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서 / 사진=필굿뮤직
최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화란'의 배우 김형서(비비)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 김형서는 연규와 티격태격하는 평범한 고등학생부터 연규의 유일한 보호막이 되어주는 하얀의 당찬 매력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높은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하얀 역에 발탁된 김형서는 "'화란'이 아닌 사나이 픽쳐스의 다른 작품인 '벌크'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하얀이라는 캐릭터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 그 역할로도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오디션을 봤고, 두 작품 다 괜찮다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 경쟁률이 높은지는 잘 몰랐고, 저는 그냥 재밌게 했다. '이건 실제 상황'이라고 되뇌면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왜 합격했는지 듣지는 못했고, 그냥 '잘하니까 해'라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제가 새로운 얼굴이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얀에 대해 "처음에는 건들건들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라더라. 또 착하고 다정하게 하니까 그런 느낌도 아니라고 하더라. '그럼 뭘까?'라고 생각했는데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그냥 고등학생처럼 하면 되는 거였다. 다정한 말도, 못된 말도 못하는 느낌으로 하려고 했다. 제 여동생과 대화할 때를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서는 "내가 고등학생 때 어땠는지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다"며 "실제 저는 친구들과 잘 안 어울리고 책 많이 읽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그런 점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첫 영화 촬영을 하며 동료 배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김형서는 "감을 못 잡고 갈팡질팡할 때 옆에서 홍사빈 배우가 많이 도와줬고, (정) 만식 선배님도 기술적인 걸 많이 도와주셨다. 엄마 역할로 나오신 박보경 선배님도 뒤를 돌아볼 때 시선, 발, 몸 순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조언해주시는 등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배웠던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김형서는 송중기와 호흡에 대해 "촬영이 없는 날에도 자주 와주셨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다. 너무 잘해주셨다"며 "많이 붙지는 않았지만, 연기쪽으로는 저를 믿어주신 것 같다. 이런 현장을 언제 또 만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연기보다는 스타가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며 "(송중기는) 멋진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구나라고 느꼈다"며 "항상 미소 지어주시고, 인사도 먼저 해주시고, 스태프들의 이름을 다 외우면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더라. 강강약약(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다)의 표본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형서는 송중기의 연기에 소름이 돋았다고 밝히기도. 그는 "처음에 (송) 중기 선배님을 봤을 때는 너무 잘생기고 아름다우신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촬영 현장에서 눈을 봤는데 서늘함에 소름이 돋더더라. 평범하다가도 촬영에 돌입하는 순간 상처받은 강아지의 눈을 하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전했다.
'화란' 스틸컷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연기의 매력에 대해서는 "가수는 나 혼자 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하고, 연기는 같이해도 된다는 유대감 때문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매번 처음 시작하는 설레는 마음 때문에 더 좋은 것 같다"면서 "무대 위에서의 비비와 배우로서의 김형서가 다르다. 무대에서는 저를 확 발산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보여줄 건 보여주고, 숨길 건 숨겨야 한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감이나 압박감도 없다. 사실 저는 가수 활동을 하는 것도 연기를 하는 것처럼 해왔다고 생각한다. '비누' 이후로 제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콘셉트를 연기하는 느낌으로 해왔다"며 "예능 나갈 때 압박감이 심한데 저는 계속 연기를 했다. 하나만 보신 분들은 제 이미지를 단정 지을 수 있지만, 저는 그것보다 더 복잡미묘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화란'을 찍는 도중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까지 동시에 촬영했다는 김형서는 "앨범도 나올 때여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든 면이 많았다. 근데 오히려 다 어두운 분위기라서 다행이었다. 어느 하나라도 밝은 분위기로 넘어갔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가수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작사, 작곡, 마케팅, 뮤직비디오 연출, 출연, 앨범 프로듀싱까지 하고 있어서 연기를 병행하는 게 많이 힘들고 벅찼는데 하니까 되더라.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김형서 / 사진=필굿뮤직
또한 지난해 김형서는 SNS 라이브를 통해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 바 있다. 이에 김형서는 "당시 연기 때문에 다이어트 중이었는데 지금은 그만뒀다. 일단 당시 잠을 잘 자지 못하였고, 3일을 못 잔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하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제가 느낀 건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슬프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못 산다. 당시 못 먹고 못 자니까 통장 잔고가 안 보이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에는 정신이 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식으로 터졌던 것 같은데 안 터졌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부끄럽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고 나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 제가 미팅하고, 회의하고, 보이지 않는 일정이 많은데 저를 혹사했던 것 같다. 지금은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저를 돌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