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맨 정재원 /사진제공=바닐라뮤직
-인터뷰①에 이어
-최근 버츄얼 휴먼 로지의 가수 데뷔 곡 'Who am I'(후 엠 아이)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작업을 하게 됐나요?
▶로지 관련 회사와 연이 있어서 의뢰 들어왔어요. 처음 의뢰를 받고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노래를 부를 사람이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갖고 작업을 해야 했어요. 결국 로지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해 볼 수밖에 없었고, 'Who am I'라는 곡이 탄생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보니 곡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어떤 부분에서 어려웠을지 궁금합니다.
▶감정을 이입하려 했지만, 실제 로지의 상황에 처할 수 없으니 힘들었어요. 그래서 로지가 사람과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고, 많은 샐러브리티처럼 활동을 하면서도 '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어요. 그러면서 분위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여러 곡을 작업했어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보여줬으니 향후 나올 곡들은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보여줄 수 있을만한 곡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에 로지가 가진 발랄함과 힙함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회사와도 함께 생각했을 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먼저 곡으로 표현하는 방향이 낫다고 생각한 거죠.
/사진=로지 SNS
-로지의 목소리를 미리 알고 작업한 건가요, 그 반대인가요?
▶이전에 말하는 영상을 봤지만 노래하는 모습은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가창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많이 막막했어요. 여성 가수라는 것 하나만 정해놓고 곡을 쓰기 시작했죠. 바닐라 어쿠스틱 작업을 할 때는 제가 곡을 쓰고 성아가 소화하고, 볼빨간사춘기 작업을 할 때는 지영이가 가사나 멜로디를 쓰면 돋보이게 하는 서포트 역할인데. 로지는 실체가 없이 작업하는 게 어려웠웠지만, 이제 한 곡 나와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다음 로지의 곡도 프로듀싱을 하시나요? 혹시 다음 곡은 어떤 곡이 나올지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다음에 로지와 또 하게 된다면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K팝스러운 곡을 선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잔잔한 곡도 좋지만, 가상 인간이기 때문에 보이는 콘텐츠가 함께 어우러질 때 임팩트가 더 클 것 같아요.
-한국음악저작권대상시상식에서 편곡 분야 3년 연속 대상을 받았어요.
▶그건 볼빨간사춘기 절정에서 다 했기 때문에……. 하하.
-저작권료도 상당하실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저작권료 분배 비율을 작사·작곡 10이라고 치면 편곡은 2라고 볼 수 있어요. 요즘은 사실 편곡과 작곡의 경계가 애매하기도 하죠. 예전엔 이런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어느 순간에는 인정하게 됐어요. 내가 편곡가로서 고생한 건 있지만 편곡이 아무리 잘 나와도 탑라인과 가사가 별로면 곡이 잘 되기 어렵다는 걸 알아요.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공미나 기자 mnxoxo@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