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에 결혼 한국행→당구여제 등극 "캄보디아에 스포츠센터 세울래요"

안호근 기자  |  2023.02.09 15:55
7일 PBA 투어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롱 피아비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7일 PBA 투어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롱 피아비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캄보디아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 엔젤스)가 프로 통산 4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모국 캄보디아에서 손꼽아 기다렸을 희소식이다.


피아비는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2022~2023 PBA(프로당구) 투어 시즌 8차전 크라운해태 LPBA(여자프로당구)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보미(25·NH농협카드 그린포스)를 세트스코어 4-3(4-11 11-7 11-10 11-0 2-11 4-11 9-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쟁자들에 비해 뒤늦게 PBA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벌써 다승과 상금 랭킹 3위까지 뛰어올랐다. 프로 무대에서도 '여제'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연착륙했다.

20세이던 2010년 한국인 남편 김만식(62)씨와 결혼 후 이듬해 큐를 잡은 피아비는 빠르게 성장해 대한당구연맹(KBF)을 주름잡는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세계캐롬연맹(UMB)에서도 최정상권을 다툰 피아비는 PBA 출범 두 번째인 2020~2021시즌 막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본격적으로 준비한 후 나선 지난 시즌에는 우승과 준우승을 두 차례씩 차지하며 압도적 1인자로 자리잡는 것처럼 보였다.

올 시즌에도 시작을 우승과 준우승으로 열었으나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5개 대회 연속 준결승에 나서지 못했고 6차 대회에선 64강 서바이벌 무대에서 탈락하는 수모도 겪었다.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피아비. /사진=PBA 투어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피아비. /사진=PBA 투어
PBA에 따르면 우승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피아비는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께 다양한 것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독이 됐던 것 같다. 경기를 하면서도 헷갈린 부분이 너무 많았다. 스스로 엉망이 됐다. 특히 스트로크 때문에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며 "'이번 시즌엔 우승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4강 진출이 쉬웠는데 자꾸 부진이 반복되니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첫 두 대회엔 병원 진료차 한국을 찾은 부모님이 동행하며 큰 힘이 됐다. 스스로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가족이 고국으로 돌아간 후 부진이 시작됐다.

이번 대회는 달랐다. 생각을 단순화하기 위해 코치를 한 명으로 바꾼 뒤 이전의 스트로크가 살아났다. 무난히 서바이벌 무대를 뚫은 피아비는 8강에서 최다 우승자 김가영(40·하나카드 원큐페이), 4강에선 이마리(52)를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올 시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김보미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에서 흐름을 내주며 결국 7세트까지 향했지만 마지막에 웃은 건 피아비였다. 길어진 경기와 극도로 커진 긴장감 속에도 피아비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5-3 근소한 리드에서 연이어 과감한 뱅크샷으로 4점을 보태며 우승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뒤 여느 때와 달리 과감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피아비는 그간 고생이 떠올랐는지 이내 눈물도 흘렸다. 그는 "최근 부진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항상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왔는데 이렇게 우승하는 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첫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우승은 언제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아비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피아비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2000만원. 남자부(우승 상금 1억 원)와는 큰 규모 차이로 인해 피아비의 통산 누적 우승 상금은 1억 2880만 원에 머문다. 여전히 호화스러운 생활과는 거리가 먼 피아비지만 고국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제2의 피아비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고국에 스포츠종합센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피아비는 "캄보디아에서 봉사하고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기관을 설립해 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직접 노력하고 꿈을 꾸게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그래서 캄보디아에 '피아비 스포츠 종합센터' 건립을 추진하려 한다. 물론 지금은 구상 단계이지만 한국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다. 시즌이 종료되고 캄보디아에 가면 정부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내 뜻을 전하고 국가의 허락 등 여러 기관들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또 캄보디아에 아직 일자리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환경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며 "캄보디아도 한국처럼 스포츠 강국이 되길 꿈꾼다. 힘들지만 꼭 해낼 것"이라고 포부를 나타냈다.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더 중요한 무대가 남았다. 우승 상금 8000만 원이 걸린 왕중왕전 격의 LPBA 월드챔피언십이 다음달 3일부터 12일까지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다.

자신감은 넘친다. 피아비는 "힘들었던 부진을 털어냈다. 많이 배우며 혼란스러웠지만 대부분 정리가 됐고 연습도 막바지"라며 "어려웠고 적응하기 힘들었던 스트로크만 잘 살리면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늘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짜릿한 순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다. "남편은 (이날) 경기장에 오고 싶어했는데 내가 말렸다"며 웃은 피아비는 "월드챔피언십 때 남편을 초대해 함께 트로피를 드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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