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이 19일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이예원은 19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총상금 9억원) 결승전에서 박현경(24·KB금융그룹)과 치열한 18홀 승부 끝에 한 홀 차이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박현경을 끝까지 긴장케 한 이예원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지난 12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 째를 차지한 이예원은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거두고 서연정(5&3)과 고지우(1UP)를 연달아 격파하며 4강에 올랐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 254.49야드의 돌아온 장타왕 윤이나(21·하이트진로)와 승부에서 비거리에서 계속 밀렸지만 마지막에 웃은 건 이예원이었다.
아이언 티샷을 하는 이예원. /사진=KLPGT 제공
5번 홀까지 3홀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보였던 상황에서 이예원의 진가가 발휘됐다. 7번 홀(파3)에서 승리한 이예원은 12번 홀(파5)에서 손쉽게 버디를 낚아 격차를 좁혔다. 13번 홀(파3)에선 박현경이 보기를 범한 반면 타수를 지켜내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막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박현경이 2연속 버디를 낚으며 우승자가 갈렸지만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였다. 박현경은 경기 후 "상대가 만만치 않아서 긴장을 많이 해 퍼팅 스트로크가 춤을 췄는데 17,18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하늘이 도왔다"며 "초반 3UP을 했을 때에도 다른 선수가 아닌 이예원 선수라는 생각에 언제 잡힐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후반에 제가 자꾸 실수를 해서 (흐름을) 내준 게 아쉬웠다. 정말 긴장을 많이 하고 있구나라고 느낀 게 꼭 넣어야 하는 거리에서 자꾸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홀에서도 이예원이 3m 버디 퍼트 기회를 만들어내며 끝까지 박현경을 긴장케 했다. 박현경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라고 느꼈다"며 "이예원 선수가 그런 거리 퍼팅을 잘하는 선수이고 90%는 넣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예원(왼쪽에서 2번째)이 우승자 박현경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얼마나 이예원을 경계했는지 잘 알 수 있는 우승자의 소감이었다. 2022년 신인왕에 오른 이예원은 지난해 3승과 상금 랭킹 1위에 위메이드 대상까지 휩쓸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2승을 따냈고 2주 연속 우승의 턱밑까지 도달했던 이예원이다. K-랭킹에선 10.21점으로 지난해 말부터 23주 연속 1위를 수성하고 있을 정도로 독주 체제를 예고하고 있다.
장타 삼총사 황유민(21·롯데)과 윤이나, 방신실(20·KB금융그룹)을 비롯해 장타자들이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더욱 돋보이는 이예원의 행보다. 2승에 준우승 한 차례, 톱5에 4차례나 입성했다. 비거리는 다소 부족하지만 6위에 달하는 페어웨이 적중률(82.65%)을 바탕으로 드라이빙 지수(드라이드 거리 순위+페어웨이 순위) 61로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린 적중률(76.22%) 10위 등 균형감 있는 능력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퍼트를 성공시키고 공을 집어드는 이예원. /사진=KLPGT 제공
그럼에도 결승전 마지막 홀까지 박현경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보기 드문 우승자의 '리스펙트'를 받았다. 그만큼 올 시즌 누구나 경계하는 선수로 떠오른 이예원이다.
골프에서 장타자는 세컨드샷의 수월함을 바탕으로 더 좋은 타수를 내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는다. 팬들도 화려한 볼거리를 갖춘 이들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이예원은 골프라는 종목이 비거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명제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대세'와는 차별화되는 정교함의 힘이 이예원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많은 갤러리들이 이예원을 따라다니며 그의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