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서현이 8일 삼성전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오승환과 김서현은 8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평가전에서 각각 양 팀의 불펜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파이널보스' 오승환은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클로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뛴 기간을 제외해도 KBO리그에서 12시즌 동안 370세이브를 수확했다.
오승환이 먼저 등판했다. 양 팀이 3-3으로 맞선 6회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16구를 던지며 1이닝을 틀어막았다. 노수광에게 내야안타를 내주긴 했으나 김태연과 장운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16구 중 스트라이크가 12개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 피칭이었다. 최고 구속은 144㎞로 전성기 때에 비하면 다소 부족함이 느껴졌지만 타자들을 압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경기 후 오승환은 "첫 실전 경기여서 결과보다는 볼과 스트라이크 차이를 좁히는데 집중하면서 던졌다"며 "오늘 공은 생각만큼 괜찮게 들어갔던 것 같다. 남은 기간 시즌 시작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8일 한화와 평가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한화의 마무리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는 김서현은 9회초 한화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김서현은 앞서부터 마무리투수에 대한 욕심을 나타냈다. 수베로 감독도 그가 1군에 합류한다면 구원투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미리 클로저로서 모의 훈련을 한 김서현은 경기 후 "나중에 한 번쯤 9회에 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이 그때라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전했다.
동점 상황 자칫하면 승리를 헌납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김서현은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첫 타자 김동엽을 상대로 좌익수 뜬공을 잡아내며 시작했다. 김동엽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지만 타구는 멀리 뻗지 못했다. 공민규와 김헌곤은 각각 2루수 땅볼 아웃로 돌려세웠다.
지난 3일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 등판해 1이닝 동안 10구를 던지며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던 그의 최고 구속은 153㎞. 이날은 155㎞를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기까지 필요한 공은 단 12구(직구 8구, 커브 2구, 포심패스트볼 1구, 투심패스트볼 1구)였다.
"지난 경기보다 긴장이 덜 됐다. 오늘도 직구만 한가운데로 자신있게 던지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는 김서현은 "마지막날이니 더 좋은 투구를 하고 싶기도 했다. 캠프가 끝나고 시범경기를 하는데 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올 시즌 구원왕을 놓고 경쟁을 펼칠 지도 모를 오승환과 김서현의 만남이었다. 풍부한 경험과 여전히 묵직한 공을 바탕으로 승부할 오승환과 시속 150㎞ 중반 빠른공을 앞세워 패기 있는 투구를 펼칠 두 투수의 시즌 행보를 기대케 하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