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수목드라마 '보라! 데보라'의 유인나./사진=ENA 수목드라마 '보라! 데보라' 방송 화면 캡처
유인나는 ENA 수목드라마 '보라! 데보라'(연출 이태곤 서민정, 극본 아경)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연애코치 데보라 역을 맡아 겉으로는 "연애의 목적이 결혼은 아니잖아요?"라고 당당하게 외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연인 노주완(황찬성 분)의 프러포즈를 간절히 원하는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데보라는 지난 1, 2회 방송에서 라디오 '정오의 데이트'의 '데보라의 연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코너를 통해 청취자들의 연애 고민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줬다.
데보라는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는 남자와의 연애를 계속해도 괜찮겠냐는 고민에 "해석해야 하는 얘기를 하고, 심쿵하는 행동을 하고, 여지는 주되 약속은 안 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매 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하는 매력적인 남자를 우린 '나쁜 남자'라고 하죠. '사귀자'는 말 없이는 사귀는 게 아닙니다"라며 팩트 폭격을 퍼부었다.
절친과 바람 피운 것만 빼면 괜찮은 남자인데 헤어져야 할지 묻는 말에는 "삼류 치정극 같은 연애를 하고 싶으신 걸까요? 바람이 아니면 대체 어떤 이유로 헤어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바람은 명백한 이별 사유입니다"라고 돌직구를 날리며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라디오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 DJ, 다수의 프로그램 MC를 맡으며 탄탄한 진행 실력을 선보여온 유인나의 신뢰감 넘치는 목소리, 귀에 꽂히는 딕션은 듣기만 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데보라의 대사를 만나 화룡점정을 찍었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긴 대사를 단번에 소화하는 유인나의 카운슬링 장면은 데보라 캐릭터 구현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데보라의 프러포즈 상상 신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신랄하게 보여줘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전하며 보는 이들이 보라의 감정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불현듯 트렁크가 덜 닫혔는지 확인해달라고 하는 주완의 말에 트렁크 속 가득한 풍선과 꽃, 현수막을 상상하고, 영화관 스크린을 이용한 깜짝 고백을 기대한 보라에게 쥐어진 건 반지가 아닌 빈 음료수 잔이었다. 이어지는 웃픈 상황에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직접 프러포즈를 하겠다며 주완의 집으로 직행한 보라가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추고 있는 주완을 발견하며 '보라! 데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꽉 찬 해피엔딩'을 기대하듯 설렘 가득한 표정에서 180도로 돌변한 유인나는 찰나에도 초점 잃은 황망한 눈빛, 당혹감에 얼어붙은 표정과 자세로 보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녹여내며 극에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일도 연애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고 힘차게 외치던 보라의 다음 이야기를 향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보라! 데보라'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ENA에서 방송된다.
이경호 기자 sky@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