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상습 흡연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비투비 전 멤버 정일훈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친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대마초 상습 흡입 혐의로 구속 수감된 아이돌그룹 비투비 전 멤버 정일훈을 향한 팬들의 남다른 관심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정일훈을 직접 보러 온 팬들은 물론 해외에서조차 팬들의 탄원서가 이어졌다.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항소심이 접수된 이후에도 무려 60장의 반성문을 제출한 정일훈과 팬들의 선처 호소가 감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일훈은 2016년 7월 5일부터 2019년 1월 9일까지 다른 피고인 7명과 공모해 161회에 걸쳐 1억 3000여만원을 송금하고 대마 826g을 매수해 흡입한 혐의로 기소되며 충격을 안겼다. 특히나 적발 당시 정일훈은 2020년 5월 28일 사회복무요원 대체복무를 하고 있었고 결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정일훈은 즉각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도 결별 수순을 밟고 2020년 12월 31일 비투비를 떠났다. 정일훈은 2012년 비투비 멤버로 데뷔, '뛰뛰빵빵' '그리워하다' 등의 히트곡을 통해 인기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정일훈은 랩과 프로듀싱에도 자질을 보이며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당시 소속사 선배였던 현아 히트곡 '잘나가서 그래'의 랩 피처링을 도맡아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정일훈은 허가윤 지나 유성은 이홍기 등 인기 가수들의 피처링도 합류, 남다른 필모그래피도 쌓아갔기에 마약 혐의 기소가 팬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재판을 통해서도 정일훈의 마약 흡입 관련 정황이 놀라움을 더했다.
1심 재판부는 정일훈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이어 "장기간, 대량으로 조직적으로 마약을 매수한 점, 범행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등 치밀한 범행 수법은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고 정일훈의 대마 흡연 빈도가 161회로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1심 최종 선고는 징역 2년이었지만 검찰이 정일훈에게 내렸던 구형은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3306만 5000원이었다.
당시 정일훈은 최종 진술에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신분에도 이런 일로 이 자리에서 서서 부끄럽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고,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앞으로 부끄럼없이 살아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잘못을 뉘우쳤다. 정일훈 변호인도 "어린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잘못된 방법으로 해소하려고 했다. 다시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주변인들도 정일훈을 돕겠다고 했다. 그트레스를 해소할 건전한 방법을 찾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혐의는 인정했지만 정일훈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정일훈 변호인은 "1심에서 대마 흡입 사실을 인정했지만 실제 구매 횟수와 흡연 횟수가 4~7회 정도 과다 인정됐다. 추징금도 법리적으로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8명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흡연했다. 그런데 별지를 보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며 "법리 오해나 사실 오인 부분을 동일한 내용으로 접근해주면 좋겠다. 검찰도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추징금 역시 해당 부분이 정리되어야 논리적인 산정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2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결심 공판을 오는 11월 4일로 잡고 "공소장이 변경됐으니 변호인과 검찰이 논의해 추징금액 부분을 정리해달라"라고 밝혔다.
한편 정일훈의 항소심 재판은 피고인이 8명인 점 등도 고려돼 중법정에서 진행됐는데 현장에는 일부 정일훈의 팬들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직접 정일훈을 보기 위해 방청하며 눈길을 끌었다. 정일훈 변호인 역시 이날 재판 말미 "해외 팬들로부터 탄원서가 많이 도착했다. 지난번에도 한 차례 모아 제출을 했는데 이번에도 번역해서 가져왔다"라고 덧붙이며 재판부에 의견을 직접 밝히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8일 기준 정일훈이 작성해서 제출한 반성문은 총 60건이었다. 팬들의 관심까지 여전한 이번 항소심에서 정일훈이 감형을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