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처음엔 멀티포지션 싫었지만... 반짝 아니란 걸 증명할 것" '한국인 첫 ML GG' 수상 소감

안호근 기자  |  2023.11.20 16:05
김하성이 20일 골드글러브 수상 기자회견에서 글러브를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하성이 20일 골드글러브 수상 기자회견에서 글러브를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실 예전에는 멀티 포지션이 엄청 싫었다."

각 자리엔 확고한 주전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유틸리티라는 건 그저 이 자리 저 자리를 오가며 주전의 공백 때 빈자리를 메우는 정도로 여겨졌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스로도 그렇기에 유틸리티라는 역할이 처음엔 썩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있는 메이저리그(MLB)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하성은 지난 6일(한국시간) 2023 MLB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각 리그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올 시즌 다양한 자리를 오가면서도 발군의 수비 능력을 뽐낸 그는 2시즌 연속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더니 드디어 영광의 수상을 이뤘다.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에선 처음이자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10년 연속 받은 스즈키 이치로(일본)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나아가 내야수로는 아시아 최초다.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하성의 수비 장면.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김하성의 수비 장면.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빅리그 첫해 타율 0.202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그는 지난해 0.251까지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타격 생산성 면에선 1군에서 뛰기에 충분한 합격점을 받을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하성은 150경기에 나섰다. 그 이유는 NL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빼어난 수비에 있었다.


올 시즌엔 타격에서도 진일보했다. 152경기를 뛰며 타율 0.260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라는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수비에서는 잰더 보가츠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도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두루 소화하며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2루수로 가장 많은 106경기 856⅔이닝을 소화했지만 3루수로도 32경기 253⅓이닝, 유격수로도 20경기 153⅓이닝을 책임졌다.

2루수와 유틸리티 두 부문에서 모두 골드글러브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의 영광을 누린 건 유틸리티 부문이었다.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라는 강력한 후보군을 제치고 황금장갑을 꼈다.

뉴시스에 따르면 20일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골드글러브 수상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로 받게 돼 정말 영광이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친구들과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난해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는데 수상을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발표할 때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너무 많이 울려서 깼더니 수상했다고 하더라. 보고 있었으면 심장이 많이 뛰었을 거 같다. 2루수에서 못 받고 엄청 긴장하고 있었을 거 같은데 자고 있길 잘한 거 같다"고 말했다.

유틸리티 수상이 주는 의미는 특별했다. 그는 "둘 다 받았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하고 싶었다. 2루수도 좋지만 유틸리티 자체가 예전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멀티플레이어에 대한 기대와 가치 높아졌다"고 애착을 나타냈다.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을 전하는 김하성. /사진=뉴시스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을 전하는 김하성. /사진=뉴시스
지난해 유격수로서 제대로 인정을 받았지만 2023년을 다시 새로운 2루수에서 시작했다. 그는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포지션을 가릴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구단에도 '포지션보다는 출전 시간이 더 중요하다, 어디든 나가면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래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잘 도와줘서 2루수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

3루수와 유격수, 2루수를 두루 경험하면서도 어느 곳에서도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김하성은 "사실 예전에는 멀티 포지션이 엄청 싫었다. 고등학교 때도, 프로에서도 유격수만 보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안 돼서 고등학교 때도 프로에서도 여러 포지션을 봤다"면서도 "당시에는 싫었는데 그 부분들이 내가 메이저리그에 간 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그때 싫었던 감정과 시간들이 내가 성장하는데 엄청난 발판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수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미국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그래서 맨손 캐치 같은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며 "한국에 있을 때는 나도 기본기에만 집중했던 거 같다. 미국에 가면서 원 핸드 캐치를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듣고 훈련했더니 경기 때 응용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메이저리그 그라운드가 더 좋은 부분도 있다. 그런 게 겹치면서 한국보다 미국에서 수비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시즌 어려움을 겪고도 잘 버텨냈기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훈련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빠른 볼을 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수비는 그때도 자신 있었는데 공격에서 내 문제점이 많이 나타났다"는 김하성은 "부딪혀야 된단 생각으로 기계 볼을 시속 160㎞에 맞춰놓고 계속 쳤다. 엄지손가락도 많이 부었다. 그런 열정들이 도움이 됐다. 수비에서는 어깨가 좋다고 생각하다보니 아웃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수비 지표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의 피규어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김하성. /사진=뉴시스 자신의 피규어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김하성. /사진=뉴시스
이젠 최고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김하성은 "기대도 많이 했지만,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했다. 수상하고 나서는 욕심이 생긴다. 내년 시즌도, 앞으로 시즌 때도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 좋겠다는 생각하면서 운동하고 있다"며 "포지션에 상관없이 골드글러브는 항상 받고 싶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수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짝으로 받은 게 아니라는 걸 계속 증명하고 싶다"고 욕심을 나타냈다.

"(수상 후)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밥 멜빈 감독님께 받은 축하다. '내가 만나본 선수 중에 손에 꼽을 많아 선수였다. 같이 해서 좋았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그는 실버슬러거에 대해서도 "받으면 좋겠지만 실버 슬러거를 받기에 타격에 대한 부분은 내가 너무 부족한 거 같다. 내년에도 자신 있게 한 시즌 치를 생각이다. 받기 힘들겠지만 후보에 한번 올라봤으니 더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더욱 중요한 시즌이다. 그럼에도 김하성은 "나에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부터 안 중요했던 해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이 해오던 대로 최선 다해 잘 준비할 것"이라며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아지는 해가 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 이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정말 영광"이라며 "많은 팬들께서 새벽에도 일어나 응원해주시고 그런 응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내년에도 다치지 않고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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