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10. 차박의 명(明)과 암(暗)

채준 기자  |  2023.11.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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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은 물론 관광여가 활동 형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자연 공간, 비대면 및 안전한 여행, 개인화된 여행에 대한 선호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여행 행태 변화 중의 하나는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차박)의 유행이다.


자동차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인하여 단순한 이동수단만이 아닌 휴식도 하고 이벤트도 하고 때로는 잠을 자는 생활수단으로 확장되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비대면 여가문화의 확산과 캠핑 중심의 다양한 미디어 프로그램이 증가한 것에 기인하지만, 자동차 여행에 대한 로망, 다양한 RV차량의 공급, 자동차 튜닝에 대한 법적인 완화 등도 한몫하였다고 본다.

움직이는 숙박시설이 된 차박은 안전과 편의성, 과시성, 한적함과 자연친화성 등 측면에서 여행자에게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머물고 싶은 어디에서든 머물 수 있는 노마드(Nomad)* 삶을 가져다줄 수 있기에 현대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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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로 인하여 윤석열 정부에서는 차동차 이용 캠핑을 국가 정책 과제의 하나로 뽑았다. 2022년 5월 발표된 국정과제를 보면, 관광분야 정책인 61번 '여행으로 행복한 국민, 관광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발표하였고, 이중 차박·캠핑을 새로운 관광행태로 보고 규제 개선을 통한 차박 명소를 발굴하는 것을 정책으로 제시하였다.

문제는 차박이 지역에 긍정적인 것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박의 대상으로 선호하는 장소를 보면, '바닷가/해변(40.5%)'이 가장 높았으며, '캠핑장(27.3%)', '산 및 계곡(14.9%)' 등 자연 장소로 나타난다(한국관광공사, 2022관광트렌드 분석, 2021). 그런데, 증가하는 차박 수요에 비하여 자동차 캠핑장의 공급 부족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자동차 캠핑장이 아닌 노지 또는 주차장 등에서 차박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2021년 캠핑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영과 취사 행위가 허용된 장소인지 확인 후 차박을 이용하는 응답자는 6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노지 또는 주차장 등에서 차박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엄연히 법적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박 장소인 자동차야영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지 불법만이 아니라 차박으로 인한 지역주민과의 갈등, 행정 비용 증가 등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차박으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 오폐수 및 쓰레기 투기, 공중화장실에서의 전기·수도 무단 사용, 주차장 장기 점유 등이 지역사회의 주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면, 강화도의 어촌마을은 차박의 증가로 인하여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짐에 따라 악취와 미관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단양생태체육공원의 경우는 차박의 증가로 인하여 관리 비용은 2019년 9천만 원에서 2021년 2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하였다. 간현 남한강 일대는 차박의 급증으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가 진입하지 못해 자연생태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무개념의 차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심각하다. 차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부 지자체에서는 캠핑·차박(차량 숙박) 금지 행정명령, 이용 제한 알림(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등을 통한 중점 단속을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올바른 차박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차박 에티켓을 홍보하면서 쓰레기 분리 수거대, 소화기 등 차박 관련 인프라 설치를 확대해 나가기도 하고 있다. 그런데, 소위 차박명소들은 산, 하천, 계곡, 방파제, 주차장 등이다. 이들 장소는 산림보호법, 하천법, 공원녹지법, 항만법, 주차장법 등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캠핑(차박)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 차원에서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차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통하여 증가하는 자동차 여행문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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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기본적으로 차박이 정해진 장소가 아닌 아무 곳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박이 가능한 장소의 확대와 함께 어느 곳에서든 차박을 하는 것은 무료가 아님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차박이 가능한 장소 확보를 위한 규제완화를 해주고 있다. 문화제육관광부는 해수욕장이나 야영장 유원지에서 연간 4개월 이내 기간 동안만 야영장업을 하려는 경우에 한하여 하수도 시설이나 화장실 등의 설치 대신 이용이 가능하면 야영장업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는 차박을 포함한 캠핑 국민수요에 정책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다는 취지로 2022년 6월 자연공원 내 생활밀착형 규제 개선 중 해상.해안 국립공원 내 자연환경지구에서 탐방객 편의를 위해 해안 및 섬 지역 야영장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를 넘어서 차박에 필요한 편의시설 조성과 등록된 자동차야영장을 손쉽게 늘릴 수 없는 현실에서 차박이 가능한 장소에 대한 확대가 요구된다. 북미, 호주 및 뉴질랜드 지역에서는 '분닥킹(Boondocking)'을 허용하고 있다(분닥킹은 차박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편의시설 및 서비스 없이 노지에서 차를 이용한 캠핑을 의미).

