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격렬했던 세리머니' 박지원, 금메달로 시련 떨쳐냈다 "서울의 힘, 잊고 싶지 않았다"

박지원이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 1차 레이스 결승에서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지원. /사진=뉴시스

박지원(27·서울시청)이 그간 불운을 떨쳐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연속 크리스털 글로브를 향해 레이스를 펼친다.


박지원은 지난 시즌 월드컵 14관왕에 오르며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우뚝 섰다. 종합 랭킹 포인트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 영예의 초대 수상자도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유독 우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황대헌의 무리한 인코스 추월로 충돌해 넘어져 4위에 그쳤다.

불운은 이어졌다.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500m 2차 레이스 결선에서도 줄곧 선두를 달리다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몸싸움을 펼치는 사이 3위로 달리던 김건우(스포츠토토)에게 선두를 빼앗겨 우승을 내줬다.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중반까지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다가 4바퀴를 남겨놓고 윌리엄 단지누(캐나다)와 부딪히면서 5위에 그쳤다.

박지원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안방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16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대회 남자 1500m 1차 레이스 결선에서 2분16초3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 중반부터 결승선까지 1위를 놓치지 않은 완벽한 레이스였다. 지난 10월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우승 이후 첫 금메달이다.

결승선을 통과한 박지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믹스드존에서 인터뷰하는 박지원. /사진=박재호 기자

우승 직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박지원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이번 시즌에는 아쉬운 성적이 이어졌고 고민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이겨내자고 혼자 되뇌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떠올렸다. 당시 박지원은 한국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남자 1000m, 1500m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3월 이곳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그 힘을 잃고 싶지 않았다. 결과가 같은 금이라 뜻깊다"고 뿌듯해했다.

박지원은 결승선을 통과하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평소보다 더욱 격렬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어려움 끝에 우승해 나도 모르게 많이 흥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은 이번 우승으로 종합 랭킹 포인트 556점으로 뒤부아(573점)에 이어 2위에 자리했다. 이날 열리는 1500m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선두에 오를 수 있다. 박지원의 목표는 크리스털 글로브다. 그는 "1위로 올라서는 것보다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6차 대회까지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레이스 펼치는 박지원. /사진=뉴시스

박지원.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