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천하의 오승환도 고집을 꺾다니... "제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죠" 이것이 클래스 그 자체

대구=김우종 기자  |  2024.06.12 15:31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KBO 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의 아름다운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비록 전성기 시절의 돌직구는 아니지만, 이제는 관록미 넘치는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다.


오승환은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8회 2사 후 구원 등판, 1⅓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의 성적과 함께 팀 승리를 지켜냈다.

오승환은 팀이 5-4로 앞서고 있는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앞서 불펜 투수들이 2사 1, 3루 상황을 만들어놓고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4OUT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오승환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1루 주자 문성주의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김현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음 타자는 이날 스리런포를 터트렸던 오스틴. 여기서 오승환은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뿌리며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만루라는 급한 불을 끈 순간이었다.

그리고 삼성이 8회말 김동진의 솔로포로 6-4를 만든 가운데, 9회초 다시 오승환이 마운드에 등장했다. 오승환은 선두타자 문보경을 상대로 무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박동원을 2구째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으나, 김주성에게 6구째 볼넷을 내준 오승환. 다음 타자 박해민은 좌익수 플라이 아웃. 이제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1개였는데, 신민재에게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얻어맞으며 재차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오승환은 홍창기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오승환은 이날 세이브를 추가하면서 시즌 19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에 정해영(KIA)을 세이브 1개 차로 제치고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동시에 이날 오승환의 세이브는 삼성 라이온즈의 팀 1400번째 세이브이기도 했다. KBO 리그에서 팀 1400세이브를 기록한 건 삼성이 최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후 "KBO 통산 첫 번째로 팀 투수 1400세이브를 달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오승환이 오늘도 팀 승리를 잘 지켜줬고 자랑스럽다"고 진심을 전한 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승환은 2005년 데뷔, KBO 통산 696경기에 출장해 42승 26패 17홀드 419세이브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 중이다. 팀의 1400세이브 중 약 30%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오승환이 11일 대구 LG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뒤 관중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이 11일 대구 LG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뒤 관중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오승환(왼쪽)과 박진만 삼성 감독이 11일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오승환(왼쪽)과 박진만 삼성 감독이 11일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한 오승환은 "일단 너무 타이트한 경기였다. 또 1위를 하고 있는 팀(LG)이면서, 워낙 집중력이 좋은 팀인데, 상황이 또 그런 (위기) 상황에서 나가게 됐다. 당연히 그런 상황에 나가면 막아야 하는 보직을 맡고 있다. 그래서 공 하나하나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물론 재미없는 답변이지만"이라고 농담까지 섞어가면서 환하게 웃었다.

어느덧 42세.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이 팀에서 뛰고 있다. 오승환은 "제가 막아준다기보다도, 제가 이제 올라갈 때는 또 저희 팀 수비 선수들이 잘 막아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진 채 던지고 있다. 앞에 불펜 선수들이 요즘에 승계 주자도 남겨놓고 그러는데, 그런 것 걱정하지 말고 그냥 자기 투구를 했으면 좋겠다. 여기 있는 모든 불펜,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런 상황에도 나가려고 다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막으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에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자기 투구를 후회 없이 마친 뒤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오승환(오른쪽)이 11일 대구 LG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뒤 삼성 팬들 앞에서 수훈선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오른쪽)이 11일 대구 LG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뒤 삼성 팬들 앞에서 수훈선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아무리 오승환이라고 해도 멀티 이닝을 막는 건 또 다른 느낌일 터. 오승환은 "사실 이런 경기가 8회에 막고 나서, 9회에 조금 긴장감이 풀릴 수도 있다. 사실 되게 어려운 경기이긴 하다. 8회 만루를 맞이했기에, 9회 선두타자를 꼭 잡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에 야구가 어려운 것 같다. 매번 생각하고, 똑같이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올라가지만 그래도 생각대로 잘 안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과거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는 '돌직구'였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구를 많이 섞어가면서 연륜이 묻어나오는 투구를 뽐내고 있다. 오승환은 "물론 비율로 따지면 변화구 구사율이 높긴 하다. 그런 부분은 이제 포수와 상의하고, 전력 분석을 통해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예전처럼 단조로운 패턴보다는 그래도 확실히 변화구를 많이 던지긴 한다. 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은 타자들이 워낙 또 대비를 잘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 맞춰서 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제 것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는 나이를 먹을 수록 고집이 더욱 세진다고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오승환은 마치 벼가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더욱 겸손하게 야구를 대하고 있었다.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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