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서 삼진 못 잡던 마무리 맞아?' 정해영, 도쿄돔서 1⅓이닝 KK 구위 폭발... 대표팀 뒷문 걱정 지웠다 [APBC 현장]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  2023.11.17 10:31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와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9회초 2사 1, 2루 위기를 넘기고 미소 짓고 있다.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와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9회초 2사 1, 2루 위기를 넘기고 미소 짓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 마무리 정해영(22)이 올 시즌 소속팀 KIA 타이거즈에서와 다른 모습으로 뒷문 걱정을 말끔히 지워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호주에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상위 두 팀만 진출할 수 있는 19일 결승전을 향한 여정까지 부담을 덜게 됐다. 한국은 17일 일본, 18일 대만을 차례로 상대해 결승 진출을 노린다.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은 가운데 5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간 선발 문동주(한화 이글스)의 뒤를 불펜 투수들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KIA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한국이 1-2로 뒤진 7회초 2사 1, 2루에서 최지민이 알렉스 홀을 유격수 뜬 공으로 잡아냈다. 2-2로 맞선 9회초 2사 1, 2루에서는 정해영이 최승용(두산 베어스)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 또 한 번 홀을 시속 133㎞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끌어내 이닝을 마쳤다. 호주 타자들은 정해영의 공을 건드리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안타 하나면 점수가 나는 연장 10회초 무사 1, 2루 승부치기 상황. 정해영은 2스트라이크 1볼에서 선두타자 클레이튼 캠벨에게 시속 131㎞ 바깥쪽 떨어지는 커브를 던져 타자의 자세 자체를 무너트렸다.

이후 이어진 김도영(KIA)의 병살 플레이도 정해영의 구위가 있어 가능했다. 크리스토퍼 버크에게 던진 직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3루수 김도영(KIA)의 얼굴에 직격했다. 다행히 타구가 강하지 않았고 김도영이 침착하게 3루를 밟고 2루로 던져 병살을 만들면서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결국 노시환의 연장 10회말 끝내기가 터지면서 정해영은 1⅓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두 개만을 솎아내며 승리 투수가 됐다.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와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와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정해영. /사진=KIA 타이거즈 정해영. /사진=KIA 타이거즈


올 시즌 KIA에서는 볼 수 없던 폭발적인 구위였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정해영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후 마무리로 성장했다. 3년 연속 20세이브를 포함해 4시즌 통산 218경기 16승 19패 12홀드 90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선동열 전 감독과 임창용도 하지 못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초 2년 연속 30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성적 자체는 52경기 3승 4패 1홀드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로 나쁘지 않았으나, 49⅓이닝 동안 53개의 안타를 내주고 24개의 사사구(23볼넷 1몸에 맞는 볼)를 내주는 등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48에 달했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이 3.65개로 올라간 것과 반비례해 삼진을 잡아내는 수는 5.47개로 커리어 최저점을 찍어 안정적인 마무리라 보긴 어려웠다. 어떻게든 팀의 리드를 잃지 않아 26번의 세이브 기회 중 3번밖에 블론세이브를 하지 않았으나, 구속이 하락하고 구위가 실종된 탓에 시즌 중에는 최지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6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대구 훈련 당시 류중일 한국 대표팀 감독이 박영현(KT 위즈)을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마무리에 대한 질문에) 고민이다. (아시안게임과 달리) 고우석이 빠졌고 (그다음 뒷문은) 박영현에게 맡길 생각이었는데 지금 한국시리즈를 하고 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최대한 최종 엔트리 결정을 늦췄었다.

하지만 8일 국군체육부대(상무)와 연습 경기에 등판해 1이닝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대표팀 포수 손성빈(롯데 자이언츠)으로부터는 "직구가 진짜 묵직하다. 타석에서도 느꼈는데 정말 좋다"라고 감탄사를 들었다.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와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10회초를 마무리하고 미소 짓고 있다. 정해영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와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10회초를 마무리하고 미소 짓고 있다.


그 결과 류중일 감독에게도 대표팀 마무리로 최종 낙점받았다. 류 감독은 호주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최지민과 정해영을 마무리로 쓸 계획을 밝혔고, 이날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정해영을 내보내며 믿음을 보였다. 호주와 경기 후에도 "7회 최지민에 이어 최승용이 8, 9회 잘 막아줬다. 정해영도 마무리로서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정해영은 마무리 부담감에 대해 "언제 나가든 주어진 임무에만 열심히 수행하려고 한다. 어차피 우리 투수들이 다 좋아서 내가 굳이 안 나가도 된다"고 웃으며 "내가 나가면 최대한 막으려는 생각뿐이다. 오늘(16일) 경기도 다 같이 잘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해영은 남은 일본, 대만전에 이어 결승전도 나갈 가능성이 크다. 1⅓이닝을 던져 일본전 등판은 쉽지 않지만, 정작 투구 수는 11개밖에 되지 않았기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정해영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 몸 상태가 좋아서 일단 나가기만 한다면 열심히 던지려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까 마지막에도 웃으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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