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전 실점에 아쉬워하는 손흥민(가운데). /사진=뉴시스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해 탈락했다.
이로써 한국은 64년 만에 아시아 무대 정상에 오르겠다는 꿈을 다시 한 번 놓쳤다. 실망스러운 패배였다. 경기 전만 해도 분석 업체, 해외 매체들은 한국의 결승 진출을 예상했다. 그럴 것이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요르단은 87위로 팀 전력과 선수 이름값에서 한국이 앞섰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요르단이 전체슈팅 17개, 유효슈팅 7개를 때리는 동안, 한국의 전체슈팅은 8개, 유효슈팅은 0개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내내 흔들린 수비진이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빠졌다는 것을 내세우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무너졌다. 김민재를 대신해 울산HD K리그1 2연패를 이끈 김영권, 정승현이 센터백 호흡을 맞췄지만, '요르단 콤비' 야잔 알 나이마트(알아흘리),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에게 완전히 밀렸다. 알 나이마트는 후반 8분, 알타마리는 후반 21분 골을 터뜨렸다.
사실 한국의 수비 불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회 내내 지속됐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음에도 대회 6경기 동안 무려 10실점했다. 무실점 경기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서 3-1로 이겼지만, 2차전 요르단전에서는 수비가 흔들린 끝에 2-2로 비겼다. 3차전에선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도 3실점하며 충격의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짜릿한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파격 스리백 전술도 실패했다. 8강 호주전 역시 1실점을 기록했다.
요르단 경기에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 계속된 실점에 한 외신기자는 대표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을 향해 '이때까지 8실점한 팀은 우승한 적 없었다'고 민감한 질문을 날렸다. 당시 황인범은 "새로운 역사는 쓰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우승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국은 탈락했다. 요르단전에서도 수비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결과적으로 외신 기자의 말이 맞았다.
실점에 아쉬워하는 한국 수비진. /사진=뉴스1 제공
클린스만 감독은 토너먼트부터 양 측 풀백으로 김태환(전북현대)-설영우(울산HD)를 고집했다. 16강, 8강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2차례 연장 혈투 속에 체력 부담만 쌓여갔다. 4강 요르단전에서는 확실히 몸이 무거워 보였다. 김민재마저 없으니 요르단 공격을 제어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결국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패배 후 주저앉은 설영우(왼쪽). /사진=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