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탁구 "결승서 중국 만나겠다" 바람 무산됐지만, 그래도 4강 맞대결 임박... 홈팬 응원 앞세워 기적 노린다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부산=양정웅 기자  |  2024.02.21 10:14
남자 탁구 대표팀이 16강 진출 확정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우진, 박규현, 안재현, 주세혁 감독, 임종훈.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남자 탁구 대표팀이 16강 진출 확정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우진, 박규현, 안재현, 주세혁 감독, 임종훈.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주세혁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토너먼트 대진 추첨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주세혁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토너먼트 대진 추첨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 메달을 따내겠다는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 탁구대표팀이 세계탁구선수권 준결승에서 중국과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우진(29), 임종훈(27·한국거래소), 이상수(34·삼성생명), 박규현(19·미래에셋증권), 안재현(25·한국거래소)으로 구성된 남자대표팀은 21일 자정 실시된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본선 대진 추첨 결과 16강전(오후 8시)을 인도(세계랭킹 16위)-카자흐스탄(29위)전 승자와 맞붙게 됐다.

세계랭킹 3위 남자대표팀은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3조 조별예선에서 4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 직행을 확정했다.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16일)에서 안재현이 한 매치를 내준 것 외에는 전승을 질주했다. 폴란드전에서 장우진의 활약 속에 첫 승을 기록한 남자 팀은 뉴질랜드전(3-0 승리)과 칠레전(3-0 승리)도 이겼다. 이어 19일 복병 인도와 경기 역시 3-0으로 완벽하게 승리했다. 인도전을 진다면 자칫 3위까지도 내려갈 수 있었지만, 세계랭킹에서 우위에 있는 전적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과 같은 조였던 인도는 2승 2패의 전적으로 3조 3위에 올라 예선을 통과했다. 카자흐스탄은 2조에서 잉글랜드, 미국과 2승 2패 동률을 이뤘는데, 세 팀이 상대전적에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되면서 득실 포인트에서 우위에 있던 카자흐스탄이 2위가 됐다.

남자대표팀 이상수(위쪽)가 지난 19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3조 조별예선 인도와 경기에서 샤라드 카말 아찬타와 상대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남자대표팀 이상수(위쪽)가 지난 19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3조 조별예선 인도와 경기에서 샤라드 카말 아찬타와 상대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남자대표팀으로서는 다행인 점은 랭킹이 더 높은 인도가 이미 한국에 진 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열린 인도와 조별리그 4라운드에서 한국은 매치 스코어 3-0(3-0 3-0 3-1)으로 승리했다. 임종훈과 장우진이 세트 스코어 3-0으로 압살했고, 이상수도 한 세트만을 내주며 승리했다. 임종훈은 경기 후 "어제(18일) 전쟁이 일어나는 악몽까지 꾸고, 아침에 나올 때도 컨디션이 영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연습하다 안되면 바꿔달라고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한국의 압승이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주세혁(44) 남자대표팀 감독은 조별리그 인도전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19일) 스코어만 봐서는 인도전이 쉽게 끝난 것 같지만, 내용을 보면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장우진 선수가 고비를 잘 넘겨서 조 1위를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지금 사티얀 (그나나세카란)선수가 부상인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크게 의미를 안 두려고 한다"며 "인도는 언제든지 위협을 줄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말할 것이다"고 했다.

16강전에서 승리한다면 한국은 슬로베니아(세계랭킹 12위), 덴마크(19위), 헝가리(30위) 세 팀 중 한 팀과 만나게 된다. 모두 탄탄한 전력을 갖췄지만 다른 쪽 대진에 비해 두드러지는 강호는 없다. 7조 1위 슬로베니아는 그룹 톱시드였던 브라질이 에이스 휴고 칼데라노의 불참으로 전력이 약화된 틈을 비집고 수위에 오른 팀이다. 8강전까지는 무난하게 통과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유력하다.

문제는 4강전이다. 현재로서는 세계랭킹 1위 중국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대진표상 중국은 잉글랜드(세계랭킹 15위)-루마니아전(22위) 승자와 16강에서 대결하는데, 두 팀 다 탄탄한 전력을 갖췄지만 중국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8강전에서는 하리모토 토모카즈가 버티는 세계랭킹 5위 일본을 만나지만 이 역시 고비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남자 탁구 세계랭킹 1위의 중국 판젠동.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남자 탁구 세계랭킹 1위의 중국 판젠동.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결국 큰 이변이 없다면 4강전에서 한중전 성사가 사실상 확정적이다. 중국은 남자 개인 랭킹에서 차례로 1, 2, 3위에 위치한 판젠동, 왕추친, 마롱이 버티고 있다. 한국 역시 장우진이 14위, 임종훈이 18위로 나쁘지 않지만 중국은 더욱 강하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홈그라운드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점이다. 탁구 강국 중국은 해외에도 많은 팬들이 찾아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고, 실제로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토너먼트부터는 중국 팬들의 티켓 구매 지분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선수권인만큼 자국 팬들의 응원 역시 이에 못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홈그라운드의 한국이 '탁구장성'에 균열을 내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이므로 홈 관중의 열정적인 응원은 더욱 절실해졌다.

