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영철이 9일 잠실 두산전서 5회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포효하고 있다.
윤영철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3패)째를 챙겼다.
KIA는 윤영철의 무실점 호투와 나성범의 4타수 2안타 3타점 활약 등에 힘입어 두산에 8-2로 승리했다. 2연패를 탈출한 KIA는 37승 1무 26패로 2위 자리를 사수했다.
이날 매치업은 쉽지 않아 보였다. 올해 KIA는 이 경기 전까지 두산과 11번 만나 5승 1무 5패로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최근 분위기도 두산 쪽이었다.
최근 두산의 상승세에는 끈질긴 하위 타선과 탄탄한 불펜이 한몫했다. 하위 타선에서 어떻게든 출루에 성공해 상위 타선에 기회를 이어주고, 헨리 라모스-양의지-양석환으로 이어지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렇게 얻은 점수를 불펜이 총출동해 지켜내면서 어느덧 1위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런 두산을 잡기 위해선 선취점을 뽑고 선발 투수들이 버텨주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KIA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2연패로 3연속 루징 시리즈를 확정한 상태였다. 첫 경기 제임스 네일이 평균 시속 147.5㎞의 강속구를 던졌음에도 6⅓이닝 5실점(4자책), 두 번째 경기 캠 알드레드가 3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평균 시속 145.5㎞의 좌완 웨스 벤자민(KT 위즈)도 두산에 1이닝 3실점으로 강판당한 바 있기에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윤영철도 초반 고전했다. 그야말로 꾸역꾸역 버텨냈다. 1회 말 헨리 라모스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유찬을 병살타로 돌려세웠다. 허경민에게 다시 한번 볼넷을 주고 양석환을 3루 땅볼 처리하면서 1회를 끝냈다. 2회에는 김기연에게 볼넷, 정수빈에게 중전 안타에 이어 2루 도루를 내줬다. 하지만 조수행을 시속 125㎞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위기를 넘겼다.
KIA 윤영철이 9일 잠실 두산전서 5회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포효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3회 1사 1루에서 허경민에게 병살을 잡아내며 공 12개로 이닝을 마쳤다. 4회 삼진 두 개를 솎아냈고 5회에는 1사 1, 2루 위기에서 포수 한준수의 2루 도루 저지 도움을 받고 이유찬을 땅볼로 잡으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 사이 KIA 타선은 7점을 지원했고 윤영철은 올 시즌 국내 투수로서는 가장 먼저 5승에 도달했다.
경기 후 윤영철은 "이동걸 코치님이 전반기에 5승만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 나도 10승은 하고 싶지만, 아직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내가 잘 던져서 내가 던지는 날 팀이 이기면 기쁘다고 생각한다. 승리 투수가 안 되더라도 경기에 이길 수 없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반 흔들리는 제구를 잡는 데는 포수 한준수의 도움이 컸다. 한준수는 윤영철의 공을 받아본 뒤 직구 대신 커터의 활용 빈도를 높였고 이는 성공을 거뒀다. 윤영철은 "초반에 직구가 잘 안 눌리고 커터가 더 잘 눌린다고 말해줘서 커터를 많이 썼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며 "(한)준수 형이 2회쯤 마운드에 올라와 '어깨가 너무 닫혀 있다. 어깨를 조금만 내 쪽으로 던진다는 생각으로 해봐'라는 말을 듣고 약간 어깨를 내리고 던졌는데 그게 괜찮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정도의 차이다. 약간 생각하는 것만 바꾸면 금방 수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타이밍을 앞에 두고 직구를 노리는 타자들이 많다. 두산에서도 양석환 선배님이 그런 유형인데 그런 타자들을 상대할 때 커터가 효과 좋은 것 같다. 땅볼을 유도하거나 헛스윙, 단타가 많이 나오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윤영철이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윤영철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0, 15이닝 12탈삼진으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그보다 두산을 잘 잡는 투수는 2경기(13이닝) 평균자책점 0의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뿐이다.
이에 윤영철은 "두산이라고 딱히 의식하진 않는데 올해 잠실에서 두 번, 광주에서 한번 좋았던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다른 팀을 상대할 때보단 편하게 던진 것 같다"며 "오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두산이랑 순위 싸움을 하고 있고 1위를 빼앗겼지만, 그걸 다시 찾기 위해서 어떻게든 이기려 했는데 그게 잘 풀려서 좋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날 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1㎞, 평균은 138㎞에 불과했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 강속구 외인들조차 고전하는 두산 타선을 상대로 이 정도 퍼포먼스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윤영철은 "앞으로도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팀이 이길 수 있게 최대한 마운드에서 버텨주는 게 내 역할이다. 선발 투수로서 그게 가장 첫 번째다. 완투, 완봉도 해보고 싶다. 양현종 선배님이 하신 걸 보면서 책임감 있는 선발 투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기회가 되면 도전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KIA 윤영철이 9일 잠실 두산전을 승리로 이끌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