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은 오는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주로 출국해 현지 적응 후 2월 1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장소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공유했던 스코츠데일의 솔트리버 앳 토킹스틱 구장으로 2월 14일까지 머문다.
이번 키움 미국 스프링캠프의 컨셉은 소수 정예다. 2024년 신인들은 모두 포함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스프링캠프에는 홍원기 감독이 1군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그런 가운데 김휘집(22)은 이주형(23), 송성문(28) 등 선발대 7명에 포함돼 빠른 현지 적응을 위해 지난주 미국으로 먼저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후가 떠난 키움 타선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여기에 주장 김혜성(25)까지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면서 키움은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은 벌었다. 최근 2년간 공격적인 베테랑 수집으로 유망주들이 성적 스트레스의 압박은 받지 않고 뛰어놀 환경은 조성됐다. 외야에는 이용규(39), 이형종(35), 외국인 선수 로니 도슨(29), 내야에는 이원석(38), 최주환(36), 송성문, 임지열(29) 등이 중심을 잡을 전망이다.
김휘집은 이주형과 함께 포스트 이정후 시대를 이끌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김휘집은 데뷔 첫해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내 매년 꾸준히 타석 수를 늘렸다. 프로 3년 차를 맞은 지난해는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면서 한층 더 성장한 한 해였다. 정규시즌 110경기 타율 0.249(369타수 92안타), 8홈런 51타점 46득점, 출루율 0.338 장타율 0.374를 기록했고, 2루타도 22개로 대폭 늘리는 등 주요 타격지표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25)과 함께 데뷔 시즌부터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몇 안 되는 키움 선수였다.
키움 김휘집이 지난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9회초 다구치 카즈토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동 나이대에 돋보이는 장타력과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처음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이 대회에서 김휘집은 김혜성, 김주원(22·NC 다이노스) 등 쟁쟁한 동료들에 밀려 호주와 첫 경기까지도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과 두 번째 경기 9회초 2사에 대타로 들어서 한국의 영봉패를 막는(1-2 패) 좌월 솔로포를 때려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때 김휘집이 기록한 홈런은 APBC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때려낸 유일한 아치였고, 상대 투수는 최근 2년 84⅓이닝 동안 홈런을 2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일본프로야구(NPB) 정상급 마무리 다구치 가즈토(29·야쿠르트 스왈로스)였다.
이후 대만전, 일본과 결승전에도 주전으로서 출전했고 이때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김혜성 이후 키움 내야를 이끌 유망주로서 인증받았다. 최근 끝난 2024년 연봉 협상에서도 올라간 위상이 확인됐다. 김휘집은 지난 시즌 팀 최다 홈런을 기록한 공을 인정 받아 전년 대비 48.6% 오른 1억 1000만 원을 받게 되면서 데뷔 첫 억대 연봉을 받게 됐다. 키움의 억대 연봉자 중에서는 가장 막내다.
APBC에서 일본 선수들의 타격 어프로치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김휘집이다. APBC 귀국 당시 만난 김휘집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오버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이 1번 과제라 느꼈다. 일본 타자들을 보니 기본적으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쓸데없는 동작 없이 한 번의 스윙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그런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평소 타격 어프로치와 관련해 야마다 테츠토(32·야쿠르트)나 스즈키 세이야(30·시카고 컵스)를 참고하는데 이번에 일본 대표팀 훈련하는 걸 보니 마키 슈고(26·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선수가 눈에 띄었다. 방망이 헤드 부분을 잘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티배팅도 봤는데 많은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키움 김휘집이 지난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존경하는 선배이자 형 김혜성을 따라 자신에게 맞는 식단 관리도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김휘집은 "입단 초반에 (김)혜성이 형을 따라 해봤는데 (탄수화물을 배제하는) 형의 식단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대신 지난 겨울(2022년)에 스포츠 영양학을 공부하고 야구에 맞는 식단을 찾아보면서 어떤 게 도움이 될지 많이 찾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시즌 중에는 일요일 저녁, 월요일 점심, 저녁 딱 세 끼만 먹고 싶은 걸 먹고 화요일부터 일요일 점심까지는 튀김, 야식, 카페인, 빵, 케이크 등을 절대 먹지 않는 식이다. 지난해 내 자신을 칭찬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한 시즌 동안 스스로 한 약속을 다 지킨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달 뒤에 고척스카이돔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그 마음가짐은 변함없었다. 출국 전까지 송성문 등과 함께 고척돔에 나와 김휘집은 "그때(지난해 11월) 계획한 것을 지금도 잘 이어가고 있다. 사실 내겐 지난 시즌이 끝난 순간이 새해라, 2024년이 됐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며 "(송)성문이 형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신다. 진짜 열심히 하는 형이라 나도 형을 보고 배우면서 이젠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는 전통을 이어가야겠다는 각오가 절로 든다"고 근황을 전했다.
미국 스프링캠프는 김휘집에게 있어 지난 두 달간 새로이 배운 것을 정립할 기회다. 현지 팀과 많은 연습 경기가 잡힌 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는 습득한 것을 체화하기도 바쁘다. 김휘집은 "현재는 기술 훈련의 양을 늘려가면서 기본기에 충실한 훈련을 하고 있다. 비시즌 때 바꾸고 싶었던 걸 스프링캠프까지만 시도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변화를 주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