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명장이다' 특별한 '한화 김경문의 말', 동기부여+겸손→팬도 선수도 반했다

안호근 기자  |  2024.06.18 06:38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경문(66) 감독은 덕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인터뷰 스킬과도 관계가 있다. 말을 아끼고 선수들에 대한 칭찬은 후한 반면 안 좋은 이야기는 좀처럼 꺼내놓지 않기로 유명하다.


지난 3일 취임식을 가진 뒤 치른 12경기에서 6승 5패 1무로 4위의 성적을 냈다. 이후 열린 홈 6경기가 모두 매진될 만큼 한화 팬들의 관심도 되살아났다.

성적만큼이나 한화 팬들과 선수들을 만족시키는 건 김 감독의 발언들이다. 6년 동안 현장을 떠나 있던 김 감독의 선임 소식을 들은 일부 팬들은 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 극렬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김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부터 분위기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내 색깔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장점을 섞을 생각"이라며 하위권에 머물렀던 한화의 문제점에 대해 묻자 "몇 가지 보완해야겠다는 건 알고 있지만 팀이 아픈데 굳이 그걸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스태프들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들이 한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부임과 함께 3연승을 달리며 부임 전 시끄러웠던 반대 여론도 순식간에 잠재웠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오른쪽)이 옛 제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만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오른쪽)이 옛 제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만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통산 900승 이상을 챙긴 명장이지만 겸손한 발언들도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화 사령탑으로서 첫 경기를 앞둔 김 감독은 "당연히 긴장이 된다. 아무리 뭐 10년 넘게 했어도 야구는 겸손해야 한다"며 "제가 안다고 까불어봤자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여기 나오면 겸손하게 우리 선수들, 스태프들과 최선 다하는 것이지 까불면 야구는 절대로 좋은 결과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보다 선수들과 스태프들,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발언들도 눈길을 끈다. 선수 시절 내내 머물렀고 8년 동안 이끌었던 두산을 상대하게 된 소회에 대해서 묻자 "두산은 너무 고마운 팀이고 감사하다"면서도 한화 감독이기에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제자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과 첫 대결을 앞두고도 "현장을 떠나 있으면서 후배 감독님들이 잘하는 부분은 체크하면서 나도 저런 부분은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겸손함과 함께 후배 감독에 대한 존중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8일 경기 후 김서현과 일화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 전체 1순위 신인으로 입단했지만 부침을 겪었고 올 시즌엔 구속 저하까지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대주와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투수에게 먼저 다가간 것이다.

한 차례 화제가 된 후 현장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서현이 이야기는 한 번 기사가 나온 것으로 충분하다"고 답변을 피했다. 부진을 겪고 있는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관심이 가 오히려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령탑의 배려였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가운데)이 승리를 챙기고 포수 이재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가운데)이 승리를 챙기고 포수 이재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900승을 달성한 뒤에는 "시간이 흐르면 승은 자연적으로 많이 따라오는 것이다. 저 혼자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고개를 숙였고 이튿날에도 "저에 대한 얘기는 어제로 끝냈으면 좋겠다"고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했다. 주인공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것.

선수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동기부여도 인상적이다. 올 시즌 전까지 SSG 랜더스에서만 뛰며 자유계약선수(FA) 대박도 터뜨렸고 5차례 우승을 경험하며 화려한 시절을 보내던 포수 이재원(36)은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지난 시즌을 마치고 SSG에 방출을 요청했다. 한화가 손을 내밀었고 연봉 5000만원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다만 시즌 초반 부진과 함께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던 차에 포수 출신 사령탑 김 감독과 만나게 됐다. 지난 9일 이재원을 콜업한 김 감독은 13일 두산전을 앞두고 "재원이는 야구를 잘했던 선수이지 않나. 끝을 그렇게 서운하게 끝내면 안 될 선수"라며 "여기서 조금 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고 분발하게 시킬 생각이다. 제가 볼 때는 치는 것이나 송구도 보니까 충분히 더 할 수 있겠더라. 저에게도, 팀에도 좋은 일"이라고 독려했다.

공교롭게도 주전 포수 최재훈의 부상으로 이날 선발로 나섰던 이재원은 3년 만에 3안타를 달성하며 힘을 냈다. 경기 후 이재원은 "나이가 먹다 보니 기대치도 떨어지고 '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주위에서 많이 하다보니 저도 위축됐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런 것도 이겨내야 하는 게 선수이고 감독님께서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걸 기사를 통해 봤는데 그러다 보면 선수는 '그래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음가짐이 든다. 앞으로도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감독님이 계시는 한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커졌다. 책임감 있게 노력하겠다"고 충성을 맹세했다. 사령탑의 말 한마디가 베테랑 포수를 일어서게 했다.

발 빠른 선수들을 중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던 김 감독은 부임과 함께 2군에서 유로결(24)을 불러올렸다. 꾸준히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결국 13일 다시 2군으로 향하게 됐다.

그런 유로결에게도 김 감독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너무 잘했다고 했다. 감독 입장에서 유로결 선수는 몇 경기 만에 나와서 안타도 하나씩 치고 자기 할 건 다 했다"며 "지금 포수를 3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고 실망하지 말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말고 잘 준비하고 있어라,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을 막론하고 동기부여를 제공해 더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김 감독의 지도 방식과 그러한 언변이 빛난 일화들이다.

승리 후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승리 후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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