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지난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는 지난 19일과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에서 콘서트 '블랙핑크 월드 투어 본 핑크 LA(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LOS ANGELES)'를 펼쳤다. 이에 앞서 댈러스, 휴스턴, 애틀랜타, 시카고 등에서도 팬들을 만났다. 미국의 7개 도시를 돌며 14회 공연한 북미투어였다. 이를 통해 모두 20만 관객을 불러 모은 블랙핑크는 특히 LA 콘서트에서 카밀라 카베요를 비롯해 셀레나 고메즈, 어셔, 올리비아 로드리고, 그레이시 에이브람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환호를 받았다. 블랙핑크에 대한 해외 팝음악 시장 안팎의 관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블랙핑크가 지난 10월25일 미국 댈러스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는 10월 서울 공연과 이번 미국 투어에 이어 이달 30일과 12월1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쾰른, 프랑스 파리, 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으로 무대를 넓혀간다. 내년에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모두 150만 팬들이 이들의 무대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팝 걸그룹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처럼 블랙핑크가 명실상부한 케이팝 대표 걸그룹임을 보여주는 기록은 적지 않다. 최근 것만 살펴보더라도 케이팝 걸그룹 첫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정규 2집 'BORN PINK'), 전 세계 아티스트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 1위(11월17일 현재 8300만여명), 유튜브 뮤직비디오 15억뷰(붐바야·뚜두뚜두·Kill This Love(킬 디스 러브)) 등 케이팝 그룹 최초 10억뷰 돌파 등이 눈부신 성과로 남아 있다.
증권가는 블랙핑크의 이 같은 글로벌 성과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YG)의 올해 실적을 가늠하는 잣대로 본다. YG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1147억원의 매출액과 1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9월16일 나온 이들의 앨범 'BORN PINK' 판매 규모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특히 해외 음반과 음원 판매 규모가 통상 2개월가량 뒤늦게 정산된다는 점에서 YG의 실적이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월드투어 콘서트 매출 규모까지 포함한다면 올해 YG 실적의 상당 부분을 블랙핑크가 책임졌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한국투자증권 박하경 연구원은 "블랙핑크가 3분기 앨범 판매량의 92%를 차지했다"면서 "올해 앨범 판매 기여도는 61%"라고 분석했다.(2022년 11월11일자 뉴스1) 대신증권 이지은 연구원도 "블랙핑크가 YG의 음반 매출을 견인할 것"이라면서 "콘서트 투어도 걸그룹 중 최대 규모로 2023년 상반기까지 콘서트 실적을 견인할 것이다"(2022년 9월6일자 머니투데이)고 예측했다.
있지,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이미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구축해온 블랙핑크의 최근 더욱 도드라지는 활약상은 케이팝 걸그룹 시장이 확장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파, (여자)아이들,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등 이른바 '4세대'로 불리는 팀들을 중심으로 한 걸그룹들이 빌보드 차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신증권 이지은 연구원은 "올해 신인 걸그룹들이 대거 데뷔했다"면서 "4세대 아티스트의 경우,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의 팬덤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위 인용) 실제로 다양한 지표와 수치가 이를 가리킨다.
23일 케이팝 팬덤 플랫폼 스페이스오디티의 케이팝레이더가 내놓은 '2022 케이팝 세계지도'를 보면, 올해 뮤직비디오 등 케이팝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643억뷰에 달한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18.7%의 비중이다. 뒤이어 블랙핑크(11.3%), 트와이스(5.8%), 리사(3.7%·블랙핑크 멤버)가 2~4위를 차지했다. 있지와 에스파도 각각 6위와 8위에 오르며 5위 스트레이키즈, 7위 세븐틴, 10위 싸이와 경합했다. 10위 아이유까지 포함하면 10위권에 6개팀(명)의 케이팝 걸그룹과 여성가수가 포진해 그 활약상을 읽게 한다.
2019년 나온 같은 자료와 비교해봐도 더욱 그렇다. 케이팝레이더의 '2019 케이팝 세계지도'에서는 2위 블랙핑크와 함께 트와이스, 모모랜드, 레드벨벳 등 4개팀이 1위 BTS를 비롯해 엑소, 싸이, 아이콘, 갓세븐, 빅뱅 등과 경연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올해 9월 공개한 보고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서도 엇비슷한 흐름을 볼 수 있다. 보고서는 "18개국 8500명의 한류 소비(이용)자 조사 결과와 한류콘텐츠 수출 관련 통계 자료를 활용해 연간 한류 이슈를 비롯한 한류(한국) 인식과 소비 실태, 파급효과, 각국 한류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해외 한류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한국 연상 이미지'로 5년 연속 케이팝을 꼽은 가운데 '최선호 한국 가수 및 그룹'을 묻자 BTS(26.7%)에 이어 블랙핑크(10.4%), 아이유(2.8%), 리사(2.4%), 트와이스(2.1%·싸이와 동률)라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만 5위권에 포함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에스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케이팝 걸그룹들의 활약상은 실물 음반 판매량에서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음원 스트리밍·다운로드, BGM(배경음악) 판매량을 합산하는 써클차트(옛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해 10월 앨범 판매량(1~400위 합계)이 9월보다 22.1%, 지난해 10월보다 39.2% 늘어났고, 실물 앨범도 지난해 10월보다 약 260만장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아이브, 뉴진스, 블랙핑크, (여자)아이들이 6곡의 음원을 10위권에 올려 놓았다. 또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아이브가 실물 앨범 판매량에서 강세를 과시했다. 블랙핑크가 9월16일 'BORN PINK'를 내놓고 1주차에 이미 210만여장을 판매(써클차트)한 성과는 걸그룹들이 올해 펼친 활약상의 정점을 찍는 것이기도 하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9월 칼럼을 통해 "8월 음원 시장이 WSG워너비 프로젝트(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특집) 곡과 걸그룹들의 신곡 출시에 힘입어 작년 8월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썼다. 이어 "400위권 내 써클지수 점유율 상위 10팀의 가수 중 5팀이 걸그룹(뉴진스, 아이브, 에스파, WSG워너비, 블랙핑크)으로, 이들의 합산 점유율이 14.6%에 달하는 등 걸그룹의 음원이 매우 강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