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SSG전에서 삼성 구자욱(왼쪽)이 9회초 2사에서 박민호의 위협적인 투구에 격분하고 있다. 이를 말리는 SSG 한유섬.
14일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격돌한 인천 SSG랜더스필드. 9-2로 크게 앞선 SSG가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를 하나 남겨둔 9회초 2사 1루 상황이었다. 타석에 구자욱이 들어섰고 SSG 언더핸드 투수 박민호(32)의 초구가 그의 몸 뒤쪽으로 향했다. 구자욱을 크게 벗어나며 몸에 맞지는 않았지만 구자욱은 크게 흥분했다.
여러모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몸에 맞지 않았고, 경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구자욱이 박민호에게 성큼성큼 다가섰고 SSG 포수 김민식이 이를 말려봤지만 구자욱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7회말 한유섬의 타석에서 삼성 이승민의 1구가 몸쪽으로 향하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이어 2구 빠른공이 한유섬의 몸을 강타하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잠시 발끈한 한유섬은 1루로 향했고 이승민은 고의가 아니라는 듯 모자를 벗고 한유섬이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한참을 기다린 뒤 인사를 건넸다. 한유섬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승민에게 괜찮다는 듯 손짓을 했다.
SSG의 9-0 대승으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던 9회초 삼성이 투런 홈런을 날리며 반격했다. 무사 1루에서 최현석에게 공을 넘겨받은 박민호는 이성규와 김지찬을 범타처리하며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뒀다.
이어 타석에 등장한 구자욱을 상대로 초구가 몸 뒤쪽으로 날아들었다. 타자의 몸 뒤쪽으로 공이 향하는 일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경우긴 하다. 그러나 이미 팀이 9-2로 크게 앞선 가운데 승리가 코앞에 온 상황에서 굳이 빈볼을 던질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구자욱은 앞서 한유섬에게 향했던 몸에 맞는 공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했는지 발끈했다.
9회초 2사 1루에서 SSG 박민호의 초구가 구자욱의 몸 뒤쪽으로 날아들자 구자욱이 흥분하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흥분한 구자욱을 말리고 있는 한유섬. /영상=티빙(TVING) 제공
큰 사고로 이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고 양 팀 선수들도 각자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곧이어 경기는 재개됐고 박민호가 구자욱에게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며 경기는 마무리됐다.
구자욱이 왜 그토록 흥분했는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든 공이 고의적이라고 확신한 듯 보였다. 몸에 맞는 공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이 고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흥분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앞서 몸에 맞는 공에도 묵묵히 1루로 걸어나갔던 한유섬이 누구보다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기에 구자욱도 흥분한 마음을 애써 달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구자욱(가운데)이 SSG 박민호를 향해 불만의 표시를 하고 있다.
삼성 구자욱(왼쪽)을 달래고 있는 SSG 한유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