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비판은 이해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자![TV별점토크]

이수연 방송 작가  |  2022.11.11 19:53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가짜뉴스'나 '팩트체크'. 이런 말은 이제 일상적인 용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사실이 아닌 내용들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가짜뉴스'가 많아지자 이것의 진실 유무를 체크하기 위한 '팩트체크'라는 것이 쌍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짜를 진짜처럼 조작하는 것, 당연히 안 되는 일이다. 특별히 언론의 역할은 사건, 사고를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팩트체크'라는 것이 간혹 드라마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최근 tvN의 사극 드라마 '슈룹'의 경우 역사 왝곡 논란으로 진짜냐, 가짜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먼저 '슈룹'이 어떤 드라마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이 드라마는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왕도, 왕비도, 왕자들, 그 어떤 인물들이나 사건도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간단히 설명하면, 조선시대라는 배경만 가져왔다고 볼 수 있겠다. '슈룹' 드라마에서의 가장 큰 핵심은 중전이 낳은 아들들과 후궁이 낳은 아들들 간에 '누가 세자의 자리를 차지하느냐?'를 놓고 경합을 벌이며 경쟁하는 이야기다. 중전 역을 맡은 김혜수는 첫째 세자를 병으로 잃고 나서, 나머지 네 명의 아들들 중 한 명을 세자로 만들기(?) 위해 열혈 엄마가 된다. 자신의 아들들이 아닌 후궁의 왕자들 중에게 세자직분이 넘어가는 순간 그녀를 비롯해 아들들 목숨 또한 잃을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네 명의 왕자들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인물들이기에 뒤늦게 경쟁을 하려니 엄마인 김혜수 입장에선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 되어버렸다.


'과연 누가 세자가 될지?'라는 중심 스토리 라인은 더불어 시청자들에게 긴장과 궁금증을 던져주는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여러 사건들이 생기며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자, 다시 앞으로 돌아가면 '슈룹'에 대한 역사 왜곡 비판으로 팩트체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중전이 자신을 스스로 부를 때, '신첩'이나 '소첩'이란 용어를 썼는데, 극 중에선 '본궁'이란 용어를 썼다는 점. '본궁'은 중국 사극에서 쓰이는 용어라는 지적이 나왔다. 왕의 침전을 찾는 장면에선 '태화전'이라는 현판이 나왔는데, 이는 청나라 때 자금성 정전의 이름으로 쓰였다는 설(說). 이에 대해 제작진은 '태화'는 신라나 고려 시대에 쓰이던 단어라고 해명했다. 또 중국어 자막으로 표기 되었던 '물귀원주'라는 단어는 정정 되기도 했다. 다 맞는 지적이다. 제작진도 당연히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나아가 역사적인 고증까지 정확하게 해서 방송해야 한다. 날카로운 비판과 이를 반영하는 제작진의 태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쯤에서 한 번만 생각해 보자. '슈룹'은 아예 가상의 스토리다.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던 상황인, 100% 허구설정이라는 것이다. 만약 역사적인 고증을 따지기 시작한다면 왕의 후손들이 세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것부터가 왜곡이다. 이렇게 하나 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애초에 '슈룹'이란 드라마 자체는 존재할 수가 없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극드라마라면 그것이 정통사극이든 퓨전사극이든 역사적인 고증을 철저히 하여 방송하는 게 당연히 맞다. 반면 '슈룹'은 애초에 가상이며, 설정 자체도 모두 가상 아닌가. 그러니 예전에 '개그는 개그일뿐 오해하지 말자'란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처럼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물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용어 등 어느 부분 역사적인 고증을 했다면 시청자들을 헷갈리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중국어 자막 등은 당연히 실수했으니 정정하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허구 드라마'라는 점을 잊지 말고,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지적하지 말고, 조금은 여유있게, 너그롭게 시청해 주면 어떨까, 싶다. 죽은 자도 살아나고, 시간도 거꾸로 가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다 허용되는데, '슈룹'에게만 너무 가혹하지 말자, 이 말이다.

* '슈룹' 교육열이 뛰어난 열혈 중전마마?, 이런 설정만으로도 끌리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네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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