선수들은 대회 내내 팬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다. 남자 맏형 이상수는 "아무래도 소리를 질러주시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안 나던 힘도 생긴다. 그런 곳에서 힘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고, 임종훈은 "너무 기분 좋다. 중국 선수들은 어느 나라를 가도 홈처럼 응원받아서 부러웠는데, 홈에서 많은 응원을 받으니 경기력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막내 박규현은 "응원하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긴장감도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임종훈(맨 오른쪽)이 16일 열린 폴란드전 승리 후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임종훈(맨 오른쪽)이 16일 열린 폴란드전 승리 후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사실 대표팀 선수들은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는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그동안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에서 꾸준히 메달권에 들었다. 2001년 일본 오사카 대회 이후로는 9대회 연속 동메달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2008년 중국 광저우 대회 이후로는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16년 만의 결승 진출을 위해선 최대한 중국과 늦게 만나야 했다.

장우진은 지난 14일 대표팀 공식 훈련이 끝난 후 "저희가 사실 그동안 4강에서 계속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결승을 가서 중국과 하는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목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목표는 중국과 만나기 전에 다른 나라들을 이기는 것이고, 그런 건 대진운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대진추첨에 참여한 주 감독은 "바람보다 일찍 중국을 만나는 것은 아쉽지만 어차피 한 번은 싸워야 하는 상대다. 홈에서 한 번 일을 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 감독은 "4강까지는 무난해 보이지만 본선에서 만날 팀들 중 약팀은 없다. 예선에서 이긴 인도도 본선에서는 다를 수 있다. 심리전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 패하면 끝인 토너먼트인 만큼 모든 경기가 결승이라는 각오로 뛸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세혁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맨 왼쪽)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토너먼트 대진 추첨식에 참석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주세혁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맨 왼쪽)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토너먼트 대진 추첨식에 참석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남자대표팀 주세혁 감독, 이상수, 박규현, 안재현(왼쪽부터)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남자대표팀 주세혁 감독, 이상수, 박규현, 안재현(왼쪽부터)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여자 탁구대표팀 전지희, 신유빈, 이시온(왼쪽부터)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조별예선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여자 탁구대표팀 전지희, 신유빈, 이시온(왼쪽부터)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조별예선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한편 세계랭킹 5위 여자대표팀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바로 8강전에서 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8시 경기가 끝나고 열린 토너먼트 대진표 추첨에서 여자 대표팀의 오광헌(53) 감독은 무려 '8번'을 뽑아 중국 아래 쪽 대진에 위치했다. 이어진 추첨에서 2위와 3위가 싸우는 한국 아래쪽 대진에는 2조 2위 브라질과 1조 3위 헝가리가 차례로 합류했다.

이로써 한국은 21일 오후 5시에 열리는 16강전에서 오전에 먼저 경기를 치르고 올라올 브라질이나 헝가리와 싸우게 됐다. 브라질은 브루나&줄리아 타카하시 자매와 장애를 이겨낸 선수로 화제를 모은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뛰는 팀이다. 2조에서 일본에게만 패했다. 1조 3위 헝가리도 인도와 마지막까지 2위 다툼을 벌인 복병이다. 누가 올라올지 예측이 쉽지 않은 조합이다.

여자 탁구 세계랭킹 1위의 중국 쑨잉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여자 탁구 세계랭킹 1위의 중국 쑨잉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만약 브라질이나 헝가리를 꺾는다고 해도 8강에서 세계 최강 중국이라는 커다란 벽을 만난다. 24강 호주-태국전 승자와 16강에서 맞붙는 중국은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과 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인랭킹 1위 쑨잉샤와 2위 왕만위가 버티고 있어 절대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오 감독은 대진 추첨 이후 조직위를 통해 "8강 이전에 16강전을 우선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들인 만큼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중국을 만나게 된 것이 좋은 대진은 아니지만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은 올림픽 티켓을 따놓고 홈팬들 앞에서 당당하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여자 탁구대표팀 오광헌 감독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토너먼트 대진표 추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여자 탁구대표팀 오광헌 감독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토너먼트 대진표 추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토너먼트 일정





- 2월 21일(수요일): 오전 10시 24강전 / 오후 5시(여자*)·오후 8시(남자**) 16강전

* 여자대표팀: 24강 브라질-헝가리전 승자와 대결.

** 남자대표팀: 24강 인도-카자흐스탄 승자와 대결.

- 2월 22일(목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남녀 8강전

- 2월 23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남자 8강전 / 여자 4강전

- 2월 24일(토요일): 오후 1시 남자 4강전 / 여자 결승전

- 2월 25일(일요일): 오후 8시 남자 결승전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토너먼트 대진표. /사진=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SNS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토너먼트 대진표. /사진=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SNS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토너먼트 대진표. /사진=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SNS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토너먼트 대진표. /사진=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SNS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