이는 예약 절차와 수수료가 필요 없이 오지 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우는 캠핑의 형태로 분닥킹이 가능한 장소는 주차장, 국유림 및 토지 관리국 지역 및 지정 캠핑장 등이다. 일부 지역에는 '캠핑 금지' 표시가 있지만, 표시가 없는 경우 며칠 동안 캠핑을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분닥킹을 하는 주된 이유는 RV공원과 캠핑장에서 일반 캠퍼들과 다르게 공간이나 활동이 폐쇄성을 갖거나 사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경우도 국유지나 군유지 등 공공 소유의 토지를 대상으로 차박 혀용장소를 확대하되, 마을권역 안에서 차박을 하는 경우 유료화를 하여 차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차박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보다 많이 갖추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기존의 차박으로 인한 지역사회 갈등과 환경오염 문제는 차박 과정에서 필요한 필수시설의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등록야영장 가운데 덤프스테이션(dump station: 캠핑용 자동차의 오폐수 시설)이 설치된 곳은 0.6%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여유롭게 이동하며 숙박하는 차박 이용자들을 위하여 등록야영장은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에 'RV스테이션' 설치 촉진하게 하는 등 등록야영장 이외의 장소에도 덤프스테이션 설치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민간 및 공공 소유의 토지와 시설을 대상으로 하여 간단한 편의시설 설치를 장려하여 차박허용장소를 확대하도록 한다. 외국의 경우 민간이 소유한 자산인 토지, 건물 등을 활용하여 자동차 이용 캠핑(차박)을 한시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이를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이용을 제고하는 등 공공자산뿐 아니라 민간영역의 자산을 공공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민간협력 사례를 보면, NTT동일본 통신빌딩 주차 공간에 2대분의 공간을 차박 장소로 정비하고, 2019년 10월 29일부터 검색, 예약, 결제서비스를 제공한 예가 있다. 이는 민간 주체들 간의 연계를 통하여 주차공간을 차박 공간으로 이용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이 민간 소유 토지 및 시설을 차박으로 이용할 수 있게 공개할 경우 세제 감면 등을 추진하거나, 일부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차박을 한시적 허용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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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지속가능한 차박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 표준조례안 보급하도록 한다. 앞에서도 제기하였듯이 차박은 산, 계곡, 하천, 방파제, 주차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여건에 따라서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지자체의 개별 조례로 차박을 관리하는 것은 차박 이용자에게 뿐만 아니라 관리예 있어서도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지역, 어느 장소에서도 동일한 정책 방향이 적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표준조례안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차박 캠핑으로 발생되는 사회적.환경적 문제 이슈, 지역관광 연계 여건 조성 이슈, 건전한 차박문화 기반 조성을 위한 것이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나 행위 규제 만으로는 차박으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차박이 이용자에게나 지역에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있도록 차박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과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천이 요구된다. 정해진 장소에서의 차박, 일회용품 등 쓰레기 되가져가지, 고성방가 등 소음 내지 않기 등의 실천뿐만 아니라 지역의 로컬 상품을 소비하여 차박으로 인한 지역경제 효과를 제고시키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 노마드(Nomad)는 원래 '유목민'을 뜻하는 말로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가 처음 사용한 철학적 용어이다. 하나의 문화 유형으로 발전하여 '노마드족(Nomad族)'이라 불리고 있는데, 현대의 유목민인 노마드족은 공간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창조적인 행위를 지향하는 사람을 말한다.

-김향자 CST 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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