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 주장 김현수. /사진=OSEN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부진 끝에 1라운드에서 탈락하자 몇몇 야구 선배들의 질타와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자 대표팀 내 일부에선 서운함과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재홍 위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뛰어난 파워를 앞세워 국가대항전에서 맹활약하며 '리틀쿠바'라는 애칭을 얻었던 그는 유튜브 채널 '체육공단'을 통해 이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김현수(35·LG)와 양준혁(54)의 발언을 간략히 소개한 뒤 "양 쪽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중립적인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또 하나 아쉬운 건 (후배들이) 선수협 스토리를 잘 모른다"고도 말했다.
한국의 1라운드 탈락에 야구 팬들은 물론이고 야구인들도 공식 해설이나 자신의 개인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선수단이나 이강철 대표팀 감독 또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그 중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지난 14일 중국전을 마친 뒤 작심발언을 했다. "역대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배들에게 항상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아닌 분들이 (이번에는) 많이 그리고 굉장히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봤다. 그런 부분이 아주 아쉽다.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아쉬운 것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양준혁. /사진=뉴시스
한 발 더 나아가 매우 센 어조의 발언도 있었다. "안우진이 생각났다", "기회를 줬어야 했다", 심지어 "배 타고 와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현수의 "아닌(대표팀에서 뛰지 않았던) 분들이"이라는 표현을 두고, 화살이 양준혁 위원을 향하고 있다고 야구 팬들은 추론했다. KBO리그 '레전드' 반열에 올라 있는 선수이지만 국가대표 출전은 1999년 아시아 선수권대회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재홍 위원은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먼저 양준혁 위원의 발언에 대해 "(양)준혁이 형이 (평소) 워딩을 세게 안하고 비난이나 비판을 많이 안하는 편"이라면서 "그렇게 발언하고도 힘들었을 것이다. 야구를 향한 마음은 똑같다. 화가 나서 말했지만 마음은 아플 것"이라고 감쌌다.
김현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주장이라 코치와 선수들 가교 역할도 해야 하고 중간에서 방어막 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 입장의 차이가 있고 할 말도 해야 한다. 준혁이 형 같은 사람이 야구계에 한둘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비판은 팬들에게 맡겨야 한다. 팬들이 양쪽의 편을 들고 있고 기자님들도 양쪽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계속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재홍. /사진=유튜브 체육공단 캡처
양준혁 위원은 2000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를 결성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구단들에 미운털이 박혀 여러 팀을 옮겨다녔다는 건 야구계에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현재 선수협 회장은 김현수다.
물론 후배를 책망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박 위원은 "후배들에게 히스토리를 잘 설명 못해준 부분도 선배들의 잘못인 것 같다.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박재홍 위원은 한국야구가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건전한 발전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는 "유소년 친구들이 금방 성인 무대에 온다. 야구계의 기본적 문제점이나 구조적인 부분들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며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서 일본을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