버스에 전 세계 영화계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시각특수효과(VFX) 및 콘텐츠 전문기업 덱스터스튜디오는 최근 AI 기업 디오비스튜디오에 지분을 투자하며 버추얼 휴먼 제작에 참여한다고 알렸다. 종합 콘텐츠 기업 아센디오는 영화 '하이브' 제작을 앞두고 영화 VFX를 포함한 시각 및 특수효과 기술에 대해 리얼타임 콘텐츠 솔루션 기업 자이언트스텝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들이 메타버스와 발걸음을 같이 하고 있다. 이미 CG나 VFX 기술로는 전 세계 영화계를 선두하는 만큼 한국 영화계는 시대의 변화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버추얼 휴먼 기술이나, VFX 스튜디오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경기도 파주 일대에 약 43억원 규모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연내 완공한다. 덱스터는 스튜디오 이 버추얼 스튜디오의 LED 월에 원하는 배경을 구현한 후 촬영과 동시에 그래픽 작업을 진행하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통해 제작비 절감 등의 효과를 노린다.

CJ ENM은 경기도 파주에 약 18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LED 월을 보유한 VFX 스튜디오를 포함, 총 13개동 약 6만5000평의 초대형 미래 스튜디오를 연내 완공할 계획이다.

또 아센디오는 경기도 안성에 4만 평 규모의 스튜디오 콤플렉스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3월까지 약 2년 6개월에 걸쳐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제작 스튜디오· 버추얼 스튜디오 ·야외 오픈 스튜디오 등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해 숙박시설, 체험, 전시공간 등이 총체적으로 마련 된다. 특히 버추얼 스튜디오에는 LED 월을 기반으로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메타버스 등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최신 시설이 구축되고 스튜디오 콤플렉스 안에서 차량 및 스턴트 등의 거리 촬영이 가능한 VFX 스트리트도 마련된다.

자이언트스텝은 지난 6월 LED 월 스튜디오, 모션캡쳐 스튜디오 2개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추가로 증설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CGV용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CGV용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영화는 어떻게 달라질까..가상 세계 속, 이병헌 부캐? →보는 영화 넘어 체험하는 영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가상 스튜디오와, 버추얼 휴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이 같은 메타버스 세상 속 영화는 어떻게 달라질까.

현재 VFX 스튜디오에 대한 개발은 아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VFX 스튜디오의 발전으로 인해 영화 제작비나 후반 작업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것은 물론, 그동안 영상화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소재의 작품이 작품화 되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그동안 초록색 벽을 보고 연기했던 배우들이 실제 같은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연기하게 된다.

스튜디오에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진짜 사람 배우가 아닌 버추얼 배우가 될 수도 있다. 배우 이병헌, 송강호의 모습을 본 딴 이들의 부캐 캐릭터가 연기를 하거나 혹은 현실에 없는 진짜 가상 캐릭터 배우가 연기를 펼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다.

물론 이런 꿈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VFX 스튜디오에서의 촬영이 SF 영화나 판타지 영화 등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어떻게 활용 될 것인지, 버추얼 휴먼은 불쾌한 골짜기(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를 넘어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갈 것인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경험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AR과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디즈니랜드 메타버스' 구축을 계획 중이다. 디즈니랜드 메타버스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고, 싸우고, 노는 체험이 가능해 진다.

무한한 메타버스 세계에서 영화가,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지고 확장될지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기술의 발전이 한국 영상 콘텐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문화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주목 된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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