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동훈 기자
3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1947 보스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는 강제규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하정우, 임시완, 김상호가 참석했다. 이날 강제규 감독은 "굉장히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게 되니까 설레고 긴장도 된다"며 "최근 들어 한국 영화계나 콘텐츠 업계에 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긴장이 된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 강제규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니까 어떻게 사실에 가장 근접해서 보여줄 것인가에 중점을 뒀다"며 "시나리오 작업 때도 가급적이면 픽션을 최소화하고 실제 이야기에 좀 더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제규 감독은 "마라톤 영화니까 마라톤에 집중하려고 했다. '어떻게 42.195km를 보여주고 설계할 것인가', '어떻게 흥미진진하게 마라톤을 보여줄 것인가'를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 단계에서 신경을 썼다"며 "마라토너 서윤복 역을 맡은 임시완을 진짜 마라톤 선수로 만드는데도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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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1947 보스톤'을 선택한 이유로 "드라마적인 힘이 굉장히 컸다"며 "사실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까진 손기정 선생님이야 민족의 영웅이니까 알고는 있었는데 그 안에 사정은 몰랐다. 어떻게 태극마크를 달게 됐고 보스톤 마라톤에 참여하게 됐는지를 알게 됐을 때 나에게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임시완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국가대표 선수 서윤복 역을 연기했다. 지난 2021년 2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에서 육상선수 역할을 소화한 적 있는 임시완은 "시기적으로 보면 달리기를 접한 건 '1947 보스톤'이 처음이었다"며 "마라톤을 처음 접한 뒤,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현재까지 러닝 크루에 가입해 러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완은 "주로 연기 활동을 하는 내 일상에서 건강한 취미 생활을 만들어준 영화라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1947 보스톤'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보스턴 현지에서 국가대표팀을 돕는 재정보증인 백남현 역을 맡은 김상호는 "익숙한 감독님이 계시고, 하정우, 임시완 같은 좋은 배우가 있어서 반가웠다"며 "내가 맡은 역할의 대사 2~3줄이 나를 끌어당겼다. 대회 나가기 전에 난관에 부딪혔을 때 선수들과 내가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와닿았다. 나라가 없다가 다시 생긴 사람의 마음가짐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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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에 대해선 "촬영 당시에도 전체적인 외모나 느낌이 비슷하단 얘기가 많았다"며 "이 작품 준비할 때 손기정 선생님에 대한 여러 자료를 보면서 어투, 걸음걸이, 성품 등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하정우와) 정말 많이 닮아 있었다. 편집실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이 두 배우가 정말로 손기정이 되고, 서윤복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구나'라는 좋은 인상을 갖고 작업했다"고 칭찬했다.
하정우도 "손기정 선생님과 비슷하다고들 하니까, 나도 진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선생님이 나처럼 얼굴이 크신가 생각도 들었고 왠지 닮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할아버지와 고향도 비슷해서 그런 거라도 기대면서 손기정 선생님을 연기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임시완은 체지방을 6%까지 낮추면서 마라토너의 단단하고 다부진 체구를 재현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임시완은 "우선 마라톤을 처음 접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를 찍기 두 달 전부터 코치닝이랑 계속 훈련을 했다"며 "짧은 기간에 최대한 비슷해지려고 노력했다. 외적으로도 마라토너의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촬영 끝날 때까지 식단과 운동을 겸했던 기억이 난다. 체지방 6%는 나도 내 인생에서 처음 본 거라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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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또 다른 주연 배우 배성우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1947 보스톤' 개봉 시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성우는 극 중 서윤복의 코치로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한 남승룡으로 등장한다.
이에 강제규 감독은 "개인적으론 속상하고 안타까웠다"며 "이 상황을 접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역시도 버거웠고 힘들었다. 주변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며 "작업하면서 곰곰이 생각한 지점은 이 영화는 1947년도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 세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고, 그분들의 삶과 업적이 충분히 녹여져 있는데 과연 어떤 특정한 사실 때문에 선생님의 삶의 궤적이 변형되거나 축소되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제규 감독은 또한 "고민 끝에 이 작품이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충실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도리이고 예우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는 올여름 텐트폴 영화로 주목받은 '비공식작전'의 흥행 실패로 쓴맛을 봤다. 지난 2일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개봉 4주째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에 그치고 있다.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로 불렸던 그가 '1947 보스톤'으로 부진을 만회할지 지켜볼 일이다.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의 아쉬운 성적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가슴 아팠다"며 "내부에서는 기대를 엄청나게 했었는데 현실은 달랐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였다. 쓴 고배를 마신 게 내 영화 인생에 처음도 아니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확률을 높이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하정우는 "('1947 보스톤'에서) 손기정 선생님 역할을 맡은 것만으로 영광이다"며 "가슴이 뭉클하고 웅장해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 보고 느꼈던 작품이 온전히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어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은 "추석 때 개봉하는 많은 영화가 있는데 다양한 장르를 접할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건 우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 도전, 열정들이 많은 분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1947 보스톤'은 오는 9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