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나나 /2022.09.2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과거 문신은 한국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문화였다. TV 등 각종 매체에선 문신한 학생 혹은 성인이 사건사고를 치르는 인물로 등장했으며 부정적인 그림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비행 청소년들이 등장해 사건의 심각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선 반드시 "문신한 걸 후회한다"란 말이 들어가기도 했고 그들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문신을 제거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신은 점점 가려져야만 하는, '비행'의 대표가 되어 갔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가 등장함과 동시에 모든 면에서 사회는 점차 열렸다.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소재만 봐도 과거에 비해 충분히 파격적임을 알 수 있다. 남녀가 혼숙하는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 iHQ '에덴', 서로의 연인을 바꿔 데이트하는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 등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가 등장하며 점차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현상은 방송계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더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는 문신으로도 이어졌다. '비행'의 대표가 아닌 패션 문신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너나 할 것 없이 보이는 곳에 문신을 새겼다. 어떤 역할을 위해 컨셉츄얼한 면을 살리는 것보다도 일상에서 돋보이기 위함이었다. 남들의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 건 전문가들이 분석한 MZ세대의 특징이기도 했다.
연예인들 역시 정제된 모습을 벗고 하나둘씩 동참했다. 보이지 않은 곳부터 손이나 손목에 작은 문신을 새겼다. 이 가운데 힙합 가수들은 팔뚝, 가슴, 목 등 보이는 곳에 문신을 하고 자랑했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 역시 자기 몸에 새기는 것만큼, 문제될 게 없다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은 존재하는 듯 하다.
가수 백예린 /사진=인스타그램
배우 나나/2022.09.2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두 사람 외에도 국가대표 등 여러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 문신으로 자기표현에 나섰다. 이렇게 문신은 사회 현상을 여겨지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러지 못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문신을 한다고 해서 본업에 문제가 있을까. 한 방송 관계자는 "가수는 모르겠으나 배우가 문신을 했다고 해서 좋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이 꽤 많다. 연기를 하니 그게(문신)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실 문신한 부분이 극에 걸릴 경우 화장으로 가리면 된다. 문신이 연기에 지장을 주는 건 없는데 왜 그렇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란 반응이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주로 단정한 이미지로 사랑 받았던 한 여성 배우는 문신의 위치에 한참 고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크지 않지만 노출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위치를 포기해야 했다. 잘 보이는 위치에 했을 때 분장으로 잠시나마 지울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 촬영에는 희미하게 윤곽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 배우는 팔 안쪽, 잘 보이지 않은 곳에 문신 했다. 남자 배우들이 보란 듯 문신을 드러내고 또 크게 흠으로 잡히지 않는 것과 대조된 현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어떤 인식이나 현상은 시간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다. 비단 문신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연애 예능의 소재처럼 여러 방면에서 흐름이 바뀌는 건 당연하다. 한순간에 갇혀 무조건 같은 의견만 주장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없다. 사회는 사고의 전환으로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야 발전을 이룬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