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원엔터테인먼트 김신영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작품이 다양해질수록 아역배우의 역할 비중이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옛날 아역이 '등장인물의 자식', '주인공의 전사' 쯤 인물 관계도를 보였다면, 현재 아역은 그 이상의 '또래의 이야기', '결정적 사건의 키' 등 이야기의 주체로서 활약을 한다.
또 '연예인'을 희망 직종으로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아이돌 연습생, 입시 열풍만큼 혹독한 경쟁을 뚫고 데뷔하기 위해 아역의 뛰어난 연기력과 강한 정신력은 필수다. 그래야 '제 2의 김소현, 김유정, 여진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키운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같이 간다'고 말해요."
15년째 아역배우와 함께 일해온 티원엔터테인먼트 김신영 대표(43)의 철학이다. 김신영 대표는 아역배우를 소모적으로 보지 않고, 무엇보다 그들의 멘탈 케어에 집중해 성인 연기자까지 오랜 기간 잘 성장할 수 있게끔 만든다. 티아이 그룹의 티아이 연기학원이 '학교'라면, 티원엔터테인먼트 김신영 대표는 소속사의 '교장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김신영 대표는 과거 김환희, 남다름, 양한열, 서영주, 갈소원, 이레 등 여러 아역배우를 관리했으며, 현재는 티원엔터테인먼트에서 전진서, 서이수, 김지유, 정현준, 김지우, 문우진 아역배우와 함께하고 있다. 전진서는 JTBC '부부의 세계' 준영 역, tvN '미스터 션샤인' 이병헌 아역, 서이수는 JTBC '시지프스 : the myth' 어린 서해 역,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 아역, 김지유는 tvN '하이클래스' 준희 역, SBS '앨리스' 김희선 아역, 정현준은 영화 '기생충' 박다송 역, SBS '더 킹:영원의 군주' 이민호 아역, 김지우는 tvN '마인' 지원 역, 문우진은 tvN '악마판사' 지성 아역,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 아역 등으로 활약했다.
배우 서이수, 김지유, 정현준, 김지우, 문우진, 전진서 /사진=티원엔터테인먼트
-대표님 소개 먼저 부탁합니다.
▶2007년 드라마, 아역 캐스팅 디렉터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2012년 캐스팅 에이전시 티원엔터테인먼트를 세우면서 연기학원과 함께 하게 됐다. 그룹 티아이가 있고, 그 안에 티원엔터테인먼트, 티아이 연기학원이 있다. 나는 티원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좋은 연기자를 발굴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예전에 드라마 '모래시계'의 장소 섭외하는 일을 보고서 촬영 장소 섭외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아역 캐스팅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아역 캐스팅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
▶아역이 가는 방향이 생각보다 슬프더라. 어릴 때엔 바로 스타로 자리 잡을 수 없다. 너무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 질려버리거나 초등학교 때 두 번, 중학교 때 두 번 소위 '역변'을 하기도 한다. 광고나 작품에선 어릴 때 너무 유명한 아이를 쓰지 않으려고도 한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힘든 아이를 어떻게 할까 같이 고민해주고 싶었다. 힘들게 일해도 나중에 잘 되지 않았을 때, 쉬는 기간에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역배우는 안 됐을 때 그만하지 못하고 자신이 왜 안 되는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오디션이 없어졌을 때 부모가 아이의 힘든 시기를 냉철하게 얘기해주지 못하는데, 그러면 아이가 연예인이 안 됐을 때 오히려 힘들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아역 배우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섬세한 작업일 텐데.
▶아역배우는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현실적으로 수입이 나는 편이 아니다. 아이들 사업에서는 또 평판이 중요하다. 과거엔 아역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접근하는 사기꾼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다.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도 배우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차이가 있다. 성장기라는 게 있는데, 유명세가 있으면 작품에서 이 배우를 잘 안 쓰려고 한다. 배우가 인지도가 있으면 첫 등장만으로 뒤에 어떤 활약이 있겠다고 예상할 수 있어서 특히 영화계에선 선호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평범하게 생겨야 하고, 광고에서는 아주 예뻐야 하고, 드라마에서는 똘똘한 아이를 선호한다. 매체마다 선호하는 상이 다르다. 아이가 일이 없어지면 출연료를 낮추고서라도 일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현실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이다.
티원엔터테인먼트 김신영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전에 담당했던 아역배우는 누가 있었나.
▶배우 김환희, 남다름, 양한열, 서영주, 갈소원, 이레 등을 맡았다. 이 회사를 세우고 초반에는 한창 60~70명의 아역배우가 있었다. 지금은 미래가 보이는 친구를 영입해 집중적으로 케어하려고 한다. 김강훈도 우리 회사 전속이었다. 김유정은 7살 때 내가 캐스팅 매니저로서 잠깐 봤다. 아역부터 성인 연기자로 잘 성장한 김유정, 여진구, 김소현 같은 친구가 아역배우들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아역배우가 성인이 된 후 다른 소속사로 이적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성인 배우가 된 후 좋은 러브콜이 있으면, 우리가 그 배우의 의사를 묻고 원하는 엔터에 보내준다. 그게 좋은 순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초등학교처럼, 나는 교장선생님처럼 되고 싶었다. 졸업을 한 후에도 다시 편하게 찾아와서 얘기 나눌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운영해서인지 한 번도 아역배우가 다투고 나간 적이 없다. 김소현 배우가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잘 얘기해주고 조언해줬다고 안다. 그것이 우리 역시 아역배우를 계속 보여줄 수 있는 힘이 됐다. 과거의 아역배우들이 지금의 아역배우들을 잘 챙겨주는 선순환이 생기는 것 같다.
-티원엔터가 아역배우 소속사로서 최고의 인지도를 얻고 아웃풋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신뢰'였던 것 같다. 아이가 오디션을 볼 때부터 우리는 아이와 부모님에게 신뢰를 주려고 했다. 그랬더니 주연급 친구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좋게 이야기해줘서 입소문이 났다. 아역의 영역은 아이 자체가 잘하면 되는 장점이 있는 시장이고, 제일 깨끗하고 공정한 곳이다. 아역배우의 캐스팅은 100% 오디션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더 치열할 수 있다. 엄마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아이의 '연예인병'인데, 그래서 부모님들이 아이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신다. 힘든 일이 있으면 우리가 같이 아파하고 같이 얘기할 수 있으니까 우리 회사를 좋아하신다. 서로 목표로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같다. 남다름 배우가 7살 때부터 보고서 지금은 소속이 아닌데도, 얼마 전에 중앙대에 합격했다고 연락을 해줬다. 내 아이의 일처럼 너무 기쁘더라.
-티원엔터가 아역배우의 성장을 위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우리는 연기력을 우선시 본다. 재능 있는 아이들이 잘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했다고만 하면 아이가 자만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선 역설적으로 아이가 너무 짜여진대로 연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아이에게 설명하기 어렵다.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우리는 아이의 인성 문제를 제일 신경 많이 쓴다. 스태프들이 아이르 너무 예뻐해주니까 소속사에선 혼내는 사람, 무서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의 '노력'과 '인성'이 중요하다.
-인터뷰②에 계속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