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 라이온즈
백정현은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8이닝 동안 93구를 던지며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2007년 데뷔해 삼성에서만 뛰었던 백정현은 2021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 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이닝 만에 5실점하고 물러났던 백정현은 12일 SSG 랜더스전 5이닝 1실점하며 선발 경쟁에서 다소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보장되는 자리라고 보긴 어려웠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백정현이 일요일 경기에도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앨버트 수아레즈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뚜껑을 열자 백정현의 공에 키움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물러났다. 삼자범퇴가 끝없이 이어졌다.
최고 시속 138㎞에 불과한 속구가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파고들었고 10㎞ 가량 느린 체인지업이 더해지자 키움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7회까지 단 한 번도 위기가 없었다. 이토록 안정적인 투구를 펼쳐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9회까지 아웃카운트를 6개 남긴 상황, 백정현의 투구수는 80구에 불과했다. 충분히 9회까지도 버틸 수 있는 투구였다. 문제는 출루를 허용할지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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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쉬운 점은 퍼펙트게임은 둘째치고 노히트노런도 깨졌다는 것이다. 백정현의 글러브에 맞은 것이 실책이 아닌 내야안타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이후 박주홍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해 더블 아웃을 잡아내며 간단히 이닝을 마쳐 아쉬움은 배가됐다.
1982년 문을 연 KBO리그의 42년 역사상 퍼펙트게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 SSG 랜더스 윌머 폰트가 개막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9이닝 동안 단 한 타자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퍼펙트피칭'을 펼쳤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퍼펙트게임이 되지는 못했다.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고 폰트는 9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갔기 때문이다.
7회말 2루수 김지찬이 땅볼 타구를 한 번에 잡아내지 못하고 자칫 타자주자를 1루에 살려보낼 뻔 하자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원태인은 깜짝 놀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옆에 앉아 있던 데이비드 뷰캐넌이 원태인을 진정시키며 얌전히 있으라는 듯이 손짓을 보냈다.
MLB에서도 퍼펙트게임, 노히트노런 등 대기록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일 때는 투수의 신경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자칫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설레발도 떨지 않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뷰캐넌도 이런 상황을 우려해 원태인을 진정시킨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8회 이후 힘이 빠진 것일까. 백정현은 9회말 김동헌에게 2루타, 임병욱에게 중견수 우측으로 향하는 1타점 3루타를 맞고 흔들렸다. 결국 이승현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에도 승계주자가 홈을 파고들었다. 최종 기록은 8이닝 2실점이 됐다. 불펜 투수들이 계속 흔들리며 6-0에서 6-3으로 추격을 허용, 마무리 오승환까지 마무리로 등판했다. 삼성으로선 예상치 못한 투수진 활용에도 가까스로 6-4 승리를 지켜낸 게 천만다행이었다.
대기록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만족스러워 할 인물은 박진만 삼성 감독이다. 경기 전 "타격이 살아나니 마운드가 흔들린다.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던 그이기에 선발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한결 덜어내게 해준 백정현의 호투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이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호투로 백정현의 평균자책점(ERA)은 7.71에서 4.80으로 크게 떨어졌다. 더불어 백정현은 2연패 후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