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방영 중인 드라마 '원더우먼'의 한 장면.
SBS 주가는 23일 시가총액 1조349억원을 기록하며 1조클럽에 재가입했다. 지난 8월 13일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가 하루 만에 반납한 때를 제외하면 1조클럽 복귀는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 광고 수익 42.8% vs 프로그램 판매 수익 57.2%
SBS는 인터넷, IPTV, 종합편성채널 성장 등 최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급감하는 광고 매출을 프로그램 판매 수익으로 대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매출액 4756억 원 중 광고 수익은 2035억원, 프로그램 판매 등 사업 수익은 2721억원이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광고 수익 42.8%, 프로그램 수익 57.2%다. 광고 수익 모델을 주축으로 하는 매스 미디어 기업에서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프로그램 판매 수익이 광고 수익을 처음 넘어선 이후 수익 구조 다변화를 추구하면서 점차 그 격차를 벌려가는 형국이다. <표1 : SBS 최근 5년간 매출액 구성비>
10년 전 2011년 광고 수익 대 프로그램 판매 수익 비중이 87.5% 대 12.5%이었던 매출액 구성비와 비교해보면 기업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률도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8%에서 올해 상반기 19.8%를 기록하며 '짭짤한' 수익을 기록했다. 지속 가능 경영 측면에서 경기에 민감한 광고 수익 모델에서 탈피함으로써 증권사의 각종 리포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디지털 미디어 시대 국내 선두주자
SBS의 이런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5년 지상파 뉴스로 소화화지 못하는, 이른바 SNS 맞춤형 영상 뉴스를 제공하는 '비디오머그'와 '스브스뉴스'를 출범시켰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가 '비디오머그' 104만명, '스브스뉴스' 68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드라마 자체 제작 전문사인 '스튜디오S'를 탄생시켰다. '스튜디오S'는 CJ 계열의 스튜디오드래곤, 중앙일보 계열의 제이콘텐트리에 이어 국내 3번째로 유명 작가 군단을 바탕으로 드라마 기획, 제작 및 유통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독립 법인이다. 드라마 제작국의 구성원들이 옮겨간 모양새지만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등 OTT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강력한 플랫폼으로 등장함에 따라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아직 자체 제작이 미흡하지만 최근 외주 제작 드라마의 납품 계약 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체 제작 드라마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탐사 기획 뉴스를 온라인에 먼저 공개하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선택했다. 실험성이 강한 시도이지만 2014년 뉴욕 타임스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돌파할 '혁신 보고서' 이후 말로만 떠들던 디지털 퍼스트를 몸소 실천한 지상파TV의 첫 사례다.
SBS 주가는 올해 초 2만 3550원에서 23일 현재 5만 6700원으로 올랐다. 무려 한해 주가 상승률이 140%에 달한다는 사실이 시장 변화에 발맞추려는 레거시 미디어 SBS의 끊임없는 노력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