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단장이 직접 밝힌 KIA 새 감독 조건 "성적 낼 수 있는 감독 필요, 지금 우리 선수 잘 알면 가산점"

김동윤 기자  |  2024.01.31 15:13
심재학(오른쪽에서 두 번째) KIA 단장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심재학(오른쪽에서 두 번째) KIA 단장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를 이끌었던 김종국(51) 전 감독과 장정석(51) 전 단장이 동시에 구속 수감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아직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기에 계속해서 이들의 결과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과 별개로 KIA 구단은 이제 막 스프링캠프를 떠난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새로운 KIA를 이끌 감독 선임이었다.


심재학(52) KIA 단장은 31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새 감독의 조건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빠르게 우리 팀을 재정비하고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개막까지 50일(실제로는 53일) 남은 시점에서 최대한 우리 팀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감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KIA 구단은 스프링캠프 출국을 3일 앞두고 날벼락을 맞았다. 시즌 시작을 알리는 스프링캠프에 수장이 사라진 것. 김종국 전 감독의 직무정지부터 계약 해지 그리고 충격의 영장실질심사 출두까지 그야말로 폭풍의 3일이었다. 그렇기에 출국 준비에 나선 KIA 선수단의 발걸음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모일 때부터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KIA 구단 공식 SNS에 짧게 담긴 선수들의 버스 탑승 모습에서 웃음은 찾기 힘들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염려한 심재학 단장은 직접 버스 앞에서 선수들을 배웅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나성범(35)과 투수조 최고참 양현종(36)에게도 따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심재학 단장은 "이런 분위기에서 떠나게 해 미안하다고 했다. 선수들도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고참 선수들에게도 따로 이야기했다"며 "구단 일부(김종국, 장정석)의 잘못으로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게 할 테니 가급적 분위기는 신경 쓰지 말고 정규 시즌을 위해 몸을 잘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에만 집중하다 보면 조금은 (복잡한 생각을)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KIA 나성범(왼쪽)과 양현종이 30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OSEN KIA 나성범(왼쪽)과 양현종이 30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OSEN


선수들도 뜻밖의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을 만난 나성범은 "지금은 뭐라 이야기할 건 아닌 거 같다. 일단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했으니 여기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을 아끼며 "캠프 출국일은 한 해 야구를 시작하는 날이라 오랜만에 보는 선수도 있었다. 다들 웃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너무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분이 새로운 감독으로 오실지 모르겠지만, 빠르게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너무 동요되지 말고 준비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선수와 팬 모두가 원하는 건 제대로 된 감독 선임이다. 내부 승진부터 외부 인사까지 모두 고려하고 있으나, 현재 타 구단에서 재직 중인 인사는 가급적 배제할 뜻을 밝혔다. 현재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 선동열 전 감독 등 과거 타이거즈 출신과 김원형 전 SSG 랜더스 감독,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 류중일 전 한국 대표팀 감독 같은 재야 인사, 진갑용 수석코치, 이범호 1군 타격코치, 손승락 퓨처스팀 감독 등 내부 인사까지 다양한 인물이 KIA 차기 감독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심재학 단장은 "감독으로서 필요한 인화력이라 리더십은 물론이고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포괄적으로 후보 명단을 추리고는 있는데 타 구단 코치는 시즌을 시작한 그 팀에도 분명히 피해가 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꼭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지금의 KIA 선수단과 분위기를 잘 아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심재학 단장은 "새 감독이 자기만의 사단을 꾸릴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10~11월에 감독을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군이 제한적이다. 기존 코치진부터 외부의 코치 출신까지 모두 보고 있는데 (기존의) KIA를 잘 안다기보다 지금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는 사람에게 가산점이 분명 붙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IA 구단으로서는 최대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김종국 전 감독의 배임수재 의혹 및 구속 영장 발부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애초에 프로야구 현직 감독이 검찰로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일이 보기 드문 일이었다. 1983년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김진영 감독이 경기 도중 판정에 불복, 심판을 폭행해 구속 기소된 적은 있었지만, 개인 비리로는 김종국 전 감독이 최초 사례가 될 뻔했다.

장정석 전 단장(왼쪽)과 김종국 전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왼쪽)과 김종국 전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KIA 감독. 김종국 전 KIA 감독.


그만큼 여파가 큰 사건이었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프로 18년 차 베테랑 양현종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김종국 전 감독은 양현종과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함께 동고동락해 왔던 28년 타이거즈 원클럽맨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김종국 전 감독은 광주서림초-무등중-광주제일고-고려대를 졸업 후 1996년 1차 지명으로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국가대표 2루수로서 통산 13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7(4391타수 1086안타) 66홈런 429타점 604득점 25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68의 기록을 남겼다. 은퇴 후에도 타이거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나가 선수로서 3번(1996년, 1997년, 2009년)을 함께했고, 코치로서는 1번(2017년)으로 총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양현종과는 2009년 선수로서, 2017년 코치로서 함께했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 만난 양현종은 "나도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당황스럽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아끼면서 "다만 우리는 스프링캠프를 가는 길이기 때문에 캠프를 잘 준비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올해 스스로 생각했던 각오나 목표를 다시 마음속에 새기면서 비행기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2021년 수석코치에 올랐고 2022년에는 맷 윌리엄스 전 감독에 이어 타이거즈의 제10대 사령탑이 되면서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의 길을 걷는 듯했다. KIA 구단은 김종국 전 감독을 선임할 당시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KIA를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종국 전 감독 본인도 "팀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더 높고 많다"고 취임 소감을 남긴 바 있다.

