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이정후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2024 미국 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이로써 이정후는 1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2루타 2개, 3루타 0개, 1홈런 5타점 6득점 5볼넷 4삼진 2도루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출루율+장타율) 0.911의 성적으로 올해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오클랜드의 박효준(28)은 6회말 우익수 수비로 들어간 뒤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박효준은 시범경기 타율 0.477, 1홈런, 9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으나,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다.
비록 안타는 때려내지 못했지만, 상대 투수와 수 싸움에서 많은 걸 경험한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양 팀이 0-0으로 맞선 1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등장했다. 오클랜드 투수는 우완 폴 블랙번. 이정후는 블랙번의 초구 바깥쪽으로 꽂힌 포심 패스트볼(91.8마일) 스트라이크를 그냥 지켜본 뒤 2구째 높은 커터(90.4마일)를 공략했으나 파울이 됐다. 그리고 3구째. 블랙번의 원바운드성 커브(81.8마일)에 이정후가 배트를 내지 않으며, 볼이 선언됐다. 1-2의 볼카운트. 이어 4구째. 블랙번의 솟아오르는 듯한 하이 패스트볼(90.5마일 커터)를 이정후가 제대로 밀어 치며 좌익수 쪽으로 타구를 날려 보냈다. 배트 중심에 잘 맞은 듯했으나, 더 이상 뻗지 못한 채 오클랜드 좌익수 세스 브라운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이정후는 팀이 0-1로 뒤진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여전히 마운드에는 블랙번이 서 있었다. 초구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커브(80.3마일)에 배트를 내지 않은 이정후. 2구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86마일)에 이정후의 배트가 헛돌아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 상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반 개 정도 걸치는 공이었다. 그리고 3구째. 이번에도 블랙번은 비슷한 코스의 똑같은 구종(86.6마일 체인지업)을 뿌려 이정후의 배트를 헛돌게 했다. 이번에는 볼이었으나, 이정후는 헛스윙 후 투수 쪽을 한 번 쳐다보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다시 불리한 1-2의 볼카운트에 몰린 이정후. 4구째. 블랙번도 집요했다. 다시 한번 똑같은 코스로 같은 구종(87.1마일 체인지업)을 뿌린 것. 그렇지만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 반 정도 빠지면서 볼로 선언됐다. 볼카운트는 2-2. 이정후의 머릿속에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 같은 구종을 같은 코스로 던질 것인가. 아니면 속구를 꼽을 것인가. 그리고 5구째. 이번에는 92.6마일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높게 제구되면서 이정후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 풀카운트가 됐다. 결국 6구째 블랙번의 구종 선택은 커터(88.7마일)였고, 가운데로 몰리며 이정후가 받아쳤으나 빗맞으면서 1루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6회 블랙번이 뿌린 5구째 체인지업(빨간색 원)이 절묘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며 이정후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사진=MLB.com 게임데이 갈무리
이제 이정후는 꿈의 메이저리그 정식 경기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29일 오전 5시 10분 대망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임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상대는 바로 김하성(29)이 버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장소는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 파크다. 샌디에이고와 4연전이 예정된 가운데, 이정후는 일찌감치 리드오프로 낙점되며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이어 4연전을 마친 뒤에는 오타니 쇼헤이(30)가 소속된 LA 다저스와 원정 3연전을 소화한다. 이어 4월 5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6일부터 8일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홈 3연전에 임한다. 이 3연전이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정규시즌 홈 개막전이다.
이정후는 이미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좀처럼 식지 않는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데뷔전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이정후는 1회 데뷔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터트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 두 타석에서는 1루 땅볼과 삼진으로 각각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주루 플레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두 번째 경기는 더욱 대단했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이정후가 홈런포를 터트린 것이다. 시범경기 첫 홈런으로, 비록 정식 메이저리그 경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미국에서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린 경기였다. 당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 2루타 1개 홈런 1개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며 메이저리그 야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한 뒤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혼신의 주루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는 3월 8일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와서 LA 다저스를 상대했다. 그렇지만 경기 도중 애리조나 현지에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3회 전격적으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정후는 당시 경기에서도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뒤 한 타석을 소화하면서 범타로 물러났다. 그렇지만 경기 취소 결정과 함께 이정후의 기록도 사라졌다. 비록 경기는 취소됐지만, 당시 이정후는 1회 수비에서 빗속을 뚫고 전력 질주를 펼치는 투혼을 보여줬다. 또 타석에서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좌완 투수를 상대했다. 당시 LA 다저스 선발 투수는 12년 차 베테랑 제임스 팩스턴. 팩스턴은 속구 평균 구속이 96마일(154.4km)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구위의 빠른 볼을 구사한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64승 38패, 평균자책점 3.69. 그런 팩스턴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6구째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 3월 9일 샌디에이고전 역시 비로 취소되며 2경기 연속 휴식을 취한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시범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
이정후는 3월 1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시애틀전에서는 마지막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트렸는데, 그것도 좌완 투수를 상대로 때려낸 안타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1회초 시애틀 우완 조지 커비를 상대한 헛스윙 삼진, 3회초 좌익수 직선타로 각각 물러난 이정후. 그렇지만 5회초 시애틀 좌완 테일러 소시도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안타 생산을 재개했다. 그랬던 이정후가 3월 13일에는 그야말로 LA 다저스의 쟁쟁한 투수들을 상대해 또 한 번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정후가 현재까지 올해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무안타 경기를 펼쳤는데, 바로 10일 오클랜드전과 13일 LA 다저스전이었다. 이정후는 LA 다저스의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 선발을 맡았던 최고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상대로 2차례 범타로 물러났다. 글래스노우가 5회 1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치는 등 5⅓이닝 8탈삼진 노히트의 무시무시한 괴력투를 펼치는 상황. 그래도 이정후는 삼진을 당하지 않은 채 1회에는 2루 땅볼, 4회에는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다. 그리고 6회에는 바뀐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를 상대로 헛스윙 3구 삼진을 당하며 위력투를 체감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5경기에서 결장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신고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수비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