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구장 안 정했는데 2년 뒤 나가라? LG-두산, '잠실 돔구장' 청사진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양정웅 기자  |  2023.09.19 07:01
잠실 돔구장의 실내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잠실 돔구장의 실내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 잠실야구장의 전경. /사진=OSEN 서울 잠실야구장의 전경. /사진=OSEN
메이저리그(MLB)급 돔구장이 수도 서울에 지어진다. 그러나 정작 그 구장을 쓸 두 팀의 임시 거처조차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구장 계획부터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북미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오후(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를 방문, 잠실 일대에 돔 구장을 비롯한 첨단 스포츠·전시컨벤션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야구장의 규모는 3만 석 정도로, 서울시는 신구장을 메이저리그(MLB) 일부 구장처럼 호텔과 연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객실 뿐 아니라 레스토랑, 수영장 등에서 야구 관람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 시장이 방문한 로저스 센터는 외야쪽에 호텔이 있으며, 일부 객실에서는 실제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 /AFPBBNews=뉴스1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 /AFPBBNews=뉴스1
현재 잠실의 서울종합운동장 위치에 만들어지는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 계획의 일환인 잠실 신축 돔구장은 2025년 KBO 리그 시즌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잠실 야구장 부지에 짓기 때문에 현재 야구장을 철거한 후, 2032년 개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소요 비용은 5000억원 안팎으로, 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울스마트마이스파크(가칭·주간사 한화)가 맡는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화 컨소시엄이 전액을 부담하고 4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 현재 잠실야구장을 사용 중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부담하는 금액은 없다.


계획대로 구장이 지어진다면 2015년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에 이어 국내 2번째로 돔 야구장이 만들어진다. 현재 키움 히어로즈가 홈으로 사용하는 고척 스카이돔은 비교적 작은 규모(1만 6000석 수용)에도 불구하고 야구 경기를 비롯해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3만 명이 들어올 수 있는 잠실 돔구장은 해외 수준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비 오는 서울 잠실야구장의 전경. /사진=OSEN 비 오는 서울 잠실야구장의 전경. /사진=OSEN
올해 KBO 리그는 7월 장마철을 지난 후 9월에도 가을비가 계속 내리면서 많은 우천 취소 경기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서 10월 중순에야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고, 포스트시즌 종료는 11월 중순에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비로 인해 빡빡한 일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돔구장이 생긴다면, 그것도 매일 같이 게임이 열리는 잠실에 지어진다면 리그 일정 진행에도 여유가 생긴다.

또한 고척 스카이돔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조별예선 등을 개최한 것처럼, 잠실 돔구장 역시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팬들이 수준 높은 야구 경기를 볼 기회도 자주 생긴다.





LG 선수단. /사진=뉴시스 LG 선수단. /사진=뉴시스
두산 선수단. /사진=뉴시스 두산 선수단. /사진=뉴시스
이렇듯 장점이 많은 돔구장 건립이지만 문제점도 있다. 바로 '대체구장 문제'다. 현재 잠실야구장은 LG와 두산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당장 2년 뒤면 새로운 홈구장을 찾아나서야 하는데, 프로 구단이 1년에 71경기 혹은 73경기를 치러야 하는 구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잠실 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사용하는 시나리오는 폐기됐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건설로 인해 인근이 모두 공사장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이동하는 팬들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두 팀의 연고지인 서울 내에서 프로 구단이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은 고척 스카이돔과 목동야구장 정도다. 고척돔은 이미 키움이 본거지로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콘서트 등 행사 대관이 이뤄지고 있어 일정 조율이 쉽지 않다. 또한 키움이 전신인 넥센 시절 사용한 목동야구장은 당시 인근 주민들이 조명과 소음 문제로 항의를 펼쳤고, 현재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잠실야구장에 가득 들어찬 관중. /사진=뉴시스 잠실야구장에 가득 들어찬 관중. /사진=뉴시스
그렇다고 연고지를 떠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수도권 내에서는 인천 SSG 랜더스 필드(SSG 랜더스 홈구장)와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KT 위즈 홈구장)가 있지만, 비연고지에서 6년 동안 셋방살이를 하는 건 쉽지 않다. 자칫 연고지인 인천을 떠나 수원을 임시 거처로 삼은 뒤 인기가 떨어진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지방에는 포항 야구장, 울산 문수야구장 등 제2구장이 있지만, LG와 두산의 현재 팬 배경과는 다른 곳이기에 이 선택지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더 문제는 신구장 계획만 발표한 뒤 정작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의 대체구장 계획은 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공사 중 두 팀이 어느 구장을 사용할지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면서 "구단들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앞서 서울시에 잠실 돔구장 건설에 대해 논의하면서 두산과 LG가 건설 기간 사용할 대체 구장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방안이 검토됐을 뿐 여전히 구체적인 결정은 나지 않았다.

홈구장 문제는 구단에 있어 중요한 사안이다. 운영진은 관중 수입이나 광고 등 재정적 문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선수들 역시 홈그라운드 적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의제임에도 서울시는 대책 수립 없이 '달콤한 청사진'만을 공개했다.

서울 잠실야구장의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잠실야구장의 전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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