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인스타그램 비밀 계정에 올린 글로 인해 지탄을 받았고 아직 데뷔도 못한 신인이 단숨에 KBO 최고 핫스타 반열에 올랐다. 결국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를 한 뒤에야 여론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김서현은 150㎞ 중반대 공을 손쉽게 뿌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도 주목했던 재목이라는 것이다. 전지훈련에서 그를 직접 겪어본 사령탑과 선배의 증언을 통해 철없는 신인이 아닌 '투수 김서현'의 잠재 가치에 대해 읽어볼 수 있다.
한화는 미국 애리조나와 오키나와를 거친 스프링캠프에서 5승 1패로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결과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 과정 속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역시 김서현이다. 큰 기대 속에 캠프에 합류한 김서현은 지난 3일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포심패스트볼과 커브를 섞어 던지며 완급조절을 했고 단 10구 만에 이닝을 끝냈다. 속구 최고 시속은 153㎞에 달했다.
수베로 감독이 7일 KIA와 평가전을 앞두고 김서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돕고 있는 1년 선배 문동주(20)는 "파워풀하고 투구폼부터 타자랑 싸울 때도 공격적"이라며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공격적은 아니다. 서현이를 보면 타자와 승부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 걸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동반 상승효과도 나타난다. 문동주는 지난 5일 롯데 자이언츠와 평가전에서 벌써 154㎞를 찍었다. 그는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 같은 팀이기에 서로 말할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마운드에 올라가면 (구속을) 그렇게는 신경 안 쓰겠지만 스피드가 있으면 아무래도 타자를 상대할 때 유리하다. (문동주 등 공이 빠른 투수들과) 같이 좋아지는 게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은 다듬을 게 더 많은 투수다. 1군에 동행한다면 구원투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수베로 감독은 "한 가지 가다듬을 건 낙차큰 공에 대한 제구를 마스터 하는 것"이라며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건 다행이다. 젊고 습득 능력도 빠르다. 팀과 선수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한화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평가전을 마친 뒤 9일 귀국한다. 오는 13일부터는 KIA를 홈으로 불러들여 실전 모드에 돌입한다. 김서현에겐 시즌에 나서기 전 최종점검을 통해 1군에 즉각 투입이 가능할지를 검증해야 할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
문동주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