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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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선 스타뉴스 기자] '더 글로리'의 가슴 노출 2번, 교회 성행위 장면은 정말 꼭 필요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파트2까지 총 16회로 막을 내렸다.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된 학폭 문제를 복수극으로 다룬 흡입력 있는 전개, 떡밥 추리,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 글로리'는 뜨겁게 관심 받고 '웰메이드'를 인정 받았던 분위기다.
'역시 김은숙'이란 호평, 배우들에게 찾아온 제1, 2의 전성기, OTT 월드와이드 시청 순위 1위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이는 '글로리'한 결과였다.
하지만 '더 글로리'를 시청하면서 "응? 갑자기?"라고 생각했던 장면들의 순간적인 의문이 '불쾌한 찝찝함'이었음을 인지하게 됐고, 더 이후엔 이것들이 자극을 위한 '폭력적인 장면'이었단 걸 깨달았다.
'더 글로리'가 파트2까지 모두 공개된 후 가장 이슈가 됐던 건 최혜정(차주영 분)의 '가슴'이었다. 최혜정은 극 중 박연진(임지연 분)을 도발하면서 자신의 상의를 탈의했는데, 카메라는 적나라하게 노출된 그의 두 가슴을 담담하게 훑어 지나가는 척하며 '담았다'.
차주영은 '더 글로리'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출신에 대해 "혜정이 연진 앞에서 유일하게 자신감을 내비치는 장면이다. '이제야 내가 너한테 한 방 날린다'는 느낌이라서 꼭 필요했다고 생각했다"고 이해했다. 물론 혜정과 연진의 일진 무리가 저속한 표현으로 서로 우위 싸움을 해온 건 맞지만, 혜정의 '한 방'이 꼭 수술한 가슴 하나에서만 나와야 했을까란 의문이 든다.
혜정 캐릭터는 '더 글로리'에서 시선을 묶어두기에 아주 가성비 좋고 효율적인 장치로 쓰였다. 혜정은 전재준(박성훈 분)을 유혹하는 장면에서도 전라의 뒤태를 보여주는데, 그 느낌이 포르노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혜정, 재준, 연진이 삼각관계로 얽히는 간결하고 흥미로운 신을 위해 혜정의 '야한 뒤태'가 필요했던 거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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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가성비 좋게 쓰인 신은 또 있었다. 어린 연진(신예은 분)과 혜정(송지우 분)이 교회에서 노브라인 상태로 흰 티를 입고 예배에 참석해 변태 목사를 자극하는 신이다. 연진과 혜정의 가슴 윤곽이 노골적으로 비치는 모습에 목사는 기도를 하면서도 당황해 말이 꼬이고, 일진 무리는 목사를 비웃으며 골탕을 먹이고 즐거워한다. 이 신은 문동은(송혜교 분)을 괴롭힌 학폭 가해자들의 평소 악랄한 행실을 강조한 것이기는 하나, 동시에 성적인 희화화를 한 장면이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의문은, 동은이 자신의 인생을 갈아넣고서 한 최고의 복수가 이사라(김히어라 분)의 교회 마약 성행위를 보는 것이었을까란 거다. 물론 사라가 독실한 신앙심을 가졌지만 학폭을 저지른 위선자인 이유로, 동은은 사라에게 교회에서 줄 수 있는 최고의 망신을 안긴 것일 터. 그러나 이 또한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쓰인 장면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더군다나 지금껏 볼 장 다 보고 두려울 거 없이 살았던 사라에겐 '잠깐의 망신'이 그리 큰 타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듯하다. 이 장면 하나로 '학폭 피해자' 동은은 졸지에 '변태 폭로자'로 전락했다.
물론 유흥, 킬링타임을 위해 제작된 OTT 드라마에서 대단한 작품성을 바란 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가벼운 성 소비 장면들이 무지성으로, 빈도 높게 쓰인다면 '학폭'이란 무거운 주제가 변질된다. 또 그 피해자들, 더 넓게는 성 피해자까지 콘텐츠에 '이용당한' 찝찝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