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임생(55)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이사가 지난 8일 홍명보 감독 관련 브리핑 당시 직접 한 말이다.
한국은 약 5개월 만에 정식 감독을 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60) 이후 대체자를 찾지 못했던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두 명의 임시 감독(황선홍, 김도훈)을 거친 뒤 홍명보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홍명보 감독은 시즌 중 소속팀 울산HD를 떠나 10년 만의 한국 대표팀 지도자 재도전을 선언했다.
선임 과정에서 또 논란이 불거졌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브리핑에서 "어떤 결정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까 스스로 많은 고민을 했다. 5일 울산과 수원FC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홍명보 감독을 밤 11시경에 직접 만났다"라며 "홍명보 감독에게 A와 연령별 대표팀 발전을 위해 헌신해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드렸다. 홍명보 감독은 전에도 대표팀 감독을 맡는 등 지도자로서 경험이 풍부하고 축구협회 전무로서 기술과 행정에서도 폭넓은 시야를 지녔다"라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 10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 대 광주FC의 프로축구 K리그1 22라운드가 끝난 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울산 팬들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는 홍명보 감독(가운데)의 모습. /사진=뉴시스
나름 수개월 동안 이어온 프로세스를 또 무너뜨린 꼴이다. 축구계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접촉 당시 면접을 진행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무대를 경험한 제시 마쉬(현 캐나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백전노장 거스 포옛(우루과이), 독일의 다비트 바그너 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만은 달랐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의 지도자 경력을 강조하며 "한국 대표팀을 이끌 적임자라 내가 판단했다. 정몽규(65) 축구협회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독박을 썼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총괄기술이사. /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년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한 주먹구구식 행정을 통해 대표팀 사령탑이 정해졌다. 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유럽 지도자들을 여럿 추천한 박주호(37) 전 전력강화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될 줄 정말 몰랐다"라며 "실은 내부적으로는 홍명보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다. 일부 전력강화위원은 홍명보 감독을 계속 언급했다"라고 회상했다. 다만 홍명보 감독이 수차례 미디어를 통해 거절 의사를 밝힌 터라 박주호도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 사령탑 부임에 적잖이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루아침에 선장을 잃은 울산은 급히 홍명보 감독 대체자 구하기에 나섰다. 울산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홍명보 감독과 계약 상호합의 후 해지 소식을 알렸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대표팀 합류가 확정된 후 10일 광주전에서 울산을 지도했다. 경기는 원정팀 광주의 1-0 승리였다. 울산은 FC서울전부터 이경수(45) 대행 체제로 팀을 꾸린다.
취재진 질문을 듣는 홍명보 감독.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