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근조화환까지' 격동의 SSG 무슨 일이?... 단장은 떠나고, 1군 코칭스태프는 '새 얼굴' 가득

김우종 기자 | 2023.11.29 15:56

29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SSG 랜더스필드 야구장 앞 인도에 김강민의 한화 이글스로의 이적을 막지 못한 SSG 랜더스 구단에 항의의 표시로 팬들이 가져다 논 조화들이 놓여 있다. 김강민은 23년 동안 전신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나, 4년 만에 재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 선수 35인 명단에서 제외돼 한화 이글스에 4라운드 지명을 받고 이적했다.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윤요섭, 배영수, 강병식 코치. /사진=SSG 랜더스 제공

격동의 시간이다. SSG 랜더스가 그 어느 시즌보다 변화가 큰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강민(41)을 한화로 떠나보내면서 결국 책임자였던 김성용 전 단장이 완전히 팀을 떠나게 됐다. 여기에 SSG 팬들은 29일 SSG 랜더스 필드 앞에 근조화환까지 보내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래도 SSG는 내년 시즌 인천 팬들과 함께 야구를 하며 2022시즌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 현재 SSG는 새로운 얼굴로 내년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 개편 사실도 공식 발표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SSG는 2022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지킴)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2023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렇지만 올 시즌 SSG는 76승 3무 65패(승률 0.539)의 성적과 함께 3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만나 3연패를 당하며 씁쓸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이후 거센 후폭풍이 이어졌다. 2022시즌 팀에 통합 우승을 안겨준 사령탑인 김원형 감독을 지난달 말 전격 경질한 게 그 신호탄이었다. 당시 SSG 구단은 팀의 전체적인 운영과 선수 세대교체 등에 있어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김원형 전 감독의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SSG는 "매우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면서 변화를 향한 의지를 피력했다.

SSG가 올 시즌을 마친 뒤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건 '변화'와 '혁신'이다. SSG는 이러한 의지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선수 구성은 물론,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 35인 보호 명단에서 SSG의 일부 베테랑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구계가 술렁였다. 결국 실제로 김강민이 한화로 이적하면서 SSG 팬들이 우려하던 일은 현실이 됐다. 또 최주환마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SSG 팬들은 분노했고, 김성용 단장은 사실상 경질되면서 팀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 29일 스타뉴스 취재 결과, 김성용 전 단장은 최근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오프시즌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성용 전 SSG 랜더스 단장. /사진=SSG 랜더스 제공

김강민이 직접 제작한 메시지.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래도 SSG는 계속해서 변화와 혁신에 주저하지 않으며 올겨울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9일에는 코칭스태프 보직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 SSG는 퓨처스 팀(2군) 감독으로 손시헌(43) 전 NC 코치를 영입한 상태였다. 다만 이 역시 선임 과정에서 말이 나오기도 했다. 손시헌 감독은 NC 다이노스의 지원과 함께 미국 연수를 받은 뒤 국내에 돌아와서도 NC에 몸담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SSG가 영입하면서 말이 나왔고, 이에 SSG는 NC 구단에 연수 지원금을 돌려주는 대신 합류하는 쪽으로 매듭을 지었다.

이어 1군 사령탑으로 이숭용 감독을 지난 17일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액 9억원의 조건이었다. SSG 사령탑을 두고 4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심층 면접 끝에 구단이 선택한 최종 주인공은 이숭용 감독이었다. SSG 구단은 이 감독이 개방적 소통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 개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번트형 리더십'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선수 중심의 사고와 강한 신뢰 관계를 형성해 하나 된 팀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로 봤다.

앞서 이승용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손시헌 퓨처스 감독에 관해 "제가 단장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육성은 1군에서 써야 이뤄진다는 점이다. 2군에서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1군에서 경험한 것과 다르다. 퓨처스 쪽과 소통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절박하게 야구하는 선수를 기용하려 한다. 기량이 올라오는 선수를 퓨처스 쪽에서 추천해주면 적극적으로 폭넓게 기용할 생각"이라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손시헌 신임 퓨처스 감독. /사진=SSG 랜더스 제공

여기에 이숭용 감독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할 핵심 코칭스태프의 얼굴이 29일 공개됐다. 큰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1군 코치로 시즌 막판까지 함께했던 코치 중 조원우, 조동화, 이승호 정도의 코치들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새로운 얼굴로 채워졌다. 이숭용 감독은 취임 당시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수석코치는 투수 출신을 생각하고 있다. 투수 파트는 전적으로 신뢰하려고 한다. 운영이나 이런 부분은 상의해서 그렇게 믿고 갈 생각"이라고 했는데, 결국 투수 출신인 송신영 코치가 함께하게 됐다.

SSG는 29일 "송신영(전 키움 히어로즈 코치) 수석코치와 조원우 벤치코치, 배영수(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 투수코치, 이승호 불펜코치, 강병식(전 키움 히어로즈 코치) 타격 코치, 이대수 수비 코치, 조동화(3루)-임재현(1루) 작전주루 코치, 윤요섭(전 LG 트윈스 코치) 배터리 코치가 각 분야를 담당한다"면서 "타격 보조 코치는 추후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숭용 감독이 몸담았던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에서 동고동락했던 이들이 주를 이뤘다. SSG는 이번 코칭스태프 인선에 관해 "파트별 전문성과 코칭 능력을 갖춘 코칭스태프 인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어 "SSG는 2024시즌 코칭스태프 구성 완료에 따라 이날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참여하는 전력 강화 세미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신영 수석코치는 1999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한 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에서 현역으로 뛰었다. 2018년 넥센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이번에 수석 코치로 부임하게 됐다. 강병식 코치는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뒤 2012년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올해까지 계속 히어로즈에서 코치로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배영수 코치는 SSG와 큰 인연은 없다.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로서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고, 2020시즌부터 두산과 롯데에서 지도자로 뛰었다. 윤요섭 코치는 2008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뒤 2010년까지 SK에 몸담았다. 이후 LG와 KT 위즈를 거쳐 2018년부터 KT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23시즌에는 LG의 2군 배터리 코치를 역임했다.

2024년 SSG 랜더스 코치진 명단. /그래픽=SSG 랜더스 제공

이제 SSG는 단장 선임과 외국인 선수 영입 그리고 베테랑의 역할 정리 등의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단장은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인사 영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SG는 김성용 전 단장의 R&D센터(구 육성팀) 센터장 보직 사실을 밝힌 뒤 "신규 단장이 선임될 때까지 단장 역할은 민경삼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하며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매끄러운 세대교체도 병행돼야 한다. 이숭용 감독은 "나 혼자는 불가능하지만, 선수와 신뢰를 쌓고 프런트와 베테랑 등 주변에서 도와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도 선수 생활을 41세까지 했다. 베테랑 선수들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들의 체력을 어떻게 세이브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키움 히어로즈 역시 같은 날 SSG로 향한 송신영, 강병식 두 코치에 관해 "퓨처스팀 코칭스태프 구성을 지난 10월에 확정했으나, 최근 타 구단으로부터 송신영 퓨처스팀 투수코치와 강병식 잔류군 야수코치에 대한 영입 가능성을 묻는 요청을 받았다. 두 코치는 물론 현장 파트와 논의한 결과 개인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키움은 노병오 잔류군 투수코치가 퓨처스팀 투수코치로 이동하고, 오주원 퓨처스팀 전력분석원이 잔류군 투수코치를 맡는다. 이번 시즌 종료 후 웨이버 공시된 외야수 출신 이병규는 잔류군 야수 코치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