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3년 전 그 약속 "매너 좋은 선수 되겠다", 한순간의 실수로 지키지 못했다... 자필 사과문에 다시 새긴 굳은 다짐

이원희 기자  |  2023.09.27 10:27
권순우. /AFPBBNews=뉴스1 권순우. /AFPBBNews=뉴스1
권순우 자필 사과문. /사진=대한체육회 권순우 자필 사과문. /사진=대한체육회
"국가대표팀 경기를 응원하시는 모든 국민 여러분과 경기장에 계셨던 관중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6)가 거센 비난 속에 고객를 숙였다. 자신의 비매너 논란 때문이다. 지난 25일, 권순우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 출전했으나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에게 1-2(3-6, 7-5, 4-6)로 패했다.

있을 수 없는 충격패였다. 권순우는 세계 랭킹 112위, 반면 삼레즈는 636위에 불과한 선수다. 상대 선수가 여러 차례 타임을 불러 흐름을 끊었다고 해도, 변명이 될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권순우의 그 다음 행동이었다. 패한 것에 분에 이기지 못한 듯 라켓을 수차례 내리쳤다. 관중 모두 깜짝 놀라 말없이 쳐다본 과격한 행동. 여기에 권순우는 삼레즈의 악수 요청도 거부해 더 큰 논란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소후닷컴 등은 권순우가 비매너 행동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당시 경기를 지켜봤던 일부 관중들도 권순우를 향해 거센 야유를 보냈다.

3년 전이던 지난 2020년, 권순우는 한 인터뷰를 통해 "100위 안에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인성과 매너도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와 약속을 전했다. 실력적으로는 그 약속을 지켰다. 권순우는 한국 최고 테니스 스타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개인 최고 랭킹 52위까지 찍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두 번째 약속은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이후 권순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논란의 경기 바로 다음 날 오전, 태국 선수단을 직접 찾아가 삼레즈에게 사과했다. 삼레즈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선수는 오해를 풀었다.

비매너 논란에 휩싸인 권순우. /사진=SNS 캡처 비매너 논란에 휩싸인 권순우. /사진=SNS 캡처
또 권순우는 자필로 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아시안게임 테니스 단식 2회전 삼레즈와 경기가 종료된 직후에 국가대표 선수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경솔한 행동을 했다"며 "국가대표팀 경기를 응원하는 모든 국민 여러분과 경기장에 계셨던 관중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 저의 무례한 행동으로 불쾌했을 삼레즈에게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경기 후에 보인 행동들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깊게 생각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성찰하며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3년 전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이젠 자필 사과문에 담아 팬들에게 건넸다.


경기에 집중하는 권순우. /AFPBBNews=뉴스1 경기에 집중하는 권순우. /AFPBBNews=뉴스1
권순우. /AFPBBNews=뉴스1 권순우. /AFPBBNews=뉴스1
사실 권순우는 인성이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좋은 팬서비스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수많은 스타플레이어와도 친분을 쌓았다. 이번 비매너 논란에 대해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도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실수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다. 그간 쌓은 '매너남' 이미지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하지만 권순우는 아직 20대 중반의 어린 선수다. 회복할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 권순우는 "다시 한 번 스포츠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이번 약속, 이제는 잊지 말아야 한다.

권순우. /AFPBBNews=뉴스1 권순우.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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