28년간 쌓아 올린 신뢰와 믿음은 단 며칠 만에 산산조각났다. 의혹에 휩싸인 시점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것이 매끄럽지 않았다. 현재까지 검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각각 1억여 원과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업체는 2022년부터 KIA를 후원하기 시작해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빠르게 팬들에게도 친숙한 기업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했다. 뉴스1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감독이 2022년 6월 후원 업체 회장 A씨를 만나 견장 광고를 제안했고 이를 장 전 단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견장 광고는 선수 유니폼의 소매나 어깨에 붙이는 광고로 검찰은 두 사람이 금품을 받고 후원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구속영장에는 김 전 감독이 2022년 7월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A씨를 만나 광고 계약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고, 해당 업체의 광고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장 전 단장은 배임수재 미수 혐의도 받는다.

장정석(위) KIA 전 단장과 김종국 KIA 전 감독이 3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장정석(위) KIA 전 단장과 김종국 KIA 전 감독이 3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이러한 혐의는 검찰이 지난해 3월 장정석 전 단장이 2022년 당시 KIA 소속이던 박동원(34·LG 트윈스)에게 연장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뒷돈을 요구한 의혹을 수사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양쪽 입장을 모두 들은 KIA 구단은 대화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장 전 단장을 해임 조치했다. 이후 클린베이스볼센터를 통해 KIA 구단의 자진 신고를 받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해당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 10개 구단을 상대로 전수조사한 후 지난해 4월 검찰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의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조사 과정에서 박동원 건과 별개로 장 전 단장의 배임수재 혐의를 포착했다. 지난해 11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 2~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장 전 단장이 부당하게 챙긴 금액 중 일부가 김 전 감독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됐다.

두 사람이 받는 주 혐의는 배임수재죄다.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에 해당하는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정의된다. 해당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30일 오전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오전 10시 무렵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은 2시간가량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취재진과 마주했다. 두 사람은 취재진으로부터 "뒷돈을 받았습니까", "팬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등 여러 질문을 받았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두 사람은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 구치소로 향해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 끝에 구속 기각이 결정, 오후 10시 무렵 구치소를 벗어났다.

유 부장판사는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련의 후원 과정과 피의자의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춰 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영장 기각 취지를 설명했다.

KIA 선수단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스프링캠프지로 출국하고 있다. KIA 선수단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스프링캠프지로 출국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2023년 스프링캠프 모습. KIA 타이거즈의 2023년 스프링캠프 모습.


김 전 감독은 27일 KIA 구단과 면담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돈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그 목적을 두고 김 전 감독과 검찰의 해석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의 주장이 맞다고 해도 KIA 구단은 이 모든 것을 외부 제보로 알게 됐다.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이 24일이지만, 김 전 감독은 끝까지 알리지 않았다. KIA 구단은 면담을 통해 일단 김 전 감독을 믿고 경질이 아닌 직무 정지로 마무리했나, 또 한 번 구속 영장 청구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했다. KIA 구단이 구속 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지 반나절 만에 품위손상행위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발표하게 된 이유다.

이미 28년 원클럽맨조차 실망을 안겨준 상황. 구단이 단순히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현재의' KIA 선수단과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성적을 내줄 인사를 차기 후보로 찾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삐걱대긴 했지만, 선수들의 잘못은 아니었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하나로 뭉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의 KIA는 충분히 다른 팀에 견주어도 우승에 도전해 볼 만한 전력이라 평가받고 있다.

선수들은 준비가 됐다. 나성범은 "주장이라면 어려워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말을 하고, 한마디 해야 할 때는 또 해야 한다. 또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에 소통할 때 선수를 대변하는 것이 주장이라 생각한다"고 나름의 소신을 밝히면서 "그냥 우리가 야구를 열심히 할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분위기가 이렇다 해서 선수와 코칭스태프마저 여기서 더 다운되면 또 한 시즌을 망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코칭스태프와 우리 모두 빠르게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젠 구단이 다시 한 번 선수들의 노력에 응답할 차례다. 심재학 단장은 "스프링캠프까지는 전략 기획 미팅도 했고 코치들이 충분히 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빠르게 수습하면 좋겠지만, 최대한 신중해지려고 한다. 언제까지 뽑겠다는 데드라인은 정해놓지 않았다. 나와 호흡이 맞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어느 감독이 되더라도 단장인 내가 맞춰 나가면 된다. 그보단 구단의 방향성과 목표에 맞는 감독을 데려오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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