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 "졌잘싸는 만들어낸 말", 승리로 치유된 GS칼텍스 [★현장메모]

장충=안호근 기자  |  2023.02.26 20:06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26일 흥국생명전에서 선수들의 득점에 박수를 치며 미소짓고 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26일 흥국생명전에서 선수들의 득점에 박수를 치며 미소짓고 있다.
"졌잘싸는 없다. 다 만들어내는 말이지, 경기에 지면 속이 쓰리다."

차상현(49) 서울 GS칼텍스 감독은 선두 인천 흥국생명을 잡아낸 뒤 다음과 같이 푸념했다. 그동안 부진을 거듭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냈기에 이제야 꺼내놓을 수 있는 본심이었다.


GS칼텍스는 26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7 29-31 23-25 25-19 15-10)로 승리했다.

봄 배구 불씨가 꺼져가던 GS칼텍스는 3연패를 끊어내며 14승 17패, 승점 41로 5위 화성 IBK기업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세트득실에서 앞서 5위로 도약했다. 선두 흥국생명은 8패(23승) 째를 기록하며 승점 70으로 수원 현대건설(승점 64)과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과 6차례 맞대결에서 3승 3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기 전 "몇 년 전부터 흥국생명만 만나면 0-3으로 지더라도 쉽게 승리를 내준 적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소중한 승점 2를 수확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그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절대 나쁘지 않았고 이 리듬대로 가면 충분히 승리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고 위축되지 않았던 게 승리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승리 후 함께 기뻐하는 GS칼텍스 선수단. /사진=KOVO 승리 후 함께 기뻐하는 GS칼텍스 선수단. /사진=KOVO
이어 선수들과 승점 등에 대해 이야기 하냐는 질문에 "일부러 안한다. 시즌 초에 비해 얼굴이 많이 까매졌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괜찮은 건 없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도 없다. 다 만들어 내는 말이지, 경기 지면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18점) 기록을 세운 권민지는 "무조건 이기는 게 좋다. '지면 질 수 있다'라고 말은 하지만 다들 속상했을 것"이라며 "티 안내면서도 이기고 싶은 마음인지 체육관에 얼굴이 많이들 보였다"고 웃었다.

차 감독은 최근엔 선수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점하거나 공격에 실패했을 때 짜증내는 일이 많아져 오해를 사는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경기 전 그는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오늘 뿐 아니라 지고 나면 보기에 맥없이 진 것 같아 보이고 이기면 설렁설렁했더라도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준비를 잘 안하거나 지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경기하다가 안 될 때 선수들의 표정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표정도 조금은 조심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날은 화풀이가 승부욕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어떨 땐 짜증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조금 더 조심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수들은 실점 후에도 감정 조절을 하려고 애썼다. 1세트 상대 공격에 허무하게 당하자 안혜진이 공을 주먹으로 내려쳤는데, 그 공이 심판에게 향하자 안혜진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오해 생길 일을 없애려고 했다. 강소휘가 스파이크 서브가 네트에 걸린 뒤 웜업존 선수들에게 하소연하자 동료들은 그를 달래며 감정을 억누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차 감독은 경기 후 "(한)수지가 주장인데 고마운 부분이 있다. (선수들의 감정 표현 등이) 오해를 살 상황임에도 열심히 역할을 해줬다"며 "선수들하고 코칭스태프하고도 같이 오늘 경기 만큼은 파이팅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잘 지켜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게 성적 때문이다. 승리 후엔 모든 게 용서된다. 권민지는 스트레스로 고생해 얼굴이 까매졌다는 차 감독의 말을 듣고는 "원래 까맣다.매일 봐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 봤을 때도 그러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 기회는 있다. 5위로 뛰어오른 GS칼텍스는 3위 대전 KGC인삼공사(승점 49), 4위 김천 한국도로공사(승점 48) 차를 좁혔다. 선두를 잡아낸 만큼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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