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 사진=넷플릭스
23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의 천우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에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광기로 투영한 '8층' 역을 맡았다.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회상하며 "감독님이 8층은 과감해야 하고, 보여줘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수위에 대한 부분도 촬영해 나가면서 조금 줄긴 했지만 처음 대본에서는 수위가 좀 있었다"며 "감독님도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배우가 과감하게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열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 얘기를 듣고 했던 말이 '모든 배우는 최선을 다하고, 다 해낼 수 있다. 번지점프라고 생각한다. 믿음과 신뢰가 있고, 안전장치가 있다면 뛰어내릴 수 있는데 그걸 해주실 수 있냐?'고 반문했다. 감독님이 무릎을 탁 치시면서 '나중에 써먹어야겠는데?' 라고 하시더라. 저는 매 작품마다 번지점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하고, 그건 굳건한 믿음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천우희가 13년 간 자신을 응원해 준 여성 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낭독한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13년 동안 팬과 배우로 함께 해온 사이"라며 "언제나 나의 활동을 지켜봐 주고 함께해 주고 격려해 줬다. 가족 아닌 타인에게 이런 응원과 사랑을 받아본다는 것은 배우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에게 묵묵히 보내줬던 사랑을 당신께 양보해야겠다. 아니, 돌려드리겠다"고 진심을 전해 감동을 안겼다.
이에 천우희는 "팬분들에게는 항상 고마울 따름이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가족도, 친구도 아닌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나 싶다. 고맙기도, 신기하기도 하다"면서 "(축사를 했던 팬은) 13년 동안 제 옆에서 꾸준히 응원을 해줬던 친구고, 그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먼저 결혼하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앉은 자리에서 축사가 한 번에 써지더라. 그동안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썼다"며 "사실 팬과 배우로서 거리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가까운 게 서로한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안 좋은 면을 보여줄 수도 있다 보니까 그랬는데 그 마음을 잘 알아줬다. 여러 마음을 담아 표현했는데 다행히도 너무 좋아해주더라. 저도 무언가 해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제가 말을 유려하게 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라서 오로지 진심을 담았다"고 전했다.
천우희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데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제가 장인처럼 한 길을 닦아온 건 아니기 때문에 한 작품을 할 때마다 계단을 오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계단 더 오르고, 한 계단 더 오르고 있다. 저는 아직도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20주년이라고 하니까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서 약간의 아쉬움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내가 무언가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여러 감정이 겹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