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한국 멀티플렉스 로고
#한국의 영화 관람료는 세계 중간
그렇다면 국내 극장 영화 관람료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떤 수준일까.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유럽시청각기구의 '포커스 2022:세계 영화시장 트렌드'(포커스) 보고서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통계치를 인용해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 가격 적정성 점검' 보고서에 담았다. 한국을 비롯해 GDP(국내총생산) 상위 20개국의 극장 영화 관람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포커스 통계치에서 "평균 관람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로 17,8 달러(2만4270원·이하 9일 1달러당 1363원 기준)"이다. 스위스가 1.73달러(2만3578원), 일본이 12.8달러(1만7444원) 등으로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9.6달러(1만3084원)로 4위 네덜란드와 5위 호주, 6위 독일, 7위 영국, 8위 캐나다에 이어 9위다. 이를 토대로 한 20개국의 평균 관람가격은 8.3달러(1만1312원)로, 8.5달러(1만1586원)인 한국은 10위를 기록하며 중간 수준임을 나타낸다.
옴디아 통계치도 엇비슷하다. 2021년 기준 평균 관람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는 스위스로, "16.5달러(2만2504원)"이다(옴디아 집계자료에는 세계 GDP 18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 관람가격 데이터가 없어 사우디아라비아를 빼고 21위인 대만을 넣었다). 일본이 그 뒤를 이어 12.5달러(1만748원)이며, 네덜란드가 10,4달러(1만4182원), 캐나다 10.1달러(1만3773원)로 나타났다. 미국은 9.8달러(1만3364원), 영국은 9.1달러(1만2409원)이다. 한국은 8.2달러(1만1180원)로, 영국에 이어 9위를 기록했다. 포커스 통계치처럼 옴디아 집계에서도 역시 GDP 상위 20개국의 중간 수준임을 보여준다.
그만큼 한국의 영화 관람료가 세계 영화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비싸다고 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관객이 극장을 예전처럼 자주 찾지 않는 배경과 원인을 말할 때 왜 영화 관람료 인상 문제가 거론되는 것일까.
#영화 관람료 인상 체감과 부담감 크다
영화 관람가격 상승률이 이를 설명해준다.
영진위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팬데믹) 이후인 2019년 대비 2021년 한국의 평균 관람가 상승률은 14.4%이다. 앞서 CJ CGV와 롯데시네마 등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감염병이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영화 관람료를 올려 받았다. 이에 따라 2019년 대비 2020년 상반기 평균 관람가도 19.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한국에서만 극장 영화 관람료가 오른 것은 아니다. 팬데믹 상황에 미국과 프랑스, 중국과 일본 등 극장들도 관람료를 인상했다. 각국의 "2019년 대비 2021년의 평균 관람가격 상승률"을 들여다본 영진위는 "중국 8.6%, 일본 5.2%, 미국 4.5%, 프랑스 3.7%"였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수치에 비춰 보면 한국의 영화 관람료 상승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실제로 포커스와 옴디아의 통계치도 이를 보여준다.
포커스 2022:세계 영화시장 트렌드'(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8.1%로, "GDP(국민총생산) 상위 20개국 중 30.0%의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옴디아의 집계 기준으로도 "한국의 2019년 대비 2021년 평균 관람가격 상승률은 13.9%"로, "18.8%의 상승률을 기록한 캐나다"에 이어 역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 관객의 관람료 인상 체감도가 높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지표로 읽힐 만하다.
실제로 적지 않은 관객이 '코로나19 종식 이후 극장 관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인'을 묻는 질문에 '영화 티켓 가격 인하'를 꼽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전국 만 13~69세 남녀 중 2020년 이후 1년 동안 영화를 1편 이상 관람한 2500명을 대상으로 올해 5월16일부터 31일까지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모은 '2020-2021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49.5%의 응답자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극장 관람 활성화를 위해 '영화 티켓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극장 영화 티켓 1장 구매시 지불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33.5%가 '8000원~1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모두 영화 관람료가 안기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 관람 비율은 2018년 91.5%였다가 2020년 72%, 지난해 67.9%로 줄어들었다. 극장 관람 편수 역시 2018년 6.7편에서 2021년 3.9편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IPTV, 케이블TV 등 극장 외 관람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나는 추세이다.
'범죄도시2' 스틸
그럼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으며 또 향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위 보고서를 보면 62%가 영화를 관람하는 주요 경로로 극장을 꼽았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종식 후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겠다는 관객도 68.4%에 달해 OTT의 34.8%보다 2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전 월 평균 3만6475원이었던 영화 관람 지출 비용이 2만5652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다시 지출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물론 극장과 함께 OTT 등 극장 외 경로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이다. 이 가운데 극장 관람 비용은 월 평균 2만5485원에서 1만930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월 평균 2만2727원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흐름은 관객이 아직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특히 올해 '범죄도시2'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후로도 '공조2: 인터내셔날'과 '육사오' 등이 흥행 성과를 냈다. 또 '탑건: 매버릭' 등 몇몇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시 적지 않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감염병 확산 사태라는 열악한 환격에 맞서 새로운 콘텐츠로 승부를 건 사례로 꼽힐 만하다. 관객은 기꺼이 관람료를 지불하며 문화적 체험에 나서며 이에 화답했다. 관객의 취향과 니즈에 부합할 만한 기획과 콘텐츠가 결국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