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민영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분노를 유발한 빌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특히 박민환 역의 배우 이이경은 뻔뻔한 불륜남 연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쓰레기 남편'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박민영은 이이경에 대해 "사실 난 예능으로만 접했던 배우였는데, 실제로 옆에서 연기해보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면서 "처음부터 너무 꼴 보기 싫게 나오더라. 집 신을 먼저 찍는데 소품팀들이 너무 리얼하게 구현을 해주셨더라. 진짜 김치, 라면 냄새도 났고, 소파에 누워서 오락기를 내던질 때는 정말 보기 싫은 걸 본 듯한 느낌이었다. 진짜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극 중 샤워를 마친 박민환이 "자기랑 '뜨밤'(뜨거운 밤) 보내려고 택시 타고 왔다"며 상반신을 노출한 채 강지원에게 들이대는 장면도 인상 깊게 남았다. 박민영은 "갑자기 '뜨밤' 보내자고 수건만 두르고 다가오는데 100% 찐 표정이 나오더라"며 "너무 괴로웠다. '진짜 안 되겠다' 생각이 들게끔 연기를 해줬다"고 돌아봤다.
박민영은 극 중 박민환이 강지원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 꼽기도 했다. 박민환은 조악하게 만든 빵, 철자마저 틀린 문구를 적은 종이만이 전부인 최악의 프러포즈를 기획해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박민영은 "현장에서 정말 화낼 뻔했다"고 웃으며 "촬영은 한 테이크에 끝났다. 너무 웃겨서 더 찍고 싶었는데, 스태프들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플래시백 촬영이 거의 한 번에 끝났다. 실제 그런 프러포즈를 받는다면 용납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절친 정수민 역의 배우 송하윤도 강렬한 빌런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박민영과 송하윤은 실제로도 1986년생 동갑내기다. 박민영은 "병원 신이 첫 신이었는데, 동갑이기도 하고, 데뷔 연도도 비슷해서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서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만나서 그런지 별다른 설명 없이 지원이랑 수민이로 만났다. 보아 씨나 공민정 씨도 똑같은 86라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잘 버텨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이어갔어요. 서로 잘 알고 있고 어찌 보면 이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도 있었고...그래서 더 친구로서 케미도, 나중에 완전한 적으로서 케미도 잘 맞았단 생각이 들어요. 되게 좋은 배우이기 때문에 하윤 배우가 어떻게 하는지 리허설을 보고 저는 그 연기를 보면서 영감을 받아서 톤을 조절했어요. 그래서 합이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수민이 같은 친구는 다행히 없어요. (웃음) 있었으면 제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이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배우 박민영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박민영은 "다행히도 (나)인우랑 로맨스가 진행된 다음에 '1박 2일'을 처음 봤다"며 "그래서 깜짝 놀랐다. '진짜 진실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인우가 정말 착하고 바른 청년인데, 그게 다 '1박 2일'에서 나오더라. 배우는 연기에 몰입해야 하니까 '갈아 끼운다'고 하는데, 그걸 잘하는 배우라 오히려 더 믿음이 갔다. 촬영장에 오면 유지혁이 되어서 와 버리니까, 예능캐와 분리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박민영은 이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시티헌터', '영광의 재인', '힐러', '리멤버 - 아들의 전쟁', '7일의 왕비', '김비서가 왜 그럴까', '그녀의 사생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월수금화목토'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쉼 없이 활동했다.
박민영은 '강지원처럼 10년 전으로 회귀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많이 찾아봤는데 그때도 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며 "너무 연기에 푹 빠져서 일만하고 있을 때더라. 너무 일에만 할애를 한 것 같아서 돌아간다면 '인간' 박민영한테는 가끔은 쉬라고 하고 싶다. 너무 달리다 보면 지칠 수 있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까 크게 부딪히면 아플 테니 좀 쉬면서 마음도 단단히 여미고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민영은 내달 중 '내 남편과 결혼해줘' 출연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3박 5일간 베트남으로 꿀 같은 포상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이후 아시아 팬 미팅 투어를 돌며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해외 팬 미팅은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박민영은 "똑같은 마음가짐이다. 이렇게 기자님들 뵙고 싶다고 요청드린 것과 비슷하다. 팬들과 하나하나 눈 마주치면서 '나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서 일부러 더 강행한 것도 있다.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차기작도 보고 있다. 열심히 찍어서 더 좋은 배우의 모습으로 찾아뵐 것"이라고 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