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오재일.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삼성은 초반부터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다. 5월부터 보면 가장 낮은 순위가 5위인데 그것도 딱 하루다(6월 5일). 3위를 유지하다 9월 중순 2위를 꿰찼고, 지난 23일에는 1위까지 올라섰다.
투타 전력이 좋다. 데이비드 뷰캐넌-백정현-원태인 선발 트리오가 16승-14승-14승을 만들었다. 6년 만에 10승 투수 3명 배출이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44세이브를 따내며 구원왕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방망이도 좋았다. 구자욱이 20-20 클럽에 가입했고, 강민호도 3할에 가까운 타율에 20홈런에 근접한 수치를 찍고 있다. '캡틴' 박해민도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는 팀 내 홈런 1위(28개)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오재일이 있다. 시즌 전 4년 최대 50억원에 계약하며 두산을 떠나 삼성에 왔다. 삼성이 데려온 이유는 명백했다. '거포 1루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침 딱 맞는 자원이 시장에 나왔고, 삼성이 달려들어 데려왔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1986년생으로 올 시즌 35세다. '노쇠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나이. 그래도 삼성은 확신이 갖고 거액을 썼다. 그리고 오재일은 첫 시즌부터 '돈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특히나 삼성 입장에서는 '24홈런'이 반갑다. 토종 1루수 가운데 9년 만에 20홈런 타자가 나왔다. 이승엽이 국내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2년 21홈런을 날린 것이 마지막. 이후 채태인이 있었고, 구자욱도 1루를 본 적이 있으나 홈런 20개를 친 적은 없다.
2017~2019년은 다린 러프가 있었기에 1루 고민이 없었다. 그러나 러프가 떠나자 바로 구멍이 됐고, 막을 선수가 필요했다. 오재일이 오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덕분에 외국인 타자를 반드시 1루수로 뽑지 않아도 돼 외야수 피렐라를 영입했다. 피렐라 또한 타율 0.286, 28홈런 95타점, OPS 0.851을 찍으며 효자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은 정규시즌 1위를 노린다.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오재일 한 명 덕분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재일이 없었다면 정규시즌 1위 경쟁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현질'의 대가를 달콤하게 누리고 있다. '이맛현'이라 했다. '이 맛에 현금 쓴다'는 의미다. 딱 필요한 선수였기에 과감하게 나섰다. 데려왔더니 잘한다. 돈을 쓴 보람이 있다.
/그래픽=김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