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가 막길 바랐다" 지유찬, 중국 수영에 비수 꽂은 무서운 샛별 [항저우 현장인터뷰]

항저우=안호근 기자  |  2023.09.26 06:05
지유찬이 25일 수영 자유형 남자 5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깨물어보고 있다. /사진=OSEN 지유찬이 25일 수영 자유형 남자 5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깨물어보고 있다. /사진=OSEN
"의외의 결과였다. 내가 예선 성적을 깨지 못했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

전날 남자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판잔러(중국)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지유찬(21·대구광역시청)이 국내에서도 쉽게 예상치 못한 깜짝 레이스로 금빛 질주를 했다.


지유찬은 25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자유형 남자 50m 결선에서 21초7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회 신기록까지 갈아치운 지유찬은 이번 대회 한국 수영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 종목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은 2002년 부산 대회 김민석(공동 1위)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힘차게 스타트를 끊는 지유찬. /사진=OSEN 힘차게 스타트를 끊는 지유찬. /사진=OSEN
대회를 앞두고 21초대 기록 달성이 목표였다. 예선에서 21초84로 이미 1차 목표를 달성한 지유찬은 판잔러, 왕창하오(이상 중국)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더니 가장 빠른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전까지 7개의 금메달을 모두 중국이 싹쓸이하던 터였다.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엔 연신 중국 국가만이 울려 퍼졌으나 그 흐름을 지유찬이 깼고 현장엔 드디어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시상대에 오른 지유찬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놀라운 결과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지유찬은 "기(예선) 기록이 좋아서 욕심을 부려봤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남은 경기도 열심히 할 것"이라며 "몸 상태가 좋아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터치패드를 찍은 뒤 전광판을 확인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지유찬. /사진=뉴스1 터치패드를 찍은 뒤 전광판을 확인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지유찬. /사진=뉴스1
21초대 목표를 돌파한 것에 대해선 "좀 더 수영을 더 열심히 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가 됐다"면서 "내 장점이 스타트 돌핀인데 그걸 좀 더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레이스 부분의 단점도 잘하는 선수들 영상도 보면서 배울 점을 배우고 계속 그걸 완벽하게 하려고 연습했다"고 기록 단축 비결을 공개했다.


개최지 중국에서, 많은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 에이스를 잠재우고 텃밭을 헤집어 놨다. 남자 자유형 계영 800m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판잔러는 중국 취재진의 '50m 결과가 의외였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결과였다"며 "내가 예선 성적을 깨지 못했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더 단련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유찬은 "어제(24일) 경기도 다 보고 갔는데 1등을 다 중국 선수들이 하더라"며 "내심 속으로 그걸 내가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분위기를) 끊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유찬이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유찬이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예다운 당당함이 돋보인다. 지유찬은 "홈경기도 아니고 중국에서 하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서 더 뜻 깊다"며 위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전혀 그런 것 없었고 오히려 우리 대표팀 동료들도 열심히 응원해 줘서 더 힘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지유찬은 "내가 스타트를 좋게 끊어서 뒤에 있는 형들도 같이 금메달 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시간이 되면 같이 응원하고 싶다"고 힘을 보탰다.

이유찬의 금빛 소식이 동료들에게도 힘이 됐을까. 한국은 이어진 남자 계영 800m에서도 중국의 벽을 넘어 아시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중국은 판잔러와 왕하오위 등 에이스들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한국에 다시 한 번 덜미를 잡혔다.

지유찬이 바꿔놓은 흐름이 한국 수영엔 도약의 기폭제가, 잔칫집이던 중국엔 재를 뿌리는 계기가 됐다.

시상대에서 기뻐하는 지유찬. /사진=뉴스1 시상대에서 기뻐하는 지유찬.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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