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 감독이 21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2024 호주 스프링캠프 소감을 취재진에게 말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IA 선수단은 21일 오후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난달 30일 호주로 출국한지 23일 만이다. 한 시간 가량 연착된 비행기로 인해 피곤한 기색은 있었지만, 분위기는 밝았다. 3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체력 및 기술훈련에 중점을 둔 이번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KIA는 공항 인근 숙소에서 휴식 후 22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3월 6일까지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감회가 새롭고 굉장히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한다. 팀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어 밖에서 (KIA가) 강하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좋은 선수들과 멤버가 모여 있을 때 감독을 할 수 있는 것도 내겐 굉장히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감독이 된 소감을 밝혔다.
출국할 때만 해도 이범호 감독은 감독이 아닌 1군 타격코치였다. 하지만 출국 하루 전 김종국 전 감독이 경질됐다. KIA는 빠르게 선수단을 이해하고 분위기를 수습할 인사 중 하나로 이범호 코치를 최종 후보에 올렸다.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심재학 KIA 단장과 10일 화상 면접을 진행했고 13일 타이거즈의 제11대 감독에 올랐다.
선수들에 따르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취재진과 만난 팀 내 최고참 최형우는 "이범호 감독님이 (외부 분위기) 신경 쓰지 말고 경기장에서 즐기자고 했다. 지금처럼 편하게 놀자고 했고 정말 그렇게 했다"며 "정말 재미있게 야구했다. 편한 분위기 속에서 운동했고 아마 시즌 들어가서도 이 분위기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출국 때와 크게 달라진 KIA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KIA의 새 외국인 투수들도 빠르게 녹아들었다. 새로 영입된 윌 크로우(30)와 제임스 네일(31) 두 사람은 올해 KIA의 성패를 쥔 핵심 키로 꼽힌다. 이범호 감독은 "두 사람 모두 성격이 굉장히 좋았다.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본인들이 배우려는 자세, 공을 던지는 것에 확실한 루틴을 가진 걸 보면서 문제 없이 한국 야구에도 적응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화 시절 류현진.
최근 화제가 된 류현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범호 감독도 선수 시절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류현진과 4년간 한화에서 함께 뛴 적이 있어 인연이 깊다. 이 감독은 "류현진 같은 대투수가 한국 야구로 돌아오는 건 굉장한 영광이라 생각한다. 그런 투수가 들어왔을 때 우리 팀 타자들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우리 경기만 많이 등판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 같다. 좋은 선수가 들어오는 만큼 우리 한국 야구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오는 건 환영이지만, 우리 경기는 되도록 피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하지만 류현진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KIA 선수단에 대한 자랑이 이어졌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에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감독이란 자리는 어떤 선수를 만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가 있을 때 감독을 하는 것과 어려운 상황에서 하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그런 부분에서 난 조금 더 유리한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과 발만 조금 맞춰 나가면 될 것 같다. 나는 초보지만, 우리 선수들은 베테랑이 많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고 즐겁게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의 믿음은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 의지로 돌아왔다. 이번 캠프 인터뷰에서는 유독 선수들로부터 이 감독을 돕겠다는 멘트가 많이 나왔다. 이에 이 감독은 "지금 그 마음이 안 변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내가 타격코치할 때부터 선수들이 스스럼 없이 다가오는 부분은 있었다. 나도 그렇게 대했고 감독이 돼서도 장난칠 건 치면서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나성범, 최형우를 비롯해 훈련에 열심인 선수들이 많아 일부러 그런 면도 있었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 자체가 가만히 두면 자신들이 알아서 운동하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내가 오히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할 거라 생각한다. 좋은 부분이지만, 그런 선수들의 성격을 잘 파악해 시즌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범호 감독(오른쪽)과 KIA 선수단. /사진=KIA 타이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