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라운드 안에서 기성용의 역할은 안 감독 부임과 동시에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공격 시엔 공격에 가담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는 두 센터백 사이에 위치할 만큼 깊숙하게 내려설 정도다. 수비 상황 시 서울의 수비 전형은 사실상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백3에 가까울 정도다. 서울은 물론 국가대표팀 시절에도 중원의 사령관이던 그의 눈에 띄는 위치 변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6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할 당시 경기당 2골이 넘던 서울의 실점률은, 기성용이 깊숙하게 자리를 잡은 최근 3경기에선 경기당 0.33실점으로 크게 줄었다. 상대를 압도하는 수비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수비 안정감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라운드 안, 최후방에 선 그가 선수단 전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효과다.
비단 경기장 안에서만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경기가 끝난 뒤에도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는 게 안 감독과 조영욱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후배들이 자신 등 선배들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용이 선수단을 '원 팀'으로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안 감독은 "기성용이 고요한, 오스마르와 함께 팀 내에서 선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선배들이 중추가 돼서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고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며 "어린 선수들도 선배들을 보고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K리그1 32라운드 슈퍼매치에서 수원 정상빈(왼쪽)과 볼 경합 중인 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영욱은 최근 득점력이 폭발했다. 슈퍼매치 결승골을 포함해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안익수호' 서울의 황태자로 거듭났다. 안 감독은 "기성용을 보고 배우는 건 조영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심점"이라며 "기성용을 보고 배우고, 또 기성용이 경험을 나눠주면 조영욱이 발전하는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캡틴'의 리더십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26일 수원전 2-0 승리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선수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 명을 콕 집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해 프로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2003년생 막내 강성진(18)이었다.
이날 강성진은 조영욱의 선제 결승골을 돕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데뷔 7경기 만에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성용은 "제일 막내 성진이 어시스트 축하"라는 문구를 덧붙여 자칫 조영욱 활약상이나 팀 성적에 가려질 수도 있었을 막내의 기록을 직접 챙긴 것이다. 서울의 반등을 이끌고 있는 기성용이 서울을 원 팀으로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이다.
26일 수원삼성전 2-0 승리 이후 18세 막내 강성진의 첫 어시스트를 축하한 기성용. /사진=기성용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