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설치된 오륜 마크. /AFPBBNews=뉴스1
IOC는 러시아를 제재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파리 올림픽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으며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개막식에도 국가별 대표단 행진에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파리 올림픽에서 러시아와는 달리 IOC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아랍권 국가들의 반발에도 이스라엘은 파리 올림픽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 선수들과 함께 이츠하크 헤르초그(63) 이스라엘 대통령도 파리 센강에서 펼쳐지는 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대한 IOC의 모순된 결정은 이중잣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논란은 올해 2월 프랑스 국회의원 26명이 이스라엘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파리 올림픽에서 국가와 국기를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IOC에 제출한 것에서부터 불거졌다.
지난 6월에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활동가들이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쳐 외신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AFPBBNews=뉴스1
지난 15일 발간된 '타임'에 따르면 IOC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단행하면서 획득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올림픽 관련 기관을 탈취한 것이 올림픽 헌장을 위배한 부분이라 올림픽 제재를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무력을 앞세워 합병하지 않았으며 이 곳에 있는 스포츠 기관도 탈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IOC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에 팔레스타인 스포츠 선수 300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팔레스타인 올림픽 축구팀 감독과 가라테 스타도 포함돼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공격하는 동안 이 지역의 스포츠 시설을 파괴했다. 심지어 이스라엘 군인들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야르무크 축구장을 탈취했고 심지어 이 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고문했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1952년 개장 이래 팔레스타인 축구의 상징이었던 야르무크 경기장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군의 만행에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팔레스타인 축구협회도 이를 명백한 올림픽 헌장 위반이라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파리 올림픽 축구 경기가 열리는 니스 스타디움. /AFPBBNews=뉴스1
FIFA는 지난 19일 좀더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대회 출전정지 여부 결정을 미뤘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남자 축구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에 차질없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FIFA의 결정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신속하게 러시아의 참가를 금지한 경우와는 전혀 달랐다. IOC가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FIFA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이스라엘 축구에 대한 제재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OC와 FIFA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근본적인 이유는 이스라엘을 제재할 경우 자칫하면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는 이 두 거대 스포츠기구가 반(反)유대주의 정서를 대변한다는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는 달리 가자 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에 대해 제재를 하는 게 껄끄럽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IOC나 FIFA가 눈치를 봐야 하는 국제금융시장과 미디어업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영향력도 작용하고 있다.
벨라 하디드. /AFPBBNews=뉴스1
아디다스 운동화 광고 모델이었던 벨라 하디드(28·미국)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었고 그녀가 홍보했던 아디다스 운동화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제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라 이스라엘은 물론 전세계 유대인들까지 아디다스를 맹비난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11명의 이스라엘 선수가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에 의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졌었다.
토마스 바흐(71) IOC 위원장은 "전쟁과 갈등의 시대에 파리 올림픽이 전세계가 연대하고 희망의 상징이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러시아에 대한 IOC의 이중적 태도만 놓고 보면 이번 파리 올림픽은 '전세계의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종성 교수.