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재훈(오른쪽)이 3일 두산전에서 4회초 김동주의 공에 맞고 발끈하고 있다. /사진=OSEN
두산 베어스 투수 김동주의 공에 맞은 최재훈(34·한화 이글스)은 발끈했다. 자칫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었다. 머리 쪽을 향한 공에 위협을 느낀 와중에도 최재훈은 팀을 위해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최재훈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6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 3사사구 1타점으로 팀의 8-3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한화는 드디어 6연패 사슬을 끊었다. 6이닝 1실점 호투하며 선발승을 따낸 김민우, 3안타와 동점 적시타를 날린 정은원 등도 있었지만 최재훈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는 경기였다.
노련한 투수리드가 돋보였다. 올 시즌 5경기에서 2패만 떠안았던 김민우는 1회부터 KKK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기존 속구와 포크볼 중심에서 커브를 적절히 배합한 결과였다. 2회 볼넷 2개를 내주고 수비 실책까지 겹치며 실점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고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칠 수 있었다.
최재훈은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나 "(김)민우와 호흡은 좋았다"며 "2회 마운드에 올라가 '잠실이다. 웬만하면 안 넘어가니까 가운데 내가 앉아 있는 데로 그냥 던지라'고 했고 그 다음부터 쉽게 쉽게 던지면서 타자들을 잘 제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 어깨로 이유찬의 도루를 저지한 것도 김민우에겐 큰 힘이었다.
타석에서 활약도 돋보였다. 2회 볼넷으로 걸어나갔던 최재훈은 7회엔 쐐기 1타점 적시타도 터뜨렸다. 그러나 이날 가장 눈에 띈 장면은 4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할 때였다. 김동주의 속구가 제구가 되지 않으며 최재훈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최재훈은 순간 발끈하며 마운드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두산 포수 장승현이 저지하며 일단락됐지만 최재훈은 한동안 불만을 나타냈다. 김동주는 모자를 벗고 연신 최재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최재훈이 6회에도 다시 한 번 몸에 맞는 공을 맞고 출루했다. /사진=OSEN
이러한 최재훈의 간절함과 투지가 전해진 걸까. 0-1로 끌려가던 한화는 7회초 16이닝 무득점 침묵을 깨고 타자일순하며 무려 8점을 뽑았다. 결국 6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동점타가 나온 순간부터 잠실구장은 두산이 아닌 한화의 홈구장이 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화 팬들은 그동안 참아온 울분을 응원으로 토해냈다.
최채훈은 시즌 타율을 0.241까지 끌어올렸다. 더 놀라운 건 출루율 0.405, 그리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지적하고 있는 득점권 타율이다. 승부처에서 집중하며 0.313을 기록 중이다. 최재훈은 "타격감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매번 출루를 하면서 감을 잡으려고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떨궜다. "솔직히 말하면 죄송스러운 게 너무 많았다. 응원을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 우리가 너무 못했기 때문에 이 응원을 듣고 저희가 더 분발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동료들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나아지고 있는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팬분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왔는데 3년 동안 꼴찌를 했다"며 "시즌 초반부터 투수들이 잘 던져줬는데 타자들이 너무 못쳤다. 미팅하면서 타자들이 투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정)우람이 형이 '괜찮다'고 '우리가 헤쳐 나가야지 누가 헤쳐 나가겠냐'고 주장으로서 힘을 많이 줬다. 연패를 했지만 이날 승리는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똘똘 뭉친 결과인 것 같다"고 밝혔다.
끝으로 최재훈은 "연패를 끊은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리셋하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며 "많은 응원 보내주시는데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경기를 했음에도 못 한 건 인정한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팬분들 응원 속에서 정말 열심히 할 테니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7회말 쐐기 1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최재훈. /사진=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