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혐재원' 카리스마 뒤에 '폭력+협박' 있었나, '대리처방 8명' 두산은 치명상을 입었다

안호근 기자  |  2024.04.23 11:10
오재원이 지난달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재원이 지난달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직 야구선수 오재원(39)이 프로야구에 끝없는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마약 투약도 모자라 본인의 수면제를 위해 후배들을 겁박하고 범법 행위를 저지르도록 강요, 나아가 겁박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2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두산 구단에서 자체 조사 후 수면제 대리 처방을 한 선수 8명을 KBO에 자진 신고했다"며 "아직 조사 중인 상황이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도 스타뉴스에 이 사실을 인정하며 "각 선수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최대한 성실히 경찰 조사에 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오재원은 지난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 혐의를 받는 오재원을 구속 기소됐다.

2022년 11월부터 1년여에 걸쳐 총 11회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오재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3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재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3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또 자신의 필로폰 투약을 신고하려는 지인 A씨를 막기 위해 망치로 휴대폰을 손괴한 혐의, 이 과정에서 A씨를 협박하고 멱살을 잡아 특정범죄 가중처벌과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까지 떠안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지인 9명으로부터 89차례에 걸쳐 수면제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산 혐의도 받는데, 이 지인 9명 중 8명이 두산 선수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오재원은 현역 시절 16년 동안 두산에서 활약하며 통산 157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의 성적을 올렸다. 이 기간 세 차례 우승(2015, 2016, 2019)을 이끌었고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도 차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그를 향한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주루 플레이와 수비에서 넘치는 센스를 뽐냈고 때론 상대팀 입장에서 얄미울 정도의 플레이와 과도할 정도의 세리머니, 거침 없는 감정 표현 등으로 '밉상' 캐릭터를 얻기도 했다.

이런 오재원의 이미지를 바꾼 게 바로 2015년 WBSC 프리미어12였다.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역전의 발판을 놓는 활약을 펼쳤고 호쾌한 방망이 던지기로 짜릿함을 선사해 '오열사(오재원+열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이전까지 야구 팬들 사이에선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며 '혐재원'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 계기를 통해 우리 편일 때는 한 없이 든든하다는 평가와 함께 '우리혐'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오재원이 2015년 프리미어12 일본과 결승전에서 9회말 역전 후 외야 큰 타구를 날린 뒤 배트를 던지고 홈런을 직감하고 있다. 오재원이 2015년 프리미어12 일본과 결승전에서 9회말 역전 후 외야 큰 타구를 날린 뒤 배트를 던지고 홈런을 직감하고 있다.
다만 현역 시절 보인 카리스마 뒤엔 또 다른 속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22일 한 매체에 공개된 오재원과 후배의 문자 내용엔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하며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던 정황이 공개됐다.

오재원은 자신의 지위와 팀 내 입지를 악용해 후배 선수들을 겁박했고 심지어는 "흉기로 찌르겠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담겨져 있었다.

두산 또한 이에 대해 "(해당 문자 등) 내용을 다 확인해 볼 수는 없었지만 보도된 것처럼 공통적으로 위계 질서를 이용한 부분이 당연히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올 시즌 초반 11승 15패로 8위,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는데 수면제 대리 처방을 인정한 8명은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 후배들과 유소년들에게 금지 약물을 판매한 이로운(전 이여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2019년 9월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는데 자신이 운영하던 야구 아카데미의 어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약물을 판매하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이를 제공한 공급책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누가 더 나쁘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다. 후배들에게 약물 투약을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복용하기 위해 범법 행위를 강요하고 직업적 권위를 이용해 거절할 수 없는 갑질을 했으며 협박까지도 일삼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나아가 친정팀에 치명상까지 입히게 됐다.

오재원이 지난 2022년 10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재원이 지난 2022년 10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년 10월 잠실구장에선 성대한 은퇴식도 열렸다. 그만큼 두산엔 좋은 기억을 안겨줬던 선수였고 팬들에겐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준 선수로 남는 듯 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였던 행동에 대한 악평가가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주고 있다. 오재원은 지난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데뷔해 거침없는 입담으로 호평을 얻기도 했으나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돌연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싫어한다고 말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나아가 양창섭(삼성 라이온즈)이 최정(SSG 랜더스)에게 던진 사구를 두고 고의적이었다고 의심했고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후배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과거 은사인 김태형 감독에 대해서도 자신의 SNS 라이브 방송에서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태형 감독님은 선수들한테 고마워해야 된다. 세 번이나 우승시켜 주지 않았느냐"고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두산 입장에선 8명의 선수들의 처벌 및 징계 수위가 중요해졌다. 변호사를 선임한 만큼 대리 처방 과정에서 오재원의 협박과 강압 수위, 왜 대리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얼마나 잘 밝혀낼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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