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판잔러에게서 '박태환-쑨양' 향기가 난다, 그 특별한 브로맨스 [항저우 스토리]

항저우=안호근 기자  |  2023.09.28 12:00
판잔러(왼쪽)가 2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황선우의 손을 들어올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판잔러(왼쪽)가 2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황선우의 손을 들어올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태환(34)과 쑨양(32)은 한 시대를 풍미한 한중의 수영 영웅이자 라이벌이었다. 동시에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각별한 사이이기도 했다. 이들을 연상케하는 둘이 10여 년 만에 탄생했다.


황선우(20·강원도청)와 판잔러(19·중국)가 그렇다. 둘은 이번 대회 한중의 수영 에이스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판잔러는 100m에서 각각 서로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력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서로를 위하는 이들의 각별한 우정 때문이다. 한 살 동생인 판잔러는 경기가 끝나면 황선우에게 다가와 친근한 동생이 되고 황선우는 중국 홈에서 판잔러를 각별히 존중해주며 서로를 위하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직 양국의 수영 전설들과 비교하기엔 갈 길이 멀다. 박태환과 쑨양은 전성기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500m 3관왕에 오르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세를 탄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유형 100m와 200m, 4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경기 후 악수를 나누는 황선우(왼쪽)와 판잔러. /사진=뉴시스 경기 후 악수를 나누는 황선우(왼쪽)와 판잔러. /사진=뉴시스
2011 세계선수권에서도 자유형 400m에서 쑨양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이후엔 쑨양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박태환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400m 금메달의 주인공은 쑨양이었다. 쑨양은 1500m에서도 정상에 서며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쑨양은 2014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 개인 3관왕, 2015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개인 2관왕에 오르며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태환을 보며 꿈을 키운 쑨양은 박태환에 대한 존중을 나타냈고 결국 박태환을 넘어서며 세계 최고 선수가 됐다. 둘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경기 후엔 친구 혹은 형과 동생 같은 특별한 우정을 보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쑨양이 박태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케이크를 선물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선의의 관계는 둘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 중국 최고 스타 중 하나인 판잔러는 과거의 쑨양이 박태환에게 그랬듯 황선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황선우는 판잔러를 귀여운 동생이자 배울 점이 많은 동생으로 여기고 있다.

첫날 일정에서 자유형 100m에서 판잔러에게 밀려 동메달에 그친 황선우지만 계영 800m에서 중국을 제치고 정상에 섰고 27일 자유형 200m에서 판잔러를 초반부터 앞서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 기록 1분44초40은 2017년 쑨양이 세운 아시아 신기록(1분44초39)에 0.01초 차로 근접한 대회 신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쑨양(오른쪽)이 박태환의 손을 들어올려 주고 있다. /사진=OSEN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쑨양(오른쪽)이 박태환의 손을 들어올려 주고 있다. /사진=OSEN
인천 아시안게임 도중 생일을 맞은 박태환(왼쪽)을 위해 특별한 케이크를 준비한 쑨양이 얼굴에 케이크를 묻히며 장난치고 있는 장면. /사진=뉴스1 인천 아시안게임 도중 생일을 맞은 박태환(왼쪽)을 위해 특별한 케이크를 준비한 쑨양이 얼굴에 케이크를 묻히며 장난치고 있는 장면. /사진=뉴스1
물속에선 더 없는 경쟁자였으나 경기 후엔 달랐다. 판잔러는 우승자 황선우에게 다가와 손을 번쩍 들어올려줬고 셀카까지 제안하며 아시안게임을 단순한 경쟁의 장이 아닌 추억을 쌓는 특별한 기회로 여기는 듯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황선우는 이에 대한 질문에 "경기가 끝나고 판잔러가 '축하한다'며 다독여줬다. 손도 들어 올려줬는데 이렇게 중국에서 대단한 선수와 함께 멋진 레이스를 펼칠 수 있어서 정말 내게 큰 베이스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중국 기자들 앞에서 판잔러를 치켜세워주는 황선우 특유의 배려 섞인 발언이었다.

경기 후 따로 만난 황선우는 판잔러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갔다. 그는 "판잔러와 거의 2년째 보고 있는데 굉장히 친밀감이 많이 형성이 됐다"며 "판잔러는 자유형 100m에서 정말 대단한 기록을 낸 선수다. 정말 존경받아야 마땅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멋있게 보는 선수이면서 친근한 동생, 장난스러운 동생으로서 아시아에서 좋은 기록을 뽐내고 있으니까 같이 선의의 레이스를 하면서 같이 올라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홈그라운드에서 판잔러가 굉장한 슈퍼스타다. 그런데 판잔러가 경기 끝나고 나의 손을 들어줘서 많은 팬분들의 함성을 들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자들 사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둘을 박태환과 쑨양에 빗대는 의견들이 있다는 질문에 황선우는 "판잔러와 좋은 라이벌, 너무 적대적이지 않으면서 친근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건 정말 긍정적인 효과라고 본다"며 "서로 열심히 훈련하면서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서 서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멋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황선우(왼쪽)의 머리 뒤로 브이자를 그리며 장난을 치는 판잔러. /사진=뉴스1 황선우(왼쪽)의 머리 뒤로 브이자를 그리며 장난을 치는 판잔러.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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