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손흥민(왼쪽)과 로드리고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영국 '스포츠몰'은 22일(한국시간)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벤탄쿠르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인종차별 사건 이후 토트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수단이 인종 다양성에 관한 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남미인(벤탄쿠르)은 뜨거운 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FA는 현재 벤탄쿠르의 발언을 조사하고 있지만 규정 위반으로 기소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소가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벤탄쿠르는 벌금형을 받거나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2024~2025시즌 개막전에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FA의 징계 여부와 수준에 따라 토트넘도 자체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매체는 "토트넘은 현재 이 사건을 비공개로 다루고 있고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FA의 조사 결과에 따라 토트넘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과거 FA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지난 2019년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당시 팀 동료이자 흑인 뱅자맹 멘디를 검은색 마스코트와 비교하는 농담을 해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를 냈다. 2020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가 자신의 SNS에 흑인을 비하하는 스페인어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써 3경기 출전 정지에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왼쪽)와 손흥민. /AFPBBNews=뉴스1
로드리고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쏟아지는 비난 속에 사태의 벤탄쿠르는 심각성을 깨닫고 곧장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15일 그는 "쏘니(손흥민 애칭)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다"며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다.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운데). /AFPBBNews=뉴스1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의자에 발길질을 하고 있다. /사진=SNS 영상 갈무리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평소 토트넘에서 깊은 우정을 보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지난해 10월 벤탄쿠르가 8개월 만에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떨쳐내고 복귀전을 치렀을 때 가장 크게 기뻐한 이 중 하나가 손흥민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할 때 벤탄쿠르를 관중석 앞으로 데리고 나가 팬들 앞에 서게 했고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이어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어린아이처럼 껴안으며 기쁨을 나타냈다.
당시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복귀는 내게 미소를 만들어 준다"라며 "그는 엄청난 선수다. 벤탄쿠루의 복귀는 우리가 뛰어난 새 선수를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토트넘 선수들 모두가 벤탄쿠르의 복귀를 기다렸다. 벤탄쿠르가 아까 경기장에 들어설 때 감정이 올라왔다. 그는 내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난 시즌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벤탄쿠르가 언제나 날 웃게 만들어줬다. 늘 응원해줬다"며 "건강해진 벤탄쿠르의 복귀는 정말 환상적이다. 팀에 기폭제가 돼 줄 것이다"라고 거듭 기뻐했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토트넘은 내달 18일 하츠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프리시즌에 돌입한다. 손흥민은 "우리는 다가오는 프리시즌에 다시 원팀으로 뭉쳐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논란을 잠재웠다.
침묵하던 토트넘도 공식 입장을 전했다. 선수단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문제를 잘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이 논란을 잊고 새 시즌에 집중하도록 지지하겠다"며 "구단은 선수단과 세계 각국의 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벤탄쿠르는 2차 사과문을 올렸다. 1차 사과문을 올리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약 1주일 만에 다시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는 22일 자신의 SNS에 "나는 손흥민과 대화를 나눴다. 깊은 우정에서 비롯된 오해였다는 것을 손흥민도 이해했다. 이를 모두에게 밝힌다"며 "내 친구(손흥민)과 함께 모든 것을 풀었다"고 적었다.
이어 "만약 누군가 내 인터뷰 때문에 불쾌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억울함을 나타냈다. 그는 "난 결코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오직 손흥민에게만이었고 다른 누구를 직